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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정 Nov 11. 2024

멀어진 회상

어느새 20대의 끝자락에 서게 되었다. 여전히 도시의 불빛은 찬란하게 빛나지만, 그 속에서 나는 문득 멈춰 서게 된다. 

획일화된 사회의 교육 체계와 고정된 관념 속에서 살아온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 가슴 한편에 깊이 스며든 아쉬움이 느껴진다. 조금 더 어렸을 때, 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내 어린 시절의 꿈은 남들과 다소 달랐다. 나는 영화과에 진학하여 나만의 이야기를 펼쳐내고, 독창적인 세계관을 지닌 작품을 창조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 꿈은 현실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점차 흐릿해졌다. 가족들은 안정적인 직업과 경제적 안정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았고, 나는 그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그 길을 따르게 되었다. 사회가 정의한 '안정'이라는 틀 안에서 20대를 보냈다. 그 틀은 나를 보호해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의 창의적 열망을 억눌렀다.


인터넷에서, 여러 전시와 공연을 보면서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눈빛에 담긴 자유로움과 열정이 부러웠다. 그들은 자신만의 색채를 잃지 않고, 사회가 규정한 기준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은 마치 한계 없이 자신의 색깔을 펼쳐 보이고 있었다.

 그들의 작품과 목소리에는 사회적 관습을 초월하는 진정한 자유로움이 담겨 있었고, 나는 그들을 동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약과 경제적 안정에 대한 두려움은 나를 붙잡았고, 나는 결국 나만의 길을 선택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로 인해 남은 것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깊은 아쉬움과 후회였다.


왜 그때 나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정작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을까? 왜 사회가 제시한 성공의 기준에 매달렸을까? 시간이 지나며 깨달은 것은, 진정한 행복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향해 나아갈 때 비로소 얻어진다는 것이다.


비록 때로는 늦었다고 느껴질지라도, 그 순간이야말로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점이다, 청춘의 한가운데에서 불타오르는 열정과 현재의 나는 분명히 다르다. 그때의 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더 많은 도전과 실수를 경험할 수 있었다. 실패조차도 나만의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그때와 다른 위치에 있지만, 여전히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기회는 남아 있다.


작지만 꾸준하게 나의 길을 찾고자 한다. 휴대폰 메모장에 떠오르는 모든 것을 적어두고 보관하며, 시간이 날 때 좋은 영화나 영상들을 찾아보고, 주말에는 전시들을 찾아가 감상하며 영감을 얻고 있다. 늦게 시작했을지라도, 지금부터라도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후회는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미래를 그리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상상해 본다.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서 있는 감독일 수도, 아니면 작은 전시관에서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예술가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곧 이내 생각을 바꾼다. 그 모든 가능성은 아직 정해진 것이 아니며, 여전히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가능성을 지켜보고, 내 안의 열망을 믿으며 앞으로의 선택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다.


삶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며, 그 선택들은 때로는 후회로, 때로는 기쁨으로 다가온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남들이 말하는 성공이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배우고 있는 삶의 방식이다.


 후회로부터 벗어나겠다고, 더 이상 타인의 기준에 나를 가두지 않겠다고. 작게나마 다짐한다.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히 생각한다. 

"지금 시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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