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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을하 Mar 10. 2020

느리지만

끝까지 걸을 자신, 있습니다. 

[ 함께 들으면 좋을 곡 : 느린 걸음 ( 윤지온 & 남영주 ) ]



    

    

    당신은 내게 있어 항상 읽고 싶은 책입니다. 가끔은 당신 자신조차 낯설게 읽히는 페이지가 여럿이라 하여도, (나는 내게 있어서 종종 그럴 때가 있거든요..) 그 페이지에 적힌 문장들이나 이야기들이 그저 이전의 한 순간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었다 할 지라도 그래서 지금의 당신에게는 없는 것들이라 할 지라도, 내게 있어서 그대란 책은 그 자체로 한없이 소중해서, 당신이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이 내게 있어서 너무도 큰 힘이 됩니다. 또한 내게 있어서 당신은 너무 소중한 이름이라, 호명하기가 겁이 날 때가 많습니다. 행여 그 이름이 닳을까 봐요. 겉만 번지르르한 말처럼 들릴까요. 그러한 오해 또한 기꺼이 감내하며 그럼에도 고집할 만큼, 그대는 내게 있어 참 큰 힘이 되는 소중한 벗입니다.



    그러나 하루 종일 당신을 읽고 싶어도, 넘기려는 손짓을 최대한 느리게 하거나 멈춰 세우려 애쓰곤 하기도 합니다. 사실 지금의 나로서는 당신을 좀처럼 빠르게 읽지 못합니다.  문장, 단어 그리고 자음과 모음 혹은 여백 하나하나까지 놓칠 새라, 하나하나 꼭꼭 씹어 먹기 위함도 있지만요, 아직은 많이 부족한 나의 독서 실력으로 하여금 그대의 옛 기억의 한 순간들을 거닐다, 오늘의 그대에게 닿는 길을 잃어, 이 순간의 그대를 고스란히 바라보지 못할까 봐요. 



    고맙습니다. 그런 부족한 나인데 그럼에도 곁에 머물며 헤아리려 소중한 마음의 공간을 나누어주어 고맙습니다. 헤아린다는 것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어쩌면 가장 큰 사랑인데, 나조차 곧잘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담으려다 체하게 될까 봐, 이런 나의 부족함이 당신을 힘들게 할까 봐 염려가 됩니다. 그렇게 당신을 잃을까 봐 겁이 날 때가 있곤 합니다.  걷듯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던 관계들을 발걸음을 내딛는 방법조차 모르는 순간만을 맞이하게 된 이후로는, 정답은 분명히 있지만, 그 어떤 교과서도 주어지지 않은 채로 그저 몸을 내던져 답을 맞혀야 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오답만 골라서 걷는 듯 한 내게 있어서 어떻게 걷는 걸음이 올바른 걸음인지 아직은 선명히 알 수가 없어서, 매번 헤매게 됩니다. 이런 나의 헤매임조차 당신에게 피해만 되는 것 같아서 면목이 없곤 합니다. 





   또한 그대를 읽을 때면 나는 때로 몸을 기울여 울음 짓곤 합니다. 존재함의 위로로 하여금 무너지지 않기 위해 꽁꽁 얼려두었던 마음이 속절없이 녹아내리는 듯합니다. 마음을 놓게 되면, 무너지는 것만이 놓인 결과라 생각했는데 함께를 통해 그것이 아니었음을 비로소 깨우쳐 갑니다. 그러나 한없이 버거운 나의 무게가 당신으로 하여금 힘겹게 하고 그대를 잃게 될까 봐, 나는 몹시 겁이나, 차마 쉬이 그러지 못합니다. 그래서 내 마음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는 날에는 이따금씩 예전의 나와 같이, 나는 나를 혼자로 내몰기도 합니다. 아직은 그 공허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많이 미숙한 듯합니다. 나의 힘듦으로 인해 누군가 앞에서 울게 된다면, 다음날 그를 잃음으로써 한번 더 울게 될까 봐, 참으려 하곤 했던 게 아직 남아있더군요. 왜곡된 방법들임을 알면서도, 아직은 옛 걸음걸이를 완전히 벗어나진 못 한 듯합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다른 여러 시간들을 거닐며, 한동안 글을 맺음 짖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멀리서 변함없이 빛나는 불빛을 보았습니다. 진심은 반드시 닿는다는 말이 머리를 스쳐, 웃음과 함께 마음 가운데에 온기로 따스히 번져나가더군요. 잘 해내지 못하고 있음에 울음 짓고 있던 순간이었는데, 덕택에 힘을 내어 어제 하루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눈에만 담기에는 아쉬운 마음이라서 펜을 들어 종이에 필사도 해 보았습니다. 두고두고 보고 싶어서요. 따스하고도 포근한 응원의 힘을 새기며 배우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음에 무엇인가를 새기는 일을 이렇게 기뻐하면서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배우게 되는 새로움이었습니다. 그 글을 이 마음 가운데에 온전히 닿게 해 주신 그 모든 분께 감사하게 되는, 참으로 벅찬 감격이었습니다.





