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일에 치여 여행 한번 제대로 떠나보지 못하고, 쉬는 날에는 집에서 뒹구는 게 최고라 여기며 살던 하루하루.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설되기 며칠 전부터 나 홀로 여행을 꿈꾸며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다.
"당일 치기로 여행을 가려는데, 어디가 좋을까?"
"진주는 어때요?"
그렇게 별생각 없이 진주행을 결정짓고 보니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부산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으니 시외버스 요금은 얼마이며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막차는 몇 시인지, 진주 가면 뭘 해볼지 잘 알지도 못해 지인의 도움을 받으며 당일치기 코스를 짰다.
처음 예상했던 코스는 진양호 → 대숲 → 진주성(박물관) → 수복 빵집 → 중앙시장 → 청년몰 → 진주성 야경이었지만 막상 당일이 되니 예상했던 시간부터 어긋났다.
차가 막히면서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져 헐레벌떡 첫 번째 코스를 향해 날아갔다. 지리를 모르니 휴대폰에 실시간으로 지도 앱을 켜서 지도 앱이 시키는 대로 따라갔는데, 처음 마딱드린 진주의 버스 정류장은 부산과 사뭇 달랐다. 300번 버스를 타고 예전에 썼던 글을 첨삭하며 귀는 열어두고 버스 방송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도 웬걸. 내려야 하는 곳을 지나쳐 종착지까지 가게 되었고 거기서 다른 버스의 친절한 기사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목적지에 내릴 수 있었다.
내린 곳은 소싸움 경기장이었나... 거기서 내리라는 기사님의 말을 따라 내려 진양호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걸으면서 '자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오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오늘 걸음 수를 세어보니 1만 8천 보에 달했고, 그중 대다수는 진양호에서 걸었던 것이다.
진양호를 향해 가는 길은 도보 보다는 차를 위한 길이었고 버스 정류장에서 거리도 제법 있으면서 오르막길이라 더 힘든 점이 있다. 그럼에도 부지런히 걸어 목적지에 도착하면 힘들었던 몸과 마음이 한순간에 풀리게 된다.
지인에게 진양호를 소개받으며 꼭 가보라고 했던 곳은 '진양호 엔제리너스'였다. 인테리어가 예스러워 좋다는 거다. 하지만 내 눈에 먼저 들어온 건 엔제리너스가 아니라 '마켓 진양호'였다.
인테리어가 가장 눈에 먼저 들어왔지만 무엇보다 특이했던 건 마켓 진양호에서 파는 커피였다. 얼음 물과 액상 커피를 따로 내어주는데 아메리카노 종류는 모두 더치로 준다. 그리고 마치 계란 판 같은 모양과 재질을 가진 접시(?)에 휴지와 함께 담아주는데, 무척 귀엽다. 커피는 얼음 물에 털어 넣고 병은 기념으로 챙겨왔다.
마켓 진양호에서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지인이 말했던 엔제리너스가 보인다. 그 말대로 특별한 외관을 가지고 있고 더 특이했던 건 놀이기구가 카페를 휘감고 있다는 것이다.
엔제리너스 옆길을 따라 들어가니 놀이기구가 보인다. 마치 광안리에 있는 광안 비치랜드처럼 작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기구들이 있다. 세월이 흘러 낡아 보이는 모습마저 흡사하다.
놀이기구 말고도 조금 더 위로 올라가다 보면 동물원도 있지만 시간 관계상 패스. 주위를 둘러보고 진양호의 경치를 바라보며 휴대폰 사진기를 열심히 눌러댔다.
120번 버스를 타고 진주의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예정했던 대로 가기 전에 진주성의 낮을 보고 갈 것이냐 고민했지만 그냥 중앙시장을 먼저 간 뒤, 조금 일찍 진주성에 가 낮과 밤의 경치를 구경하겠다 마음먹고 바로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중앙시장에서 내렸더니 처음으로 반기는 건물을 진주시 중앙시장 공영주차장. 이번 설을 맞이해 토, 일은 공짜란다. 여하튼 길을 건너 중앙시장으로 들어갔더니 역시나 설 전 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우글거렸다.
