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달고 사는 말이 하나 있었다. "요즘 재미있는 거 없나?"
언제부터 그랬나 떠올려보면 그 시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아마 할 게임이 없어지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PC에서 모바일로 게임의 트렌드가 넘어가며 숱한 모바일 게임들을 해왔지만 진득하게 오래 붙잡고 할 만한 게임은 없었다.
그때는 "요즘 할 게임이 없다."였다. 정말 할 게임이 없었다. 신작이 나왔다고 하면 깔아서 해보고 길면 며칠, 짧으면 켜자마자 끄고 삭제했다. 내게 몇 없는 유흥거리였지만 그렇게 게임이 멀어지면서 찾아온 것은 유튜브였다. 짧은 시간에 즐거움, 흥미, 정보까지 다양한 감각들이 뇌를 자극했다. 마치 대학시절 PC방에서 밤새우면서 게임을 즐기던 기분이 떠올랐다.
시간이 지났다. 유튜브는 공중파 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많은 뉴미디어 사업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점차 산업화되어 갔다. 그리고 영상 제작자들은 유튜브라는 작은 화면 안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들일지 연구하고 또 연구해서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재밋거리들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걸 소비했다.
어느 순간부터 유튜브를 슬슬 넘기며 "요즘 재미있는 거 앖나?"라는 말이 입에서 나왔다. 그리고 며칠 전, 편하게 침대에 누워서 아이패드를 거치대에 거치해 둔 채 유튜브를 보다가 꺼진 화면 너머의 나를 보았다.
화면 너머의 나는 뭐든지 쉽게 싫증 내고 집중하지 못했다. 책을 읽더라도 5분 만에 덮어 버렸고 자기 전에는 유튜브나 웹툰 같은 콘텐츠들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 더 자극적인 것을 원했다. 인스타그램의 릴스, 유튜브의 쇼츠 보는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짧게 느껴졌던 영상들이 이제는 길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일상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한 과정이었다.
심각성을 느꼈다. 사실 느낀 지는 꽤 되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그 시작은 눈이 나빠지면서부터였다. 난시가 심해지고 안경을 쓰면서도 스마트폰을 가까이하니 더 좋지 않았다. 그리고 일상의 변화를 고민하면서 새로운 시도들을 했다. 목표 쓰기, SNS 멀리하기, 책 읽기 등 관심을 분산시키고 해가 될 것들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희원 교수님의 저서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를 보면서 현재 보다 미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금 막 써도 되는 몸과 마음이 아니며 장기적으로 쓸 수 있는 플랜을 세워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요즘 재미있는 거 없나?"라는 말은 하고 있지만... 빈도는 많이 줄인 반면 자기 성찰 시간의 비중을 늘려 나가고 있다. 운동도 하면서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함께 향상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 이러한 '중독' 현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이와 같은 중독을 도파민 중독이라고도 한다. 도파민은 우리 뇌의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 쉽게 말해 우리가 행복함과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다. 도파민이 너무 과도하게 분비되면 중독에 빠지기 쉽고 조현병과 같은 정신 질환이 발병할 수도 있다. 뭐든 적당하면 좋지만 과하면 위험한 법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런 도파민을 조절하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선은 내가 도움 되는 것과 해가 되는 것을 구분하여 조절하려고 하는데,
예를 들어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스마트폰을 가져가 시간이 얼마가 흐르든 앉아 있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오래 앉아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자세도 안 좋아질뿐더러 장 건강에도 좋지 않다. 그래서 아예 스마트폰을 안 들고 들어가거나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것, 가령 '책'과 같은 것을 들고 들어가서 시간을 줄인다.
그래서 내게 도움 되는 것과 해가 되는 것을 몇 가지 구분해 보면 아래와 같다.
하지만 이렇게 구분한다고 해서 일상까지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은 내게 도움 되는 것과 해가 되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어떻게 조절하느냐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천하고 있는 것은 매일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단 5분이라도 책 읽기, 운동하기 등을 하면서 시간을 늘려나가며 일종의 내 삶 '정화'를 해나가고 있다. 빛이 있으면 어두움이 있는 법. 다만 빛이 어두움 보다 더 많아진다면 좀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게 내 생각이다.
하루쯤 실패해도 괜찮다. 그저 매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도전하고 노력한다면 분명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도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