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SCM PI의 어제와 오늘
PI를 비롯해서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의 목적은 수행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SCM PI의 결과물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2000년대 SCM은 누구보다 경영진이 주요 청자였다. 삼성전자의 DNA에 목마름을 느꼈거나 아니면 IT를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경영진들은 SCM을 너도나도 도입하려 하였다. SCM PI도 당연히 경영진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프로젝트 결과물이라고 하는 산출물도 경영진을 위한 장표로 채워졌다.
왜 SCM을 도입해야 하는지? 선진 사례는 어떤 것인지? 앞으로의 비전은 어떤 것인지? 회사 차원에서 정량적으로 혹은 정성적으로 좋아지는 것은 무엇인지? SCM 도입 후 경영진이 리더십을 발휘해 이루어야 할 혁신 활동은 무엇인지?
과거의 SCM PI는 컨설턴트들을 통해서 이러한 경영진의 물음에 충실한 답을 제공하였다.
하지만 이제 2022년, 바야흐로 SCM을 도입한지도 20년이 넘은 시점이다. 오늘날 SCM을 도입하려는 기업들의 상황은 어떨까?
이제 SCM은 메타버스나 인공지능처럼 핫한 IT Trend가 아니다. 오히려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나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처럼 관련 부서가 있고 관련 부서에서 추진하려는 시스템이라는 성격이 강해졌다.
그러다 보니 왜 SCM을 도입해야 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답해야 하는 필요성이 더 이상 강하지 않다. 경영진의 관심도 과거처럼 뜨겁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위에서 아래로(Top-Down) 내려가는 방식보다는 아래에서 위로(Bottom-up) 올라가는 방식에 적합한 시스템이 된 것이다. 비전을 세우고 혁신의 드라이브를 걸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선진 사례는 어떤 가? 이제 많은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SCM의 요체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책을 통해서 소개가 되기도 했고 수많은 프로젝트들을 통해 컨설턴트들이 전파도 하였다. 그리고 이미 SCM을 경험한 사람들이 기업들에 뿌리를 내려서 새롭게 선진 사례라고 할 만한 내용이 마땅치 않게 되었다.
SCM의 도입 효과는 어떠할까? 과거 SCM PI의 산출물을 보면 항상 빠지지 않는 기대효과가 있었다. 고객 대응력이 몇 % 올라가고 정시에 맞춘 배송(On Time Delivery) 비율이 얼마나 좋아졌으며, 재고 비용은 얼마나 감소했는가 등이다.
기대 효과만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SCM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트리거 역할을 해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과거 SCM PI에 비해서 경영진 용 보고서의 필요성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이제 SCM PI의 주요 청자는 경영진이 아니라 실무진이다. 실무진 중 제일 중요한 청자, 혹은 고객은 솔루션을 도입했을 때 이를 사용하게 될 현업 부서가 된다. 그리고 두 번째 중요한 고객은 PI의 결과물을 직접 시스템 개발에 도입해야 하는 시스템 설계자와 개발자이다.
이러한 변화 때문에 오늘날 SCM PI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불필요한 보고서를 치우고 더 현업 지향적으로 더 개발 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게다가 이 변화는 SCM PI의 가격표를 내려가게 해 주는 효과도 있다. 경영진을 위한 PI 보고서 작성을 위해 필요했던 컨설턴트들의 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더 개발 지향적인 PI 산출물은 개발 기간과 비용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회사는 SCM을 도입하기 위해 아직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그렇다면 과거의 SCM PI 방식으로 하면 될 것이다. 옛날의 것(old)이라고 해서 모두가 낡은 것(obsolete)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