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수면 위에 비친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종종 시간을 잊곤 한다.
삶이 무거워질 때면 나는 공간을 찾아 떠난다. 전시관이나 미술관 같은 예술 공간을 찾는 건, 어쩌면 현재의 나를 잠시 내려놓고 싶은 의식적인 선택일지도 모른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뻔한 생각들을 비우고, 그 자리를 새로운 감각으로 채우고 싶은 갈망.
올해 생일, 나는 그런 갈망을 안고 원주로 향했다.
면허를 따고 일 년이 지나 처음으로 빌린 차로,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나를 잠시 벗어나고 싶었다.
혼자였다면 망설였을 긴 드라이브였지만, 옆자리에 친구가 있어 길은 외롭지 않았다.
뮤지엄 산으로 향하는 길,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이 내 마음의 무게를 조금씩 덜어냈다. 바람이 불어오는 창틈으로 묵은 감정들을 실어 보내며, 나는 조금씩 가벼워져 갔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 공간에 들어서면, 먼저 고요함이 나를 맞이한다.
차가운 콘크리트 벽면과 따스한 자연광의 대비는, 마치 내 안의 상반된 감정들을 조화롭게 아우르는 것만 같다. 고요한 수면 위에 비친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종종 시간을 잊곤 한다.
제임스 터렐관에서 마주하는 빛의 예술은 또 다른 차원의 경험을 선사한다. 이곳에서 나는 마치 우주 속에 홀로 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일상의 모든 소음과 혼돈이 사라지고, 오직 빛과 나만이 존재하는 순간. 그때 비로소 나는 진정한 평화를 만난다.
무언가를 채우고자 하는 의식적인 행동. 현재의 나를 잠시나마 잊고자 하는 의도적인 선택. 그것은 결코 도망이 아니다. 오히려 나를 더 깊이 마주하기 위한 용기일지도 모른다. 예술가들의 감각과 추상을 머리에 쌓으며, 나는 조금 더 새로운 나에 가까워진다.
이렇게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일상의 굴레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렇게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일상의 굴레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내년 생일에도 그 공간에 다시 찾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