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1주일 일본 살이 #2/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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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선 언니가 그랬어요. 습관이란 건 무서운 거라고. 서식지에서 837km 떨어진 곳인데도 여전히 7시에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에서 쾌변을 때리니 어김없이 찾아오는 허기. 자, 아침을 먹자!
뭐가 좀 허접해 보이죠? 숙소 부근이 교토역 외곽이라 근처에 뭐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기분이 쌔~해서 어제 들어오는 길 편의점에서 뭘 좀 사왔거든요. 물을 끓여 면을 삶고 전자젠지에 데운 커리를 부은, 간단한 커리우동. 감자 베이컨 샐러드와 반숙란도 곁들였습니다.
면이 좀 남았으니 이걸로 내일 아침도 해결되겠네요. 우동면이라고 하는데 이건 여지없이 칼국수 필링. 포테이토 베이컨 샐러드는 좀 짜요.
어제 말한 것 처럼, 여행 보다는 1주일 동안 살러 온 셈이니 숙소 침대에 걸터앉아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이런저런 큰 일중 미룰 수 있는 것은 가능한 일본을 떠나는 다음주 수요일 이후로 미루고, 즉각 할 수 있는 일들을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12시 반. 오늘은 미시마 유키오의 대표작에서 나오는 금각사에 가보기로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전 금각사만 가려 하면 뭐가 꼬이더라고요. 처음 갔을 때도 길을 찾는데 스마트폰 배터리가 떨어져서 물어물어 가보니 두어 시간 후 은각사에 와있고, 두 번째 갔을 때도 엉뚱한 골목에서 헤메고… 이번엔 자전거로 가니 별 일 없겠지?
교통비가 비싼 탓도 있지만 일본은 자전거를 정말 많이 타고 다닙니다. 그런 만큼 자전거 대여 서비스도 발달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구글링을 해보니 숙소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무인양품에서 자전거 렌탈 서비스를 한다고 합니다. 확실히 원조 나라의 무인양품은 거대하더라고요. 쇼핑할건 없어서 바로 카운터로 직진. 구글 번역기로 자전거 빌리고 싶다고 치고 보여줍니다. 직원은 ‘아~ 와카리마시다’ 하고 컴퓨터를 타타탁 두들겨 보더니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구글번역기에 뭘 쳐서 내밀더라고요.
아씨!! 무슨 평일 낮에 자전거를 이리 많이 빌려!! 교토 내 여러 개의 무인양품 중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하는 곳은 여기 하나 뿐. 버스를 타고 가야하나 타박타박 무인양품이 있는 빌딩을 걸어나오는데, 맞은편 따릉이 비슷한 자전거 떼가 뙇!
PiPPA는 따릉이와 거의 같은 방식의 일본의 공유자전거라고 합니다. 외국인도 신용카드 등 온라인 결제를 할 수 있다면 앱에서 가입을 하고 사용할 수 있어요. 다른 요금제는 모르겠는데 1Day Pass는 하루 1,100엔. 따릉이 열배 값이기는 하지만 따릉이처럼 한두 시간에 한 번씩 갈아탈 필요는 없어요.
가입하고 자전거를 빌리려는데 갑자기 또 여행용으로 구입한 eSIM에 문제가 생겨 간신히 무료 와이파이존을 찾아 모바일 인터넷을 살려 내비게이션을 켜고 금각사로 향했어요. 사실 이번에 딱히 금각사를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2014년 처음 교토에 왔을때 먹었던 쇠고기 커리 오므라이스를 다시 맛보고 싶었거든요. 그집이 일찍 닫았던 것 같은데….
죽어라 달리다 보니 웬 마츠리 행렬? 처음엔 아이들이 지나가더니 이제는 어른,좀 ‘끕’이 높아 보이는 가마도 지나가고…. 거의 행렬이 20분 남짓 지나가는데 정말 단 한명도 토를 달지 않고 기다리는 모습은 좀 대단해 보이기까지 하더라고요. 여튼 또 시간이 딜레이되어 뭐가 빠져 성별이 바뀔 것 같은 기세로 죽어라 페달을 밟아 오므라이스집에 도착하니 3시 27분.
