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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니를 찾아서 Jul 06. 2019

와칸다 포에버

실수로 우간다를 가다.

" OO아, 나 다음 주에 우간다 간다! 영화에서 우간다 봤었지? 블랙 팬서랑 어벤져스에 나온 곳!"


"블랙 팬서랑 어벤져스에 우간다가 나왔었어?"


"응! 유명한 대사도 있잖아! 우간다 포에버!"


"형... 거기 우간다가 아니라 와칸다야... 와칸다는 가상국가라고..."


"..."


우간다에 가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는 영화 속 와칸다가 우간다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마블의 광팬으로써, 에티오피아 영화관에서 블랙 팬서와 어벤져스를 본 것이 화근이었다.  내게 암하릭 어(에티오피아 현지어) 자막이 나오는 영화를 100%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나는 영화 속 가상국가 와칸다가 발음이 비슷한(?) 우간다로 오해를 하여 케냐 여행의 다음 여행지로 우간다로 가기로 결정하였던 것이다. 우간다에서 영화 속 장면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채 말이다.


우간다 수도 캄팔라


 케냐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버스를 타고 우간다로 오게 되었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 도착하였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우간다 수도 캄팔라까지는 고속버스로 16시간이 걸렸다. 내가 탄 고속버스는 연식이 20년이 넘은 관광버스라고 할 수 있다. 우간다로 오는 버스 뒷자리에서 앉아 우간다 사람들을 하나하나 관찰하였다. 신기하게도 우간다 사람들은 남녀노소 반삭을 하였다. 뒤에서 보면 성별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캄팔라행 버스 안에서 유일한 외국인 그것도 동양인은 나 혼자였다. 많은 관심의 대상 역시 나였다. 식사 시간에 잠깐 내려 밥을 먹을 때면 모두들 내가 식사를 하는 모습을 구경하곤 했다. 버스를 같이 탔던 어린아이들 역시 내가 물을 마시는 모습도 신기해하였다. 불편한 법도 한데 나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버스 안의 우간다 사람들이 내가 처음 보는 중국인(?)이라고 반갑다며 말도 걸어주었다. 심지어 내가 심심하지 않을까 중국 쿵푸 영화를 틀어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국인과 한국인을 구분을 못 하는 점이 아쉬웠지만, 버스 안에서 유쾌하게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우간다 사람들은 흥이 넘치고 정겨웠다.


우간다 진자(Jinja)


수도 캄팔라에 위치한 호스텔에서 하루 머물고, 바로 다음 날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진자(Jinja)로 갔게 되었다. 진자는 래프팅으로 유명한 곳이다. 또한 세계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이곳에 오면 정말 많은 외국인들을 볼 수 있다. 우간다에서의 주된 교통수단은 오토바이다. 천 원 정도 주면 원하는 곳까지 태워다 줬다. 무거운 캐리어까지 들고 20~30분을 탔는데 천 원을 받으니 이용할만한 교통수단 같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듯 허기진 배를 채우러 주변 로컬 식당을 갔다. 나는 대부분 로컬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음식점 티비에서 나오는 뮤비를 보면 뉴스가 아니라 뮤직 비디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간다가 얼마나 흥이 넘치는 곳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간다 음악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고, 많은 예술인들이 영감을 받고자 우간다를 찾는다. 실제로 이 곳 진자(Jinja)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만날 수 있었다. 참고로 French Montana의 Unforgettable의 뮤비도 우간다에서 찍은 것이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 중, 골목에서 파는 그림들을 구경하다가 로컬 화가들이랑 친해지게 되었다. 나는 이 친구들과 5일 동안 같이 놀며 진자에서 투어를 하였다. 


친구가 그린 그림
진자에서 볼 수 있는 벽화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색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밥 말리 역시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음악가이다. 체 게바라 벽화와 스티커 역시 많이 볼 수 있었다. 내가 진자 여행을 시작한 이유는 배를 타고 나일강의 수원지(Source of the Nile)을 방문할 수 있어서였다. 그리고 이 친구들이 동행해주었다.


