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1주일 일본 살이 #3 / 오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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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삶아먹은 우동 면이 남았으니 처리해야죠. 면을 삶아낸 후 어제 집에 들어오는 길 사온 고기조림 비슷한 것과 고추잡채를 얹어 아침을 해결했습니다. 매번 느끼지만 일본애들 참 짜게 먹어요. 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엄청 짜더라고요. 어쨋든 면식으로 아침 든든히 먹고 숙소를 나섭니다.
교토역으로 향하는 길. 예전엔 ‘일본’ 하면 무슨 미래도시 같이 생각했는데 이제 일본도 나이가 들어가는게 눈으로 보여요. 아무래도 교토가 좀 시골긴 해도 조금만 골목으로 들어가니 다 무너지는 골목이 한꽤 눈에 띄더라고요. 뭔가 공룡의 몰락이랄까…
오늘은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하는 날. 이번에 오사카는 사실상 중간 기착지 정도의 의미였고 제 입장서는 썩 볼 것도 없지만, 그래도 하루 정도는 오사카를 즐겨보기로 했어요. 그렇다면 할 것은 ‘결국 맛집 탐방! 며칠전 봤던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의 마츠다 상이 추천한 ‘로바다야키 이로하’가 생각나더라고요. 오늘 점심은 낮술이다!
난바 역에서 우메다 부근으로 걸어갑니다. 오사카에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산다더니 이로하 부근 우메다 도야마초 먹자골목에 들어서니 한국 식당 간판이 꽤 많아요.
죄다 삼겹살과 순두부, 부대찌개에 참이슬 까지… 뭐 어제 한식 먹었으니 이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군요. 마침내 도톤보리서 40분을 걸어 마츠다 상 추천 ‘로바다야키 이로하’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마츠다 상이 그렇게 쩝쩝거리며 맛있게 먹던 화로 야키니꾸와 생선 구이를 먹을 수 있는건가요?
하… 그러나 인간은 늘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법입니다. 첫날 교토 부근 나가오카쿄 역의 경험은 그새 싹 잊었나봐요. 한국과 비슷하게, 오사카도 밤 장사 하는 사람들은 점심엔 본메뉴 대신 ‘점심 특선’만 팔더라고요.
이로하도 마찬가지… 880엔 짜리 생선구이 정식을 시켜먹었는데 뜨끈한 돈지루에 반찬도 꼼꼼하니 꽤 잘 나오더라고요. 조금 찜찜하게 도톤보리로 돌아와 노트북 펴고 일을 하고 있자니 갑자기 오기가 확 치밀었어요. ‘아니, 내가 이 먼데까지 왔는데 좀 땡기는거 있음 먹어야 하는거 아냐!!’, ‘마츠다는 왜 점심에 거길 소개해서 날 헷갈리게 하냐고!’ 시간은 곧 다섯시, 어둑어둑해질 시간이니 곧 술을 팔겠죠? 또다시 우메다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오 역시 저녁땐 대우가 다르네. 종업원이 “블라블라 ‘란치’ 블라블라” 하면서 웃는걸 보니, 점심때 온걸 알아보나봐요. 이번엔 앉자마자 화로와 함께 나오는 생오징어 두 가닥과 레몬, 작은 쥐포 비스무리한 어포와 조미김. 번역기를 돌려 ‘간장 양념의 뼈 있는 쇠고기’와 ‘가리비 구이’ 두 가지를 시켜봅니다.
마츠다 상이 시켰던 생선구이는 낮에 먹었으니 됐고, 새우는 껍질 벗기기 귀찮아 패스. 화로는 그리 뜨겁지 않아 오징어는 천천히 익어가고… 금세 익은 어포와 김을 안주삼아 맥주를 홀짝이고 있으니 크, 좋네요!
마침내 나온 쇠고기, 음? 이거 그냥 LA 갈비인데… 마침 옆 자리에 손님이 와서 대충 줏어들으니 화로와 오징어/어포/김 세트를 가져다주면서 ‘오토시 이타시마스’인가 이야기하는걸 보니… 아, 그냥 저 화로는 기본 안주 같은거구나. 제길 난 화로구이를 먹고 싶었는데… 번역기로 ‘이 화로에 구워먹을 메뉴는 없냐?’고 물으니, 그런 메뉴는 없다네요. 마츠다 상 나빴어. 꼭 화로에 구워먹는 것 처럼 얘기해 놓고. 참, ‘오토시’는 일본 술집에서 자릿세 같은 개념인데요. 미리 ‘오토시는 필요 없다’고 말하면 거부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네요? 이건 또 다른 포스팅에서 자세히 얘기해보기로 하고...
마지막에 주방장이 ‘칸코쿠?’ 하며 서비스로 준 ‘카니미소’(게 내장) 굳힌 것과 니혼슈 한 잔도 좋았고, 가리비가 엎어지지 않도록 왕소금을 접시에 깔아 평평하게 올려주는 아이디어도 좋았어요. 아, 마츠다 상이 소중하다며 마신 가리비 국물은 겁나 짜더라고요. 그 국물로 쇼쥬 한 컵은 마셨… 뭐 분위기 좋고 음식맛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도톤보리로 타박타박 걸어오면서 뭔가 살짝 아쉽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우연히 도톤보리 구석 골목에서 눈에 들어온, 정말 ‘선술집’이 보입니다. ‘明星’(Myojo)… 홀린듯이 들어가니, 부부인듯 싶은 커플이 운영하는 철판구이집이에요. 자리는 한 10자리 남짓? 좀 특이한 메뉴가 있어 일단 주문하고 번역기를 돌려보니, ‘사슴 고기’???
철판에 기름을 두르고 굽다가 후추와 맛소금을 친 후 물을 조금 두르고 익혀 내어줍니다. 한 여섯~일곱 점 정도? 나름 고소하고 맛있더라고요. 먹다보니 입맛이 확 돌아 다른 메뉴도 시켰어요.
소힘줄 스튜? 내장과 힘줄 부분을 푹 끓여 약간 무국처럼 끓여내는건가본데 입맛이 확 돌대요. 어차피 이따 밤차를 탈거니 뭐 몇 잔 더 마시죠. 마침 옆 손님과 그냥 이런저런 일본과 한국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아 제가 도톤보리를 너무 무시했나봐요. 마음이 열리고 골목을 살펴보니, 이제 떠날 때인데 구석구석 재미있는 가게들이 많아 보입니다. 테이블 하나 있는 ‘스탠드바’에서는 제게 손을 흔들어주고… 하지만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일본에서는 밤새 달리는 ‘심야버스’는 또 처음이라, 나름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려 봅니다. 뭐 또 오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