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꺼낸 겨울 외투 주머니에서 올해 초부터 몇 달간 일하던 카페의 냅킨 한 장이 나왔다.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려다 뭔가가 쓰여있는 것 같아 다시 펼쳐보니, 지렁이 글씨로 무슨 가사 같은 게 몇 줄 적혀있었다. 바쁜 매장이었지만 가끔 짬이 나면 눈앞에 있는 냅킨을 들어 일기나 혼잣말, 가사나 시 같은 걸 적어 버리고는 했다. 어지간히 답답했나 보다.
집에 가서 노래로 만들어봐야지 하며 앞치마 주머니로, 다시 읽어보니 별로네 그래도 일단 가지고 가봐야지 하며 바지 주머니로, 퇴근할 때가 되어서는 별생각 없이 외투 주머니로 옮겨졌을 테다. 그러다 다음 날부터 날이 풀려 옷걸이에 걸려버린 외투를 오늘의 내가 다시 꺼내 입은 거겠지.
기억에도 없는 문장들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역시나 집에까지 가져올만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몇 달을 가만히 구겨져있었을 냅킨의 시간(?)을 무시할 수 없어, 건반 보면대에 살짝 올려놔 본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이전 메모를 보며 노래를 쓴 적은 거의 없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많은 메모들을 남기며 살고 있을까. '언젠간 이 기록들이 아름다운 곡이 될 거야.' 같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모든 잡념들이 노래가 될 필요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