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을 읽다가
"생산 지향적 문화에서는 대개 생각하는 일을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으로 간주하는데, 아무 일도 안하기란 쉽지 않다. 아무 일도 안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무슨 일을 하는 척하는 것이고, 아무 일도 안하는 것에 가장 가까운 일은 걷는 것이다."
이른 아침, S가 아이를 데리고 세차하러 나간 사이에 편 <걷기의 인문학>에 이런 글이 있다. 아무 일도 안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무슨 일을 하는 척 하는 것.. 이라.. 이것이야말로 내가 직장 생활을 하던 시간을 잘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다가도, 아니 에르노의 표현을 약간 빌리자면 그렇게 내내 나쁘지만은 않았다. 사실 즐거울 때가 많았다.
무슨 일을 하는 척 하는 것 말고, 진짜 일-그런게 있다면-을 시작하고 싶다.
(12년의 세월을 "척"하며 살았다기엔 진짜 삶이었을것 같기도, 그런 게 인생인인것 같기도 하다. 찾아가는 여정도 인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