    

   언젠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이 나를 떠나고 싶어 진다면 걸음 돌려 곧바로 떠나도 괜찮다고, 말이지요. 당신께 이실직고해야 할 게 있습니다. 내가요, 사실, 거짓말을 했습니다. 당신이 힘이 닿는 다면, 아뇨. 언제라도 기꺼이 내 힘을 나누겠으니 부디, 오래 머물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찰나를 걷는 시간들이지만 이를 이어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소중한 벗으로, 그렇게 함께 영원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



    기대도 부탁하지 않기로 했는데, 어쩌면 가장 어려운 걸 바라서 미안해요. 함께할 수 있다면, 몇 번이고 맞추고 싶습니다. 내게 당신을 힘들게 하는 습관이나 어떠함이 있다면, 그 또한 열심히 노력해서 해낼게요.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도 있는 거 알지만요, 그럼 내가 그 문장을 고쳐 버리겠습니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있다고, 내가 그 문장을 머금어 보이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러니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당신을 힘겹게 한다면,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발맞추어 내딛는 걸음 하나하나, 내겐 그 모든 순간이 그저 감사일 뿐입니다. 당신의 우선이 되지 못해도, 감히 괜찮다 하겠습니다. 그저 내가 그대의 곁에 머물 자리 하나만 비워주시겠습니까. 내겐 하나님 다음으로 소중한 관계들만큼 값지고 꼭 지켜내고 싶은 건 없어서요.



    

    나는요, 말로는 혼자를 견뎌야 하네 마네 하지만요, 사실 진짜 나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좀처럼 능숙하지 못합니다. 하늘에 별 하나가 깜박이는 것만 보아도 크게 넘어지며, 다시 일어나려 노력하려다 또다시 넘어지며 다시 일어나려 애를 쓰는, 배워야 할 나날이 한참 남은 애송이에 불과합니다.( 평생 배워도 부족한 듯합니다. ) 나는 여러 일들에 이제는 괜찮은 척하면서도, 여전히 머물러 있는 당신을 보며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는 날들이 있습니다. 사실 허다합니다.  소중함을 잃고 싶지 않아, 잃는 상상으로 나를 내던지기도 합니다. 또한 잃고 싶지 않아, 그 무엇도 소유하지 않겠다는 고백을 자주 합니다. 그렇게 허공에 계속해서 글자뿐인 이야기를 내뱉습니다. 소중함들이 내게 잠시 머물다 가는 이들임을 잊고, 부여잡으려 하면, 나는 기어이 손을 펼쳐야만 하는 순간으로 나를 끌고 가더군요.



내게 허락된 시간 동안 그 소중함들을 있는 힘껏 사랑하고파, 그렇게 그저 아직은 나도 닮기에 한참의 거리가 있는 말들일 지라도 계속 되뇌어 보곤 합니다. 잠시라도 잊으면, 소중함 들을 헤치는 어리석음이라서요, 내가.  언젠가 공허가 그러한 문장으로 가득 메워지게 되었을 때, 내 마음도 조금은 닮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나의 부족함을 감추려, 부족한 내게 계속해서 경각심을 주기 위해, 그렇게 고개를 들어 아직은 까마득해 보이는 문장들을 자주 읊조립니다. 나는 믿습니다. 말에 담은 소망들이 모여, 그 소망들이 이뤄낸 걸음이 곧 오늘의 앞으로가 되리라는 것을요. 그렇게 불안을 이겨 소중함을 지켜낼 수 있으리라는 것을요.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들은 고맙고도 감사한 위로이자 힘이었으며 계속해서 그러합니다. 앞으로도 영영 그러할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불완전 사람인지라, 그 모든 순간에 사랑만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더 사랑하고 아끼려 노력한다면, 그 우정 또한 영영을 더더욱 닮아갈 수 있는 단어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그 속에 적힌 걸음들을 따라 하나 둘 포개어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그곳에는 함께가 있겠지요. 나의 부족함에 지지 않고 그럼에도 힘을 내어 걸어 나아가야 할 감사한 이유를 선물 받습니다, 늘. 세상이 왜 이렇게 모진 걸까 라는 생각을 하곤 하였는데, 나의 가시를 다듬어가는 그 모든 시간이 소중함을 보다 소중하게 바라보기 위한 마음을 길러가기 위함이라면, 그렇게 담아낸 소중함들을 따스한 온기로 나누기 위함이라면, 그 또한 감사로 걸어내겠습니다.



    나의 걸음이 너무 느려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그대란 책을 꼭 다 읽고 싶습니다. 행복하여 가득 웃음 짓게 되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때에는 너무도 슬퍼서 함께 울음 짓게 되는 순간이 있다 하여도, 나라는 책에 당신을 하나둘씩 필사해나가는 시간이 참 소중하고 뜻깊으며 배움이자 감사입니다. 당신을 읽기 위해 평생이 필요하다면, 그 또한 기꺼이입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지라도, 그 어떠한 이야기이던, 당신과 관련된 것이라면 꼭 다 읽어나갈 것입니다. 함께 걷고 싶음에 이유가 있나요. 그 자체로 이미 모든 이유인데 말이지요.



    그대를 읽어갈 수 있음에, 그 모든 것에 감사드리며


    그대의 그 모든 순간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함께를 이뤄나가는 그 모든 분들께 언제나 감사드리며

    그 모든 평안을 위해 늘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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