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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컬하이커 Dec 04. 2020

이것저것, 모든 걸 하고 싶은 나에게

나는 왜 자기 계발에 빠지게 되었을까?

그래서 도대체 네가 하고 싶은 것이 뭔데?


당황스럽다. 내가 정작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혼란스러웠다. 나는 왜 이러는 걸까? 소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는 없을까? 무엇이 그토록 나를 힘들게 하는가. 왜 '나만' 이런 걸까라는 생각이었다. 내 주변은 아무 문제없이 살아가는 듯했다.


문구와 팬시를 좋아해 문방구를 차리고 싶어 했던 나, 찬양집회에서 멋진 인도자들을 보곤 카리스마 있는 찬양인도자가 되고 싶어 했던 나, 한지공예를 배우며 소소한 공방을 차리고 싶어 했던 나,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드라마 커피프린스의 주인공처럼 멋진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 했던 나, 여행을 다니며 마음껏 세계를 누비는 여행가가 되고 싶었던 나... 나는 무엇이 그토록 하고 싶었고, 무엇이 되고 싶었던 걸까?


이런 물음과 더불어 많은 생각과 고민을 떠안고 있는, '어떤 한 가지 일을 꾸준하게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싫었다. 그런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나만 이럴까. 인내심이 없고 주위가 산만한 사람처럼 비쳤고 실제 나 조차도 그렇게 나를 평가했기 때문이다.



책 하나를 소개받았다. <모든 것이 되는 법>, 부제는 꿈이 많은 당신을 위한 새로운 삶의 방식이란다. (아! 그전에 이 책의 저자인 에밀리와프닉의 TED 강연(Why some of us don't have one true calling | Emilie Wapnick) 봤다.) 나를 위한 책인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구입해 서문을 읽는 순간.


... 이 책은 하나의 집중 대상을 선택하고 나머지 다른 관심사들은 포기해야 하는, 그런 상황을 원치 않은 사람들을 위한 책... 새로운 것을 창조하며 여러 정체성 사이를 오고 가는 데서 기쁨을 찾는, 별난 사람들은 위한 책...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를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달까. 왠지 이 사람은 나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서문을 지나 순식간에 글에 빠져든다. 16페이지는 더 그랬다.


... 무언가에 매료되어 빠져든 채 관련 기술을 습득하고는 이내 흥미를 잃어버리는 패턴은 나를 상당히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여러 분야에 돌아가면서 관심을 두는 건 오직 나뿐일 것이라 생각하니 외롭기까지 했다...


살짝 코끝이 찡했다. 내 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공감해주고 위로하는 말이었다. 이 책을 다 흡수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진한 색 형광펜을 집어 들었다. 19페이지도 진하게 그었다,


...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나로서 사는 삶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이해하려 애쓴다. 이는 외부적인 동시에 내부적으로도 커다란 압력이며, 실존적 회의 및 정체성의 혼란과 뒤섞인다. 이런 혼란은 청소년기에만 겪는 것이 아니라 대게 일생에 걸쳐 지속된다...


바로 이것이었다. 청소년기에 겪는 사춘기를 넘어 '어른이'들이 겪는 오춘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평생 꼬리에 꼬리를 물 것 같은 그런 압박감이 있었다. 이 혼란스러운 시기가 지나면 다 해결돼 있을 거야라는 주변의 조언도 다 소용이 없었다. (갑자기 생각나 얘기하고 싶은 건데 모든 것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우월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 책은 나 같은 유형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챕터별로 소개하고, 그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여러 기술과 팁들을 알려주며 마무리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의 모습을 돌아보며, 내가 어떤 사람이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확하게 내가 이러한 사람입니다라는 것을 책을 통해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거창하게 얘기하면 나의 정체성이 확립된 것이다.


이제 앞으로 나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나 사용법)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시작하라고 했던가. 자기 계발도 '자기'를 알아야 '계발'할 것이 아닌가. 무엇보다 현재의 나를 제대로 알아야만 했다. 나의 현 상태를 정리하고 나를 돌아보고 다듬고 가꾸는 작업이 먼저 필요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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