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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난 May 18. 2024

속도와 깊이의 타협점

빨리 풀 수 있는 문제와 오래걸리지만 효과가 큰 문제 중 무엇을 선택할까

큰 기업에서 오래 일을 하다 스타트업으로 넘어온지 반년쯤.

확실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하다보니 의사결정에 대한 보폭도 짧고 빠르다.


데이터 분석가들의 글에서 우스갯소리처럼 등장하는 '분석을 하려고 보니 데이터가 없어요'인 상황도 자주 발생하고, 그러다보면 전처리에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런 상황이지만, 좀 더 빠른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서 고민하다보면 항상 분석의 속도와 깊이가 대립하기 마련이다.


이직 후에는 내가 하는 분석외에도 함께하는 분석가들의 분석방향도 설계하다보니, 유독 이 속도와 깊이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실무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깊이가 얕더라도 빠른 사이클로 진행하고 결과를 보고 싶은 마음이 크고, 분석하는 입장에서는 좀 더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 리소스를 조금 더 확보해보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데이터분석 요청 중 99.9%는 완료기한이 ASAP이다


속도 vs 깊이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면 좋을까?

흔히 우리는 여러 아이템 중에 실제로 수행할 아이템을 결정할 때, ICE 프레임워크를 종종 사용한다. 하지만 ICE 프레임워크에서도 스코어는 같지만, 리소스가 적게드는 아이템과 일정이 많이 필요한 아이템이 공존한다. 이 때는 어떻게 결정하는게 좋을까? 스코어가 같으니, 아무거나 골라도 괜찮을까?


문득 기준을 가지고 싶어졌다. 그저 스타트업은 언제나 속도를 중요시하고, 대기업은 마냥 깊은 것만 추구하는 것일까? 스타트업도 언젠가는 중견기업이 되고 대기업이 될 수도 있지 않나.


결론은 조금 허무하지만 당연하게 마무리 지었다.

성장초기에는 틀릴 가능성이 높으니 빠른 검증에 집중하고, 후기로 갈수록 간단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이 고갈되니 점점 깊이에 집중하는게 좋겠다 라고.

다만, 초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중기에는 두 문제에 대한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하지 않을까. 너무 쉬운 문제 위주로 풀다보면 나중에는 어려운 문제만 잔뜩 남아서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을테니, 쉬운 문제가 점점 소진되어갈 때, 즉 단기적인 문제해결로 인한 성장속도가 정체되기 시작할 때부터는 큰 문제에도 관심을 돌려야 적정한 성장속도를 유지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단기적인 문제에만 집중하다보면, 어느날 당장 풀 수 있는 문제가 하나도 없을지도 모른다...


최근 혈당 스파이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순서로 섭취하는지에 따라 혈당이 크게 출렁일지, 잔잔하게 유지될지가 달라진다고 한다.

문제에 대한 속도와 깊이도 마찬가지 아닐까. 성공적인 초기 스타트업에서 중기로 넘어갈 때, 이전의 성공방정식대로 작은 문제를 빠르게 푸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면 언젠가 잔뜩 남아있는 어려운 문제들로 인해 리소스 스파이크로 인해 버티지 못하는 타이밍이 생길지 모른다.


최근 한기용님이 이야기 해주신 '이전의 나의 장점이 지금의 나의 단점일 수 있다' 라는 말도 비슷한 의미일 수 있겠다. 나부터 이런 변화에 잘 맞춰나갈 수 있도록 종종 깊이와 속도의 밸런스를 체크해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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