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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치 Jan 09. 2020

[2020년의 휘청휘청]-1

1월 9일, '새해'에 맞이하는 '같은' 좌절

1. 새해를 맞이하고 '기본적'으로 지켜보자는 계획들을 세우고, 다짐하고, 올해는 예년과 다를거라 다짐했으나, 올해도 어김없이 나는 아직 같은 나였고, 허덕였고, 같은 고민들에 비슷한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었다. 나는 아직까지 사회학이 뭔지, 사회학 연구라는 것이 뭔지, 제대로 감도 잡지 못한 것 같았던 반면에 내 옆의 사람들은 너무나 빠르게 정진하고 있었고, 같은 자리를 맴도는 듯한 나는 마치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듯한 불안한 심정이었다.


2. 이는 내가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고 있음을 인정한 지 몇 년이 지나고서야 치료를 받으며 힘들었던 몇 년간을 마치 '잃어버린' 시간이었던 듯이 후회하고, 곱씹고, 절망했던 것에서 그간 몇년간 다른 '대상'을 가지고 반복된 패턴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걸 안다. 이런 '패턴'들이 계속해서 반복되어가고 있고, 나는 결국 이 불안감에 압도되어 또 다른 시간을 '낭비'했으며, 그것은 미래의 후회로 또 다시 돌아왔으며 또 다시 올 것이라는 걸.


3. 그럼에도 쉽사리 나의 '패턴'은 극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로부터 도피하고 싶고, 나의 발전을 너무나 강렬히 원하는 반면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 해야되는 노력들은 불안감에 정처없이 이것저것 찔러보다가 끝나곤 한다. 내가 느끼기엔 '기본'도 안되어있는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 무수히 많아서, 그 무수히 많은 것들 사이를 뛰어다니다보면 결국 한가지도 제대로 못한 채 몇일, 몇개월이 흘러가버리곤 하고, 또 다시 그 간극은 나를 우울감으로 몰아넣었다.


4. 오늘의 포인트는, 내가 그간 느끼고 암담해하며 끝냈던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부터 이런 것이 반복된다는 것을 '알았지만'서도 반복해왔던 것을 비로소 줄글로써 적어냄으로써, 약간은 다른 액션을 취했다는 것이다. 이런 '다른 액션'들이 모여서 결국은 지금 느끼기에 '기본도 안되어있는' 나를 일으켜세우고, 학위과정을 끝내고, 또 다른 길로 나아갈 수 있으리란 걸 믿는다. 근거없을지라도 나는 나를 믿는다고 숱하게 떠들어왔다. 그것은 사실은 나를 믿지못함에서 비롯된 떠벌림일수도 있겠지. 그렇게 말로라도 내뱉으며 불안한 나를 잡아주기 위한 외침들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또 차분히 이 곳에 적어보는 건 그런 보여주기식의 '외침'과는 약간 다른 궤를 띈다고 생각한다.


5. 오늘의 좌절/도피에서 기인한 불안/우울감을 '패턴'으로 다시금 정의하고, 적어내리면서 내게 필요한 건 과연 그, 내가 놓치고 있는 '기본'들이 무엇인지 정리해보고 그것을 차근차근 메워나가는 법이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제 20대 중반의 마무리를 내다보고 있는 나로써는 너무나 불안하고, 남들과 비교를 하지 않는다는 게 어렵지만서도, 이것을 멈추지 않을 땐 끊임없이 제자리걸음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하나 하나 채워나가는 수밖에 없다.


6. 언제나 그래왔듯이 말만으로, 글만으로 끝나지 않기를 강렬히 열망하고, 거창한 시작이 연기같은 끝으로 끝맺지 않기를 바라며 올 '새해'에도 영락없이 반복되는 나의 '패턴'을 정리하는 것으로 이 글을 끝내본다. 나의 휘청거림이 마침내 발걸음을 얻어 사뿐사뿐 어디론가 나아가기를. 내 부족함에 압도되어 가라앉기보다는 내 부족함을 차근차근히 채워나가는 것으로 이 불안감을 극복해나가는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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