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호모 사피엔스의 추락,
그것은 현생인류의 직무유기다!

호모 사피엔스의 추락, 

그것은 현생인류의 직무유기다!



지난 오랜 세월 

자칭 ‘만물의 영장’이었던 인간은 

인공지능이란 새로운 종(種)의 아래로 예속되고, 

인공지능 로봇에 종속될 수 밖에 없어,

 ‘인간성(humanity)’ 자체가 의미 없이 추락하는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인간의 뇌는 우주 공간처럼 너무도 광대하여 과학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모든 기능과 역할을 해독하지는 못하고 있다. 게놈 프로젝트(Genome Project)틀 통해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그린 것만으로도 눈부신 발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간이 창조 발전시켜온 과학·기술문명은 지구 상 동식물의 생태적 관점에서 볼 때,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는 칭호가 틀린 것은 아닌 것 같고, 인간의 상상력과 그 생각하는 능력으로 학명 ‘호모 사피엔스’라 붙인 것도 적절한 명칭으로 보인다.

 
 
‘만물의 영장’, 인간에 대한 이 칭호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고 보는 ‘상상(imagine)’하고 ‘생각(think)’하는 인간 두뇌능력의 총체적 호칭이다. 상상과 생각의 능력으로 지금의 과학·기술문명은 발전해왔다. 그리고 상상·생각과 과학기술 문명의 발전, 그 가운데에 ‘지식(knowledge)’이 있다. 그 지식 역시 상상·생각의 결과물이고 ‘책(book)’을 통해 축적되어 왔으며 ‘교육(education)’을 통해 대대손손 전달되어 오고 있다.
 
 
이렇게 보면 지식과 책 그리고 교육이 ‘상상과 생각’ 그다음으로 문명 발전의 중요한 매개체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명의 핵심 전달매체 중의 하나인 책 읽기가 무너지고 있는 디지털 이 시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제 교육도 지식 중심보다 탐구학습을 강조함에 따라 자기 주도 학습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디지털 e-북 읽기로 전환되고 있다.
 
 
물론 종이가 아닌 e-북으로 책을 읽으면 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 문제는 e-북으로 읽을 때와 종이 책으로 읽을 때의 차이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단적으로 말해 일반인들에게 e-북 읽기는 ‘훑어 읽기’를 통한 정보 수집용이고, 종이 책 읽기는 ‘깊이 읽기’에 의한 생각과 상상의 출발점이 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디지털 디바이스를 활용한 책 읽기를 많이 하게 되면, ‘뇌의 가소성 원리(뇌의 신경 경로가 외부의 자극, 경험, 학습에 의해 구조 기능적으로 변화하고 재조직화되는 현상)’에 따라 우리의 뇌 근육은 수축·감소하게 된다. 뇌 수축은 사고 활동을 줄이게 되고 상상의 범위도 좁아지게 만든다. 생각하는 뇌 세포 활동의 감소는 인간의 성정(性情) 측면에서 단순하고 충동적이며 즉흥성을 보이는 동물적 뇌로 퇴화시켜 버릴지도 모른다. 그다음, 퇴화된 인간 뇌의 빈자리는 인공지능의 기계적 뇌가 차지하게 될 것이고, ‘특이점’의 도래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결국, 지난 오랜 세월 자칭 ‘만물의 영장’이었던 인간은 인공지능이란 새로운 종(種)의 아래로 예속되고, 인공지능 로봇에 예속될 수밖에 없어 ‘인간성(humanity)’ 자체가 의미 없이 추락하는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간 능력의 약점과 취약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생활 방역을 하면서 치료 백신이 개발되길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 모든 연구와 정책 결정, 미래 방향 설정에서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 인간이 갑(甲)이 되고 그 외의 동식물 등 모두를 타자화 시켜 을(乙)로 묶어 버리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환경문제뿐 아니라 인공지능 등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 상황(딥마인드의 알파고 제로, 오픈 AI의 GPT-3, 뉴럴 링크의 더스트 칩, 미 국방성 DARPA의 알파 도그파이터 등등)을 볼 때, 이제 우리는 타자와의 ‘공존공생(symbiosis)’의 관계를 이해하고 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과연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고 이 지구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종(種)이라고 할 수 있는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상기후와 태풍·폭풍 그리고 전염병 등 많은 현상들은 인간을 힘없이 뒤로 숨어버리게 만든다. 지금까지 인간은 스스로 만든 ‘만물의 영장’이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고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이 지구에게 못할 짓만 해온 것 같다. 모두가 인간 중심적 사고의 결과물 들이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호모 사피엔스가 추락하는 상황이 오기를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뉴럴 링크의 더스터 칩(Dust Chip)과 같은 ‘휴먼 증강(human augmentation)’ 기술로 인간의 능력을 반강제적으로 ‘증강(enhance)’시키는 것이 서서히 다가오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의 주장대로 인공지능의 기술적 진화가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 속도를 추월하는 ‘특이점(singularity)’이 2045년에서 최근 2029년으로 그 시점이 앞당겨졌다.
 

