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을 향해 달려가는 내 파편들
시간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검뿌연 하늘을 마주한 채로 나는 씩 웃어보였다.
치아 교정을 하다가 신경이 죽어 회색빛이 맴돌게 된 앞니가 하늘의 몽롱함에 녹아든다.
쉽지 않은 것 같다. 남을 태워야만 앞으로 가는 용암같은 존재가 되지 않으면서도 타들어가는 재가 되지 않는 것이. 난 나와 너의 주체적인 행보들을 어떻게 존중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그러한 행보를 유지할 수 있을까.
오늘따라 초록잎을 아직도 한아름 품고 있어야 하는 소나무보다는 왠지 시야 저 편에 위치한 빈 나뭇가지가 더 시원하고 가벼워보인다.
마치 저 나무는 다시 한가득 담아낼 준비를 하고 있는, 비울 줄 아는 자 같이 느껴진달까. 뭔가 지금 내게 필요한 정화의 시간을 갖고 있는 듯해서 그런걸까. 시작과 끝을 구별할 수 없는 성찰의 순간으로 빈 가지만 남았음에도 소나무 못지않게 곧게 서 있는 저 모습이 멋지다. 날 것으로 돌아가 꾸밈없는 자신의 뼈대를 내다놓고 바람에 질책당하고 있는 모습을 숨기지 않는 저 나뭇가지가 정말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