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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쓰는맘 May 06. 2020

뉴스를 좋아하는 아이

시대에 공감하는 아이로

공부를 하는 이유는 진실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야


아이가 2학년 쯔음이었나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을

보려고 광화문을 찾았다  


세월호 천막을 지나면서 궁금해하는 아이를

위해 설명을 해두고 분향소에서

추모도 했다  


“누나랑 형아들이 모두 죽었어요?”


바다에 배가 침몰해 모두 죽었다는 슬픈 이야기를

아이는 무서운 이야기로 느끼고 있었다  


“왜 안 구했어요?”


이 작은 아이도 궁금한 당연한 질문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내 정치의식이나

내 판단을 주입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대신 다양한 사실을 전달하려고 애쓴다


세월호 상황과 구조 당시의 기사 등을 검색해 아이에게 보여줬지만  해답은 없었다


“엄마도 정확히는 몰라.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것 없어     그렇지만  형아랑 누나들이 너무 무서워하면서 죽었다는 거야 “


“엄마는 기자인데도 몰라요”


(엄마는 구제역으로 얼마나 소를 묻었는지

AI로 닭 몇 마리를 묻었는지 알아)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거야  

공부를 더 많이 해서 엄마보다 더 좋은 기자가 되면 세월호 형아들이 왜 죽었는지 엄마보다 잘 알 수 있어”


남편은 내가 이상한 데다 공부를 끌어 붙인다고

편찬하는 얼굴이었다


“공부를 더 많이 하고 더 노력해서

진실에 가까운 곳에 가는 곳에서 일하면

그 진실로  형아들이랑 누나들이 다시는 많이 죽지

않고 많이 다치지 않는 세상을 조금은 만들 수 있어”


설명이 잘 됐는지

모르지만 아이는

 “난 정말 공부 열심히 해서 꼭 사람을 구할 거예요”

흡족한 답을 내놓았다  



3학년 무렵인가 경교장에 갔을 때는

매달 하는 박물관 수업과 역사 수업으로

제법 들은풍월이 있는지

“엄마 김구 선생님은 안두희가 죽였어요  미국이 시켰데요”

나는 그때도 말했다

“미국이 시켰다는 것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어  

아마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겠지

진실에 가까워지려고 늘 공부하고 애써야 해”


윤봉길 의사가 김구에게 남겼다는

시계가 경교장에 있었다

시계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엄마 왜 울어요?”

“ 윤봉길 의사는 자기가 죽을 걸 알고 간 거잖아  시계를 남긴 것 자체가  이제 거기에 가면 죽을 거니까  나에게 이런 시계는 필요 없다는 거잖아  

엄마는 정말 대단한 분들인 것 같아”


아이는 우는 나를

윤봉길의 시계를 뚫어져라 봤다  



4학년 말 제주에서 43 평화공원을 찾았을 때

아이가 알아들을만한 43 사건 관련 영상을 보고

설명을 들은 아이는

공원을 들어가면서부터 침통한 표정이었다  


공원 한가운데

희생자 추모 비석을 보고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희생자 이름 옆에 쓰여 있는 나이를 보고

아이는 계속 울었다

“엄마 한 살 아기도 죽었어요”

어린아이들이 한 마을에서만 몇 명씩 죽어나갔다는

사실에 아이는 너무 마음 아파했다  


사삼 공원에서 추모  


방명록을 보고 아이는 또 한 번 울음을 터트렸다

방명록에는

한자씩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아 쓰여있었다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아이는 분명  시대와 진실에 공감하고 있었다



얼마 전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

사일구 60주년 방송을 했다


이한열 열사와 박종철 열사  김주열 열사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아이는 참 많이 울었다  


우리가 뽑고 싶은 사람을 뽑고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소리 내 말하는 것이

모두 그들의 희생에 더해진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 아이는

선거 이야기를 더욱 궁금해했다  


내 아이는 이런 이유로 뉴스를 좋아한다

뉴스를 보고 잘 운다

이천 화재사고를 보고 유가족이 우는 모습에서는

“얼마나 뜨거웠을까”

하고 눈물짓고


안동 산불 뉴스를 보면

산이 모두 타버려서 갈 곳이 없을

산짐승들을 생각하면서 운다


청승맞은

아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 아이는 시대에 공감하는 아이로

자라나고 있다


그리고  내 아이가 다 자랐을 때는

지금보다 조금은 덜 슬픈 시대가 돼 있을 것이라고

세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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