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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비자로 미국 테크 회사 취업하기

남편 따라 미국 온 개발자의 미국 취업 이야기 part 1

누군가 나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 나는 '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남편이 미국 주재원 비자(L1) 요건 충족을 위해 영국 지사에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근무해야 했을 때도 나는 내 커리어를 이유로 따라가지 않았다. 코로나 시대에 감히 국제 롱디를 감행할 정도로 나는 일이 중요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dependent 비자, 즉 깍두기 비자로 남편을 따라 미국에 이민을 가는 건 사실 참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물론 내가 가지고 있는 L2(a.k.a. L1 dependent) 비자의 경우 그나마 EAD(Employment Authorization Document)를 신청해서 허가를 받으면 일을 할 수 있는 비자였지만, 문제는 이 EAD가 신청한다고 뚝딱 나오는 게 아니라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소요되고, 코로나 이후 미정부기관의 행정처리가 전체적으로 딜레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 사실상 기약 없는 기다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 다시 일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로 가는 이민이란 내게 온전히 기쁠 수만은 없는 일이었고, 표면적 설렘 뒤에는 항상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내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정말 온 우주가 우리의 이민을 돕는 것일까? 지난 2021년 11월, 내가 미국에 온 지 2개월이 넘은 시점에서 바이든 정부가 L2 비자 소지자에 대해 EAD 발급 없이 취업이 가능하도록 행정명령을 발표한 것이다 바이든 성님 방향으로 큰절 올립니다. 물론 해당 정책이 실제 적용되는 시점은 2022년 3월이었지만, 어찌 되었건 간에 4개월만 버티면 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간의 불안과 답답함이 해소되는 듯했다.


그리고 2022년 2월 말, 나는 정책이 적용되는 시점에 맞춰 레주메를 뿌리고 서류를 넣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몇 회사에서는 서류 단계에서 나를 탈락시키거나 아예 서류를 씹는 경우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서류를 넣으면 한 번도 떨어지거나 씹힌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다소 당황스러웠고, 내 레주메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지, 혹시 내가 미국 내 경력이 없어서 인지,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가곤 했다. 나중에 건너 들은 말로는 미국에서는 영주권 Job Market Testing(회사에서 외국인 근로자에게 영주권을 지원해주는 과정에서 해당 포지션에 대한 자국민 채용이 어려워 해당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30일간 채용 공고를 게시하는 필수 과정)때문에 실제 채용할 의사나 티오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채용 공고를 게시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물론 이와는 상관없이 정말로 나의 기술 스택이나 경력이 해당 포지션과 안 맞았을 수도 있다.


또 하나, dependent 비자 소지자를 실제로 채용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dependent 비자의 경우 주 비자 소지자의 퇴사/해고로 인해 비자가 무효화되는 경우 함께 효력을 잃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채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확실히 비선호되는 비자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게, 실제로 한 회사와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리크루터가 내 비자 타입을 듣고 당혹감을 내비치며 진행이 어려울 수 도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변호사 빵빵하고 혹시라도 비자에 문제 생기면 캐나다 오피스로 보내버리면 그만인 글로벌 빅 테크 기업들은 비자 따위는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았다 ㅎㅎ;;


결과적으로 나는 두 군데로부터 최종 오퍼를 받았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와 자세한 채용 프로세스는 다음 글에서 풀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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