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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을하 Mar 09. 2020

화원으로의 동행,

음표가 되어

[ 함께 들으면 좋을 곡 : 비밀의 화원(아이유) ]





    올해 편입을 도전하기로 했다. 3월 9일, 편입 학원 개강날이다. 2월 한 달 동안, 큰 골격 위주의 워밍업 수업을 받았고, 3월부터가 본격적이라는 학원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각오에 각오를 다지고 있는 전날 밤이다.



    사실 진심은, 정말 하고 싶지 않다. 앞선 두 번의 입시에서 반복된 내, 외부적 상황을 겪으며, 깊은 두려움이 자리 잡은 듯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또다시 반복되고 나는 좌절하고 말 것이라는 그런 상상. 내가 아무리 기를 쓰고 덤벼도, 또다시 짓눌리고 말 것이라는 패배감.





    고3 때 맞이했던, 첫 번째 입시에서는 중도 포기를 했었다. 도무지 비워지지 않는 생각들과, 회복될 수 없는 관계, 잊히지 않는 상실. 무너진 가슴으로 하루의 숨을 무사히 쉬어 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 당시에 대학 지원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무조건 재수를 하겠다며, 반대하시는 부모님의 말씀을 결코 귀담아듣지 않았다. 



    두 번째 입시를 준비할 때의 기도제목은 포기하지 않도록, 도망치지 않게 해 주시라는 것이었다. 결과가 어떠하든 마침표만큼은 꼭 찍자는 바람이었다. 첫 번째 시도에서는 그렇지 못했기에. 당시에는 실패라 생각했지만, 걸음을 돌이켜 보면 기도제목은 이뤄져 있었다. 입시의 ‘ㄱ’부터 ‘ㅎ’까지 악착같이 하면서, 닥쳐왔던 내, 외부적 요인들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수두룩했지만 끝내 끝맺음은 지었으니. 그때의 후회되는 상황들 앞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몇 번을 돌이켜 봐도 같은 걸음이다. 진심 앞에서 무심으로 무시할 능력이 없기에. 그래, 남들의 시선이 어떠하였던, 내게 있어서 최선이었다면, 최선인 것이다. 나의 최선을 남들의 기준으로부터 비롯된 다른 어떠함으로 정정하지 않으련다. 





   

    이번이 세 번째다. 입시가 아닌 편입이지만, 도전함에 있어서는 그렇다. 겪어 온 시간들과 지금의 나를 보면 두려움만 하나 가득 앞선다. 그래서 도전 초입에는 올해만큼은 무탈하게 지나가게 해 주시라고 간절히 빌었다. 하지만, 어쩌면 필연과도 같은 계절의 흐름을 닮은 나의 삶. 봄에는 피어나는 행복들에 샘 솟아나는 듯하며, 여름에는 뜨거운 열기에 마르는 듯하면서도, 이를 발판 삼아 보다 푸르게 자라며, 가을에는 낙엽이 지듯 몰아친 시련들에 한없이 흔들리다, 오리온자리가 뜨기 시작하는 겨울에는 그 모든 설움 가운데 새하얀 눈이 포근히 덮어주는 듯, 추우면서도 따스하였다. 부정해도 결국 마주해야 할 고난들이라면, 정면으로 맞서련다.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 중 한 구절,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와 같이. 매년 어김없이 찾아드는 고난을, 이제는, 정면으로 맞이하겠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그저 수용하겠다고 입술을 다물고 다짐해 본다. 다가올 시련들 앞에서 그럼에도 굳건하게, 그렇게 후회 없이 공부하여 끝내 마지막에는 기어이 웃어 내겠노라고.  이제는 알고 있기에, 해낼 수 있다. 모든 순간에 한결같이 평온할 수 있는 날씨도 바다도, 그래 이 세상 무엇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동시에 영원한 고난 같은 것도 없다는 것을. 비가 내리고 축축이 젖은 땅 위로 아름다운 꽃송이가 피어나듯이, 고난 끝에 분명 소중한 이들과 함께 헤아릴 수 없는 함박꽃들이 피어나는 것을 보게 되리라는 것을 그 어떤 순간보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잘 알 수 있기에. 감사로 미리 주어진 기쁨으로 가는 길을 행복으로 걸으련다.





    올해가 기쁨의 해로 기억되리라는 것을, 주께서 우리 모두에게 하신 그 약속을, 믿는다. 굳게, 굳게 믿는다. 두려움이 밀려올 때면, 믿음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겨내야지. 그렇게 계속해서 생각들을 바로잡아야지. 내게 있어서 기쁨은 나만의 행복이 아닌, 내 주위 소중한 사람들의 행복 또한 함께 해야 비로소 이뤄질 수 있음을, 신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실 것이기에. 나를 무너뜨리려 밀려오는 허상의 불안들이 아닌, 하늘에 피어있는 별빛들을 보며, 두 손을 마주 잡고 빌며, 언제나 함께하는 그 모든 평안을 끌어안고, 그럼에도 나아가리라.



산을 들판으로

들판을 초원으로

그렇게 초원을 화원으로 만드는 여정을

함께 걸어내리라.



뒤뜰에 핀 꽃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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