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알차고 즐거운 디자인 피드백을 위해
"사용자의 니즈를 콕 찝어주고 주어진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으며 비즈니스 전략과 방향성에 어긋나지 않는 솔루션을 디자인해주세요."
우리는 언제나 수많은 조건과 제약 속에서 디자인을 한다. 이 과정 속에서 생각이 막히거나 내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이 없는 난관에 부딪칠 때 혼자서 iteration을 반복하는 것만큼 비생산적인 일도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나를 구제할 한줄기 빛은 디자인 크리틱이다. 팀원들에게서 피드백을 구할 수 있는 이 소중한 기회를 잘 활용하면 우리의 디자인 프로세스에 날개를 달 수 있다. 그렇다면 피드백을 잘 구한다는 건 어떤 걸까? 사람들의 시간과 브레인을 십분 활용하면서 나에게 필요한 양질의 피드백을 끄집어낼 수 있는 생산적 크리틱에 대해 얘기해보자.
실질적 팁에 앞서 강조하고 싶은 마음 가짐이 있다.
우리는 진심을 다해 만들어낸 나의 작업물이 다른 이들에게 책잡히는 걸 보면 가슴이 아프기도, 방어적이 되기도 쉽다. 그래서 이를 품 안에 두고 완벽에 가까워졌다고 느낄 때까지 공유하지 않는 흔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내 디자인을 더 자주 더 많은 사람에게 내어 놓는 것은 내 자식을 다양한 환경과 경험에 노출시켜 그들의 성장을 돕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여기서 디자이너와 엄마라는 나의 두 가지 업에 교차점을 찾는다!) 나의 애정을 흠뻑 쏟아붓지만 한편으로는 약간의 거리를 두어야 나와 나의 디자인의 관계가 건강할 수 있다. 나와 다른 관점에서도 뭔가 얻어낼 수 있는 게 없는지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는 게 진심으로 나의 디자인을 애정 하는 모습이다. 애정은 하되 "나"의 디자인을 인정받으려 하기보다 궁극적으로 "우리" 팀의 결과물이 잘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크리틱은 기다려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크리틱 참여자 모두의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를 짚고 넘어가는 것은 크리틱의 첫 단추를 잘 끼우는 중요한 스텝이다. 팀 밖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했다면 더더욱 필수. 이러한 스텝은 다른 업무나 미팅에서 크리틱으로 컨텍스트를 옮겨온 이들이 "웜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다음의 토픽을 커버하며 똘똘하게 크리틱의 인트로를 열어보자.
이 프로젝트로의 타겟 유저는 누구인가? 나의 디자인으로 그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베네핏은 무엇인가?
비즈니스와 전체와 프로덕트 전략, 비전의 관점에서 이 프로젝트에 기대하는 효과와 가치는 무엇인가?
타임라인과 개발 측면에서 제약 사항이 있는가?
백지에서 시작하는 프로젝트인가 아니면 기존의 기능을 개선하는 것인가? (후자라면 기존의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모두가 이해하고 시작할 수 있도록 하자. 효율적인 진행을 도울 것이다.)
나는 디자인 과정의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 (단계별로 적절한 피드백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초기라면 새로운 접근과 아이디어가 환영받을 수 있지만 내일모레가 데드라인이라면 UI 디테일에 더 신경 쓰는 게 맞을 것이다.)