수복 빵집과 진주 청년을 위한 비단길 청년몰을 찾았지만 애석하게도 수복 빵집은 문을 닫았고 시장 2층 청년몰 골목(?)은 사람 한 명 없이 모두가 설 쇠러 고향에 간 듯했다. 배를 곯으면서 지인에게 이럴 수 있냐고 새로운 곳을 추천해달라 했지만 중앙시장을 벗어날 때까지 지인의 연락이 없어 그냥 진주성 가는 길에 서브웨이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했다.
서브웨이로 식사를 하고 인근 카페에 잠시 들렸다. 이 카페에 대해서는 추후 따로 리뷰를 하도록 하겠다.
솔직히 진주성의 역사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이런 문화재를 보존하고 관광지로 발전시킨 진주시의 고민은 무척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성 내부에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만들어 둔 박물관은 최고의 선택인 듯하다. 박물관 뿐 아니라 진주성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전도 하고 있으며 지금도 옛 진주성의 모습을 간직한 사진이 있다면 받고 있다고 한다.
진주성 입장 티켓은 2천 원이다. 2천 원에 내부 시설을 오랫동안 이용할 수 있으며 얼마든지 쏘다녀도 좋다. 다만, 기본적인 에티켓은 지켜야 하는데 흡연, 취사, 음주, 고성방가 등의 기본적인 매너는 꼭 지키도록 하자.
진주성 사진은 하나도 놓치기 싫어서 모두 때려 넣었다. 하나하나 다 펼쳐서 보이기에는 스크롤 압박이 심할 것 같아 콜라주로 올리니 이해해 달라. 사진을 너무 막 찍어서 그렇지 진주성 내부의 경치는 무척 넓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진주성 박물관의 상태는 무척 양호했다. 내부는 깔끔하고 동선은 물 흐르듯 관객을 이끌어간다. 박물관에 들어가 1층만 보고 나오려 했던 나도, 나도 모르게 1층을 따라 2층을 지나 자연스레 다시 출구로 나오게 된다. 박물관은 임진왜란 때의 역사와 당시 사용했던 무기 등이 전시되어 있고 정리가 잘 되어 있어 보기에도 좋다.
진주성의 밤은 낮과 다르다. 낮에는 산책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면 밤은 고즈넉한 분위기와 멋진 경치가 펼쳐져 무척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황 빛 조명이 성벽 바깥에서 성벽과 나무를 비추고 강을 사이에 둔 맞은편 도심과 둘을 이어주는 다리의 풍경은 강에 비춰 아름다움을 뽐냈다.
진주성에서 바라보는 진주 도시의 전경은 날씨가 좋은 날엔 눈에 닿는 모든 것들이 다 보일 만큼 넓게 보인다. 마침 간 날이 날이 좋아 먼 곳까지 훤히 보였다.
이번 진주행은 무척 짧은 시간에 이뤄졌다. 거의 2시가 다 되어 도착해서 6시 반쯤 부산행 버스를 타고 돌아오다 보니 약 4시간 정도의 시간 밖에 진주에 있지 않았다.
시간이 되면 진주에는 더욱 오랜 시간을 머물다 오고 싶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든 함께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마켓 진양호에서 함께 차를 마시며 떠들기도 하고 진양호 경치를 보면서 감탄을 하며 시장을 다니며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밤의 진주성을 거닐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추가하자면 버스 시간에 쫓겨서 다니거나 이동 시간, 지리적인 특성을 고려한다면 차를 타고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설이라서 일부로 차를 타지 않았지만, 다른 날에 진주행을 결심한 분이 있다면 차를 타고 가는 걸 추천한다.
나의 당일치기 진주 여행은 짧았지만 무척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1,2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혼행을 올해는 이루었으니 또 가려면 1,2년이 걸리지 않을까 싶지만 마음 같아선 빨리 다음 여행을 계획하고 가보고 싶다.
진주행은 혼자 해도 함께해도 무척 좋다. 여행 계획이 생긴다면 진주에 또 가는 걸 고려해서 짜봐야겠다.
이번 글은 블로그에 가서 보면 더 선명한 화질의 사진으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