나일강의 수원지 입구


숙소로 돌아와  나일강 수원지(Source of the Nile)와 관련된 여행 정보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투어를 하러 이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 친구들은 마을 주민들을 잘 알고 있었고, 지인을 소개해줘서 싼 가격에 배를 빌려 투어를 하였다. 가격은 1만 오천 원이 안 되었고, 배로 종일 투어를 하였고, 낚싯대도 빌려 낚시까지 하였다.



덕분에 유쾌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배를 타는 장소로 가니 친구의 여동생이 미리 와있었다. 전 날 여동생도 데리고 가도 되냐고 물었었는데 빈말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결국 친구들과 친구 여동생과 함께 보트 투어를 하게 되었다.


로컬 맥주


나일강의 수원지기 때문에 이 곳에서는 NILE 맥주를 즐겨 마신다.



배를 타다 보면 이름 모를 새들도 날아온다. 보트 투어를 하다 보면 종종 경험할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이다.

 

박쥐 투어


배를 타고 다니던 중, 

선장이 배트 투어를 하자고 하였다. 당시에는 배트가 무슨 말일까 하였는데 박쥐 bat를 말한 것이었다. 보트 투어 중 박지 투어도 있을 줄 꿈에도 몰랐지만 나는 얼떨결에 승낙을 하였고, 그리하여 동굴 투어도 하였다. 개인적으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수원지 댐


이 곳이 나일강의 수원지를 막는 댐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동아프리카에서는 나일강을 두고 에티오피아, 수단, 이집트의 갈등이 있다. 현재 에티오피아가 건설 중인 댐인 Blue Nile이 완공되면 이집트로 들어오는 나일강 수량이 급격하게 줄어 이집트는 큰 피해를 입는다. 각설하고, 이러한 기사를 흥미롭게 읽으며 번역을 하였다. 이러한 나일강의 시작점에 내가 왔다는 사실이 너무 뿌듯하였다.



그러한 기쁨도 잠시 나는 돌아가기가 아쉬워 이 곳에서 낚시를 하였고, 친구들은 옆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먹었다.  

 

바에서 본 나일강 수원지의 일몰


해가 질 무렵 우리는 나일강의 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식당 겸 바에 가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우간다에서는 밥 말리가 정말 유명한데 단순 음악가를 넘어선 존재였다. 선곡 추천을 받길래 나는 밥 말리의 "One Love"을 틀어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러자 식당에 있던 모든 사람이 이 노래를 함께 부르며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다음 곡 역시 내게 추천을 부탁하자 나는 눈치껏 밥 말리의 "No Woman No Cry"를 말하였다. 우간다 여행을 갈 계획이 있다면 밥 말리와 같이 아프리카에서 유명한 가수의 노래 가사를 외우고  간다면 어딜 가든 환영받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진자를 떠나기로 하였다. 마을을 떠나기 전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가였다.



도착을 하니 친구들은 벌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들도 그냥 보내기 아쉬웠던 모양이다. 그들도 내 아프리카에서의 계획과 이야기가 특이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여행을 응원(?)을 해주러 모이게 되었다고 하였다.



친구들은 내가 좋아했던 양고기 뭇국을 준비해주었다. 한국의 소고기 뭇국이랑 맛이 너무 흡사하여 즐겨먹었다. 양고기 뭇국에 밥을 말아먹고 싶었다.

  

선물해준 팔찌를 차고


헤어지기 전, 친구는 전날 밤 직접 만든 팔찌 3개를 보여주었다. 팔찌에는 내 영어 이름과 안전을 기원하는 문구가 자수로 적혀있었다. 언제 만들었냐고 물어보니 전날 헤어지고 밤새 만들었다고 하였다. 친구는 내게 이 팔찌가 앞으로의 여행에서 나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며 팔찌를 내 팔에 채워주었다. 당시에는 요술램프와 같은 이 귀여운 물건을 언제까지 낄까라는 생각을 하였지만, 이 팔찌는 마지막 여행지 "마다가스카르"까지 내 손목을 지키고 있었다. 


친구들과 인사를 마치고, 짐을 챙겨 르완다행 버스를 탑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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