여기까지 빌드업하는 동안은 아직 “볼거리" (피드백을 구하는 나의 디자인)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참여자의 주의를 모으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타겟 유저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공감(empathy)이 결여된 피드백은 개인적 호불호에 머물기 쉽다. 반대로 크리틱 참여자의 입장에서 사용자가 실제 하게 될 경험을 쉽고 직관적으로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다면 그만큼 디자인에 대한 양질의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돕기 위해 유저 플로우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을 해보자. 다시 말해 개별적 스크린과 피쳐를 나열하며 디자인을 설명하기보다 모든 퍼즐 조각들이 다 맞추어진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다. 이 그림에는 사용자가 "어떻게" 내 디자인과 인터랙트 하는지 뿐만 아니라 "왜" 이걸 쓰는지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들이 내가 디자인한 UI를 사용하기 전의 정황적 동기와 이 기능을 써야 하는 니즈를 짚고 넘어간다면 더욱 단단하고 공감하기 쉬운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 스콥이 특정 UI에 국한된 피드백을 요구한다면, 내 디자인에 쓰인 컴포넌트들이 다른 스크린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존의 유저가 우리 프로덕트를 사용하며 이미 익숙해졌을 인터랙션 패턴을 새로운 경험에 내가 어떻게 반영했는지, 의도적으로 그 패턴에서 벗어났다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용자가 혼동을 느낄 여지는 없는지 등. 사용자의 입장과 그들이 할 경험을 미리 짚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관점이 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피드백은 A에 대한 부분인데 사람들이 B를 잡고 늘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나? 그들이 어디에 포커스를 두고 디자인을 바라봐야 하는지 알지 못했을 때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피드백을 구하는 입장에서 내 디자인 속 의도와 내가 필요한 종류의 피드백을 팀원들에게 확실히 전달할 수 없다면, 또는 아래와 같은 질문에 대해 머뭇거린다면 아직 크리틱을 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디자인에 반영된 나의 결정들은 어떤 유저 데이터, 피드백, 또는 유저빌리티 휴리스틱을 바탕으로 하는가? 데이터가 바탕이 된 것이 아니라면 그 결정 도달하게 한 나의 “가설”이나 “직관”은 무엇이었는가?
내 디자인 속 가장 큰 리스크, 다시 말해 사용자에게 불편과 혼동을 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여기는 부분이 무엇인가? (이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 결국 디자인 크리틱의 목적이 아닌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구체적 답변은 의견이 분분한 디자인이 있을 때 논의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디자인의 근간이 된 데이터 또는 가설부터가 문제인 것인지, 아니면 이는 말이 되지만 나의 디자인, 나의 "how"가 적절하지 못한 것이었는지 파헤쳐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직접적 답변은 사람들이 그들의 집중력, 시간, 에너지를 피드백이 꼭 필요한 부분에 쏟아붓도록 하는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때 범주에서 벗어난 디스커션을 제자리로 다시 몰아가는 것도 발표자로서 할 중요한 역할이다.
양질의 피드백에 대한 욕심과 진행의 효율성은 잠시 제쳐놓고, 크리틱에서 서로 간의 존중을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것은 여느 회의와 다름이 없다. 사람과 생각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크리틱에서 나 혼자 떠들었다면, 아마도 시간 대비 다루고자 하는 스콥이 너무 컸거나, 나의 디자인을 구구절절 설명하고 내 디자인을 설득받고자 하는 동기가 컸을지도 모른다. 내 디자인의 의도를 나누되 가능한 간결하게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이후부터는 입은 닫고 귀는 열자. 만약에 그들이 내 디자인을 이해하는 데 부연 설명이 많이 필요하다면 이 또한 내 디자인이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증거이자 좋은 피드백이 될 수 있다.
피드백을 구할 때 또 하나의 좋은 습관은 커뮤니케이션 루프를 명확히 닫아주는 것이다. 누군가 의견 제시했을 때는 그것을 내 언어로 요약해보고 되물으며 피드백 제공자의 의도를 십분 파악했는지 확인한다. 크리틱 후 이것을 곱씹어보고 디자인에 반영을 했다면 그 의견이 어떻게 쓰였는지 역방향의 피드백을 주는 팔로우업은 그들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고 보람찬 크리틱의 마무리이다. 그 의견이 불필요하거나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진다면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겠다는 정중한 코멘트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여기까지 나의 경험을 토대로 느낀 크리틱을 임할 때 몇 가지 중요한 점을 늘어놓아 보았다. 방구석에 처박혀 디자인 공유를 꺼리거나 순조롭고 생산적이 크리틱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디자이너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실질적 팁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들의 "자식"과 같은 디자인이 다양한 관점과 견해를 통해 더욱 단단하게 키워져 세상 속 유저의 품으로 내보내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