아… 이 자태를 보세요. 커리 색이 진해보이지만 적당히 매콤하고 짭짤하니 좋아요. 소고기도 어금니로 깨물면 스르륵 무너질 정도로 부드럽기는 개뿔. 이 사진은 2014년 먹었던 사진입니다. 휴… 문 닫는 시간이 3시 30분이고 라스트 오더가 3시 10분이라는군요…
2017년도에 왔을땐 공사중이라더니… 사장님께 이 사정을 말해도 돌아오는 말은 그냥 쓰미마센, 쏘리... 점심은 포기하고 자전거 주차장에 파킹한 후 금각사를 둘러보기로 합니다.
두 번째 보는거지만 금각사는 여전히 금각사네요. 미시마 유키오가 저기에 왜 불을 지르고 싶었는지 그 심정을 알듯 말듯. 수학여행 집단이 와서 넘 시끄럽긴 했지만, 금각사 둘레길을 따라 차분히 걸어가면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금각사’를 되짚어 봅니다.
심한 말더듬이었던 미조구치의 아픔은 잘 모르겠고. 일본도 수학여행 시즌인지 고딩들이 많아서 겁나 시끄러워요. 일본애들 줄은 잘서는데, 솔직히 줄서서 수다 떠는건 어쩔 수 없잖아요. 여튼 금각사 주변 투어를 마치고 나니, 대웅전인거 같은 전각 앞에서 연신 절을 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
아 저 여자분은 향 연기를 머리로 끌어당기는건데요. 저렇게 하면 악귀를 막고 복이 온다고 합니다. 이제 해지기 전에 어서 철학의 길로 가봅시다!
철학의 길은 은각사 가는 길 부근에 있는데요. 자전거로 한 30~40분? 당연히 초행길이니 구글맵으로 대강 길을 확인하고 페달을 밟아봅니다. 한국도 요즘 마찬가지지만 일본에서는 자전거 타며 폰을 보면 벌금이래요. 외국인들은 아주 귀찮아진다고 하더라고요. 이어폰을 끼면 음성 안내도 해주는데 그것도 불법. 그런데 달리면서 보니 또 자전거 타는 일본인들은 너도나도 끼더란…. 이정표의 ‘은각사’만 따라가다가 처음 교토에 왔을 때 제가 왜 길을 헤맸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금각사’의 일본어 발음을 영어로 쓰면 ‘Kinkakuji’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정표를 보니 은각사의 영어 발음이 ‘Ginkakuji’더라고요. 이것도 모르고 계속 일본인들에게 ‘I wanna go to Ginkakuji’라고 외쳤으니!!
근데 이제 5시가 좀 안된 것 같은데 벌써 해가 지기 시작하네요? 느낌적인 느낌으로 일본이 대략 한 시간 정도 해가 빨리 뜨고 지는 것 같더라고요. 철학의 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컴컴… 자전거로 길을 둘러보는데 단풍이 애매하게 져서 그런지 별로 예쁘지도 않고… 오히려 철학의 길에서 숙소가 있는 교토역으로 오는 보통 길이 더 예쁘더란….
아차. 어제 술 같이 마셨던 숙소 친구랑 6시에 만나기로 했지? 가열차게 페달을 밟아 도착해 보니, 어라? 만나기로 했던 그 가게는 오늘 휴업. 근처를 찾아보니 문 연곳이 왠 할머니들만 잔뜩 모인 선술집과 한국 식당밖에 없더라고요. 일본이지만 한식 한번 도전해 보기로 하고 한국 식당 하즈키(葉月)에서 그 친구와 부어라 마셔라 아주 잘 먹고 잠을 청했답니다. 하즈키는 간단하게 넘길 정도의 가게가 아니니 추후 포스팅을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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