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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u Dec 18. 2021

엄마곰은 뚱뚱해.

엄마의 다이어트, 어떻게 하는 건가요?

아직 100일도 채 안 된 아기에게 내 취향대로 음악 빵빵하게 틀고 '이거 좋지?' 하며 살고 있다.


아주 가끔 지루해할 때 발랄한 동요를 틀고, 아이 앞에서 신명 나게 춤을 추고 있다. 그러다 문득 '곰 세 마리'에 맞추어 율동을 하다가 '엄마곰은 날씬해'를 차마 내 입으로 부를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곰은 뚱뚱해.’



출산한지 100일이 되어간다. 100일이 되면 출산 전의 몸 형태와 몸무게를 회복하고, 활기찬 육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왜 나는 생각했을까? 웃음이 터진다.

기사나 TV, SNS에 "애기 엄마 맞아? ㅇㅇㅇ 출산 전 몸매 회복~!"이라며 여자 연예인들이 늘씬한 모습으로 복귀한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될 거라고 왜 나는 생각했을까? 다시 웃음이 터진다.



임신, 출산을 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 살과 관련된 질문이 있는데.


1. 임신하고 몇 키로 찌셨나요?

임신 전에도 154cm 키에 50~54kg을 오가는 오동통한 사람이고, 체질 상 100% 15~20kg는 찔 것으로 예상했으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임신 당뇨에 당첨이 되어 식단 관리하며 8.5kg만 쪘다. 임신 기간 중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못 먹는 동안에는 화가 많이 치밀었는데, 출산 직전에 뺄 살을 생각하면서 고맙기도 했다.


2. 출산하고 몇 키로 빠졌나요?

큰 욕심 없고, 임신 직전 몸무게 54kg까지만 꼭 빠지길 바랐는데, 산후조리원에서 마사지 잘 받고, 밥을 너무 잘 차려주심에도 불구하고 입맛이 없어서 거의 안 먹었더니 2주 만에 54kg이 되었다. 어쩌다 기쁘던지!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3kg가 다시 쪄버렸다. 답답한 조리원을 나와서 우리 집에 있으니 마음도 편하고, 아기를 보다가는 음식 할 시간이 없어서 매번 시켜먹으니 살이 안 찔 수가 있나.


게다가 그 3kg은 순수 지방으로 판단된다. 마르거나 날씬한 몸은 아니어도 근육량은 자신 있었는데, 지금 내 몸은 근육이라곤 하나의 하나도 없는 살덩이 상태다. 내 평생 이렇게 부드럽고(?) 나탈거리는 살은 처음이다. 심지어 양쪽 가슴에서 잡히던 멍울 같은 무언가 마저도 사라졌다. (근육이었니?)


장황한 나의 상태 설명은 이 정도인데, 잘 생각해보아도 도대체 엄마로서 다이어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에서 간단한 체조라도 할라치면, 잘 자던 아기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깬다. 어느 날은 땀 흠뻑 흘리며 체조하는데(땅끄 부부는 정말 대단) 갑자기 깨버린 아기를 땀 때문에 바로 안아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아기를 두고 샤워도 할 수 없어서 난감했다. 그리고 이때만 해도 열정이 넘쳤고, 시간이 좀 지나니 애가 깨지 않더라도 막상 체조를 하게 되진 않는다. 무조건 잠을 청할 뿐.

(내가 누우면 아기가 깨는 건 정말 신기!)


김에 밥만 싸 먹더라도 매 끼니를 챙겨 먹어서 그런가 하고 한 끼는 샐러드 한 끼는 일반식으로 두 끼만 챙겨 먹었더니 손뿐만 아니라, 다리까지 떨린다. 출산 전에는 다이어트 스무디만 먹고 일주일씩 버티고 그랬는데 말이다.


저녁 식사만큼은 퇴근한 남편과 꼭 하고 싶어서, 애를 재우고 먹다 보면 이미 저녁 8시가 넘어있다. 저녁을 매우 늦게 먹는다는 말이다. 게다가 메뉴는 늘 배달음식. 시원하고 칼칼한 맥주 한 캔까지 곁들여서!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먹는 꿀맛 같은 저녁 식사는 포기하기 정말 어렵다.


밤 12시가 가까워오면 아기는 밤수를 위해 깨기 때문에 그전에 체력을 회복하려면 잠시라도 자야 한다. 그래서 저녁 먹자마자 바로 잘 수밖에 없다.


남편이 애를 봐주면 필라테스 운동을 다녀올 수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1주일에 한 번 정도만 갈 수 있다.


몸이 아프다. 목, 어깨, 손목, 손가락, 등, 허리, 골반, 무릎, 발목, 발가락까지 아픈 거라고 왜 나한테 아무도 말 안 해줬을까.


이런 상황에서 엄마인 나는 어떻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을까?


그렇다. 사실 나는 핑계를 대고 있을 뿐이다.

아기가 잘 때는 무조건 운동을 하고, 중간에 깼다면 다시 재우고 다시 하는 열정만 있으면 되고, 손과 다리가 떨려도 적게 식사하고, 하루 종일 일하느라 고생한 남편에게는 다소 미안하지만 샐러드나 삶은 달걀로 저녁은 간단히 먹고, 적게 먹더라도 먹고 바로 자는 건 좋지 않으니 차라리 밤 12시 밤수까지 하고 자면 되고, 밖에서 고생하는 남편에게 또 다소 미안하지만 아기 매일 맡기고 운동 가면 된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은 운동하면 아픈 것이 덜하다.


아니면.

아기 낳고 변한 나의 몸을 내 스스로가 칭찬하고 인정하면 된다. 출산이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 일인데!


하지만 집에서는 아기 하나 보기도 벅차서 짬이 나면 운동은 커녕 화장실 가는 것도 포기하고 쉬기 바쁘다가도, 필라테스 스튜디오에 있는 거울 속 내 몸을 보고 눈물이 터져버린 나는, 바지를 갈아입다가 늘어진 뱃살을 주워 담으며 ‘아, 나 왜 이렇게 됐지.’하는 자기 연민과 ‘아냐, 아기 낳으면 다 이렇지!’하는 자존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흔한 아가리어터일 뿐이다.


나를 눈물짓게 한 거울 속의 나


어쨌든 오락가락하는 정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다이어트와 운동은 해야겠다는 것이 결론이다. 내년 복직하기 전까지만이라도 건강한 몸 만들어보자.


엄마인 나, 화이팅!



엄마들, 다이어트 어떻게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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