        휴먼증강/웨버주립대학교(Ogden, Utah)

 과연 어떤 미래가 다가올까. 그 미래가 부정적이라면 그 미래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국가 지도자, 정치인, 경제학자, 과학기술자, 종교지도자, 교육자 그리고 현재 알려진 각 산업분야의 지도자들 중 누가 그 책임을 질까. 질문을 던질 수도 없다. 왜냐하면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 종(種)의 학명으로 부여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인간에게 그 ‘생각하는 힘’으로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부여했다. 그 지위는 지구 상의 그 어떤 것도 아닌 우리 스스로가 부여한 지위다. 종교적 관점으로 말해 인간의 형상을 한 우주 만물의 창조자 이신 신이 주셨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2020
년 현재, 21세기 초엽을 4차 산업혁명 시대라 부르고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 이른바 혁명적 기술들을 발전시키면서 생존을 위한 범국가적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현실세계와 상상의 공간에다 디지털 가상공간(VR)과 혼합 공간(MR)이 추가되면서 인간의 생활공간과 지적 지평을 확장시키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한 마디로 인류 문명을 지탱해온 기존의 산업 기술들을 재조직하고 심지어는 그동안 우리가 지켜온 정신적인 가치와 믿음까지도 재구성하면서 모든 것을 새롭게 재창조해 나가고 있다.
 
 
인간의 지적능력이 무한하다는 가정을 한다면 긍정적 해결책은 분명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처럼 인간의 교만과 오만이 지속된다면 특이점의 도래와 더불어 인간성의 추락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휴먼 증강(human augmentation)에는 육체적 증강뿐 아니라 정신적 증강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호모 사피엔스로 생각하는 힘과 지성을 기반으로 한 인간의 창의역량을 재점검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과학기술 발전의 기반인 ‘지성(intelligence)’과 인간 정신을 그 뿌리서부터 지탱해오고 있는 ‘영성(spirituality)’을 융합시켜 ‘특이점’을 대비하고 ‘인간성’을 유지 발전시켜야 할 능동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인간의 창의성을 키우고 창조력을 발산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일차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담은 책 읽기를 통해서다. 학교 교육에서는 지금까지 축적해온 인류의 지식을 담은 분야별 책들을 활용, 생각하게 하는 ‘깊이 읽기’를 통해 초·중등 학생들의 디자인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 그리고 비평적 사고를 촉진시킬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가져야 한다. 더불어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의 토대가 되는 수학적 사고능력 개발도 중요하다. 바로 디지털 융홥인문학의 ㅌㅗ대가 된다.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창조적 융합인재는 이렇게 만들어질 것이다.
 
 2020
년 가을, 언택트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화되고 개인적 시간이 과거 어느 때보다 많아진 지금, 시집이나 수필집 또는 좋아하는 소설을 한 권 읽으면서 생각의 지평을 넓혀보자. 코로나 사태로 메말라 가는 인간적 정서를 발라드와 트롯을 듣고 따라 부르면서 회복시키고, 우리의 일상을 더 활기차게 만들어보자. 주말이 되면 가족들과 가까운 갤러리를 방문하여 그림들과 대화도 해보자. 그 속에서 새로운 삶의 방향이 보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삶의 행복도 만들어질 것이다.
 
 
또,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쇼팽, 쇼스타코비치, 말러, 피아졸라에 이르기까지 고대에서 고전·낭만파 음악가들과 근·현대의 작곡가들이 인류에게 선사한 아름다운 클래식 명곡들을 들으면서 우리의 창조적 감성을 확장시켜 나가 보자. 그 창조적 감성이 바로 모라벡의 역설처럼 인공지능이 못하는 것을 인간이 쉽게 잘하는 인간의 강점이 되고, 호모 사피엔스의 '인간성(humanity)'을 지키면서 그 의미와 가치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차별적이고도 우월적인 기반이 될 것이다.
 
인문학자들이여!

인공지능 시대 호모 사피엔스의 추락, 그것은 현생 인류의 직무유기임을 알아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인공지능 시대, 인문학은 무엇을 할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