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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치 Mar 20. 2020

[2020 파편모으기] 붉은 파편

글모음을 향해 달려가는 내 파편들

내가 써두었던 글들을 하나 둘 간직하고 다시 예상치 못한 때에 들여다보는 것은 때로 새로운 글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다른 글로 향하는 실마리로 작용하기도 한다



<0320의 fiction-글파편>



너무 화가 나고 너무 분했다. 내가 세상의 표준으로써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으리란 것이. 나는 ‘심리적 이단아’로써 일컬어지는 그림자 안에서만 활보할 수 있지. 종종 아량을 베풀 듯 가끔 제공되는 환대에 눈물겹게 감사해야한다는 사실이 역겨워서 토가 났다. 헛구역질을 두어번 하고서는 몸을 들끓는 뜨거운 분노감에 뭐라도 하지 않으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손을 바르르 떨며 나를 ‘정상적인 규범’ 아래로 포섭해줄 것을 약속한 약 한 알을 털어넣는다. 나는 정상인이 되기 위한 그 ‘의무’를 다했으니 이제 보다 더 내가 느끼는 이 거센 분출감을 향한 열망에 솔직해지기로 한다. 



내가 자아가 생길 즈음부터 이런 모멸감은 항시 질기게도 따라다녔다. 



섬광.


굉음 소리.


마구 달리는, 달리고 달리고 달리는 멈출 수 없는, 이제 멈춰서는 안됨을 드러내는 다급한 발길질.


---



“내가 보기엔 그거 히스테리야. 


마치 길 걸으면서 내가 느끼는 그 섹시한 여자들 볼 때 섹스하고 싶은 그 느낌 있잖아, 그걸 전혀 분출할 수가 없을 때, 그게 계속해서 묻히고 묻히다보면 자연스레 생기는 그 억압감. 그거야.”



“야 웃어, 재밌자고 한건데 뭘 그래 진지한 새끼”



“” “” “”



“미용실에서 그런거 있잖아. 그런 진짜 한겹 우정, 한 겹만 벗겨내면 금새 그냥 뒤에서 씹어대는 소빗거리로 전락하는거. 그게 대부분 보편적이지. 아줌마들 대화나누는 거 들어보면. 난 그게 진짜 솔직히 들으면서 - 같은 여자로써 - 쪽팔리더라고”



"하 - 웃기는 얘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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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막이 내려온다.

위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암막을 맞으며 몇 겹의 장막을 더 둘러쓴다.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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