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하는 단 하나의 비법은 무엇일까?
직장에 다니던 시절에 아버지에게서 가끔 듣던 말이 있다.
"우리 회사에도 너 같은 직원 하나 있으면 정말 좋겠다."
평소에도 새벽에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면서, 집에서도 회사일만 생각하고, 일요일에도 교회 다녀오면 또 회사에 나갔으니 이렇게 생각하셨을 만도 하다.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나이가 이미 30 중반이었다.
주변을 살펴본 후, 나와 같은 나이대의 직원은 경력이 대충 10년 전후라는 것을 알았다.
대충 지내다가는, 남들은 인생의 자리를 잡는다는 40대에도 나는 아직 초짜인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쟁쟁한 동료들을 1,2년 내에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렇다면 나 스스로에게 어느 정도의 시간을 줄까? 그래 3년이다. 3년이라고 결심해 버렸다.
"3년간 열심히 해본 다음에 따라잡지 못한다면 퇴사한다." 나와의 심각한 약속이었다.
동료의 경력이 보통 9년인데, 3년 후면 그들은 12년 경력이 되고, 나는 3년 경력이 되는 것인데, 그들을 따라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답이 나왔다.
"나의 1년을 다른 사람의 4년처럼 만들면 된다!"
말도 안 되는 계산법이지만, 사실 나는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부서장께 이런 말씀을 드렸다.
"혹시 제가 도울일이 있으시면 밤늦게도 좋으니 불러주세요"
요즘 소위말하는 MZ 세대가 들으면 개탄할 일일수도 있겠다. ㅎㅎ
일부러 계산한 것은 아니지만, 입사 후 8개월 정도 집에 밤 11시 이전에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물론 항상 일 때문에 그랬던 것은 아니다. 사회생활도 일의 연장으로 생각했다.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설에도 출근을 했으니 어느 정도 유난을 떨었는지 생각해 보실 수 있을 것이다. (난방도 안 되는 넓은 사무실에 혼자, 상무님 자리에 있던 난로 몰래 끌어다 놓고 공부했다)
머릿속에 일만 생각하고 살다 보니, 드디어 일과 관련한 깨달음이 왔다.
6개월 정도 미친 듯이 배우고 일하고 고민한 결과 하나의 결론(깨달음)에 이르렀다. 그것은 바로, 업무의 시작, 과정, 그리고 끝은 "회의"라는 것이었다.
"회의"를 잘하면 모든 일이 잘된다.
위의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세상은 정 반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회의 경시사상이라고 할까?
회의는 안 할수록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일은 안 하고 회의를 하느냐는 사람도 있고, 회의는 대충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회의록을 제대로 관리하는 사람은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이때부터 어떻게 하면 회의를 제대로 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 혼자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회의록의 포맷을 모으고,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서 연구를 했다.
회의에 대해서 공부한 지 몇 개월 만에 회의록 포맷이 나왔다. 그리고, 회의를 준비하는 방법, 진행하는 방법, 참여하는 방법 등을 나름 괜찮케 정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군대는 계급이 깡패! 회사는 직급이 깡패!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듯이, 직급이 낮은 사람이 어떤 좋은 프로세스를 개발했다고 해서, 바로 전파되지는 않는 법이다. 어쩔 수 없이 내가 하는 업무와 프로젝트에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꽤 괜찮았다.
이 회의 프로세스가 10년 후에 <30분 회의>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경영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출간한 지 9년이 지난 현재 (2023년 10월 말) 한시적으로 무료로 배포 중이다. 일부에게 욕먹을 각오로 한시적으로 올린 것이니 얼른 받으시면 좋습니다 ^^
(홈페이지에서 PDF 신청폼을 채우시면 바로 보내 드려요.)
링크 페이지: http://chungcw.com/
30분회의 홈페이지: https://success-com.com/30분회의/
나의 1년을 4년으로 만들었는지는 아마도 신께서만이 판단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달성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기업인 S사의 많은 직원들은 미국의 법인에 주재원으로 파견근무 해 보는 것이 큰 바람이다.
입사한 지 2년 정도 되었을 즈음, S전자 미국 판매법인의 경영혁신 주재원으로 발령이 났다. 나름 실력이 검증된 직원을 주재원으로 발탁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회사에서는 기존의 직원 수준을 충분히 넘었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3년도 아닌 2년 만에 말이다.
주재원으로 파견을 간 이후에도 내가 하는 모든 업무에는 개발한 회의 프로세스를 적용해서 진행하였는데, 무척 성공적이었다. (상세한 내용은 위에서 배포하는 책을 보시면 아실 수 있다)
미국에 있을 때도 나름 인정(?)을 받아서, 현지 팀장자리도 맡아서 겸임을 하고 있었는데, 회사의 로케이션 이동 시에, 타 부서들 거의 초토화되었을 때도, 우리 부서는 건재하게 남아서, 회사를 지원할 수 있었다.
귀국해서 난제라고 생각되었던 대형 프로젝트의 PM이 되어 극적이지만, 계속 성공을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만들었던 비법이 위에서 말한 <30분 회의> 프로세스였다.
브런치에 글을 처음 올립니다.
가끔 좋은 글을 올릴 테니 많이 사랑해 주시고 구독도 해주세요.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정찬우 씀.
(주)석세스컴퍼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