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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멋진 날(1)

2017년 어느 날, 마지막 운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의 뽑기 확률은 얼마나 됩니까?

사람마다 자신의 운이 모두 다르다고 하지만 나는 이 뽑기에 관해서는 굉장히 극과 극을 달리는 사람이다. 일평생 뽑기에 운이라고는 진짜 1도 없었고(그 흔한 로또 복권 5천 원짜리도 된 적이 없었던...) 항상 들러리 인생에 마침표를 찍은 사건이 있으니 때는 바야흐로 2017년.




와이프랑 같이 시작했던 아파트 청약에서 무려 7:1에 확률에서도 와이프는 되고 나는 떨어졌다...

심지어 예비번호도 없었으니 할 말을 다했지. 그래도 와이프가 된 덕에(당시 법을 생각해 보면 세대주가 아니고 아무나 되면 되는 거였다. 그 덕에 경쟁률이 더 높았다고 생각이 되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7:1에서도 떨어졌다고 하면 뭐 말 다했지...) 가지고 있다가 보니까 앞으로 3년 정도 뒤에 그 아파트에 들어가서 출근을 할 것을 생각해 보니 절대 불가능해 보였다. 이러다가 왕복 6시간 걸릴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그 사이 법이 홀라당 바뀌어서...

아파트 1채 있으면 뭐 안된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가 되었다. 어렵사리 서울 시민이 되었으니 서울을 계속 Try 하게 되었는데 저 분양권 한 채는 도저히 정말 가지고 있기 싫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엄청나게 미련하게 저렴한 가격으로 처분을 해 버렸다. 거의 뭐 수수료=피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말이다. 부동산만 신나지 않았을까 싶다(미어 미어) 다시 무주택자로 바뀌어 버린 상황에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줍줍의 세계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분양이라고 생각하기는 좀 애매하고 완판 하기 위한 남은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빠를 것 같다. 예비 번호도 넘어가는 못난이(?) 들이었으니 말이다.




내 처음 줍줍은 강동구에 있는 롯데캐슬 베네루체였다.

당시의 줍줍은 돈을 5백만 원이든 천만 원이든 먼저 박아 놓은 사람이 우선이고 거기서 조차도 안된 것은 무순위 청약으로 나오긴 했다. 그나마 지금처럼 온라인도 아니고 경품 추첨과 같이 종이에 적어서 넣고 누군가 뽑는 방식인데 항상 이렇게 사람 손을 타면 마음속 깊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뭔가 밑장 빼기 같이 지네끼리 짜고 치는 거 아니야?'

 '쓰여 있는 것과 다른 사람 부르는 거 아니야?'

이런 정말 합리적(?)인 의심 말이다. 나만 그랬는가? 하하하...

아, 당연히 안됐다. 들어가는데 무려 3시간 걸렸는데 막상 시작하고 광탈했다.


그 이후로 몇 번 쓴 맛을 보고...

다시 결전의 강동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강동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였다. 지난번 베네루체보다 역에 아주 쪼금 더 가까웠고 세대수도 비슷. 그런데 당시에 또(!!?) 법이 바뀌는 날이라서 그런가 무려 22개나 나왔었다. 물론 1000세대가 훌쩍 넘는 아파트에 고작 그거밖에 안 남았냐라고 하면 그렇겠지만 그때부터 살살 분위기가 올라가는 시점에서 뭔가 아쉬운 상황이긴 했다(물론 이런 생각은 분양업체의 생각이겠고..ㅋㅋ) 근데 줍줍이 점점 아는 사람이 많아졌는지 모르겠는데... 내 표를 넣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 나머지 누군가가 아예 표함을 밖으로 들고 나와서 신원확인 후 넣었고 이번에도 그리 기대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내가 눈에 본 사람만 천 명이 훨씬 넘어가니 경쟁률은 뭐 할 말이 없겠다...


표는 넣었고 다시 승부의 시간이 되었다.

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제는 보이지도 않는다. 뭐라는지 잘 들리지도 않는다. 옆에 장모님과 같이 나란히 왔는데(물론 장모님도 줍줍 참여했다. 나름 이미 그전에 줍줍 1회 성공 자시다) 이전에 다른 곳과는 다르게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해서 더 기대가 안되긴 했다. 그리고 조만간 줍줍도 온라인으로 바뀐다고 하니 이렇게 하는 것도 슬슬 끝나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름 시간 쓰고 몸 쓰고 해야 사람들이 경쟁률이 적어지는데 말이다. 온라인으로 하면 그냥 아무나 막 할 것 아닌가!(사실 이런 시대가 도래했고 이후에는 또 다른 법이 추가됐다. 뭔 법이 이렇게 매 달 바뀌는 건지 원...)




오○○!! 오○○!! 전화번호 뒷자리 3○○○!!

장모님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셨다!?

"오 서방! 자네야!"

"??"

사실 내가 못 들었다. 뭔 소린지 너무 소리가 컸고, 장모님만 정확히 들었다. 당시에 부끄러움도 많았던 성격이었던 것 같은데(지금은 아주 외향적이다... 너무) 덩달아 크게 소리를 질렀다. 주먹 불끈 쥐면서! 


"아자!!!! 됐다!!!"

주변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박수도 쳐 주는 신기한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들의 눈빛은 상당히 묘했던 것 같다. 부러움과 놀라움 그런 것들이 어우러져서 말이다. 허겁지겁 앞으로 뛰어 나가서 다른 당첨자 주변으로 섰다. 22명+알파(예비 당첨자)를 모두 선정했고 이제는 진짜 본격 층수 뽑기 경쟁을 하게 되었다. 22개 중에 1층이 19개였고 나머지가 3개였으니 거의 뭐 90% 이상의 확률로 1층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다면 1층 중 어느 동이 좋을까 계속 생각을 했다. 그래도 동이 좀 좋아야 빛이 1g이라도 들어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말이다.


이번에는 한 명씩 모델 하우스로 들어갔다.

모델 하우스 안에서 한 명씩 뽑고 밖에 있는 직원에게 층과 호수를 보여주는 형식이었는데 내가 굉장히 나중에 뽑는 것이 되어서 이렇게 선택하는 것도 특별히 운이 없다고 생각했다. 뭐 어쨌든 당첨이라도 된 게 어딘가? 청약통장을 이제는 활용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다른 층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1% 정도 했던 것 같다. 기대는 전혀 안 했지만.


'엥? 12층?'

이야, 기가 막히다. 또 그 사이를 비껴갔다. 행운의 여신이 어깨동무하고 놀고 있는 상황인가? 싶을 정도로 당첨+중층 당첨으로 결론이 지어졌다. 다른 당첨자가 자신의 것과 바꾸면 5천만 원을 준다는 유혹에 정말 야매든 뭐든 바꿔볼 생각도 했다가 그냥 넘어갔는데 지금 아파트의 가격을 생각해 보면 안 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가격 차가 1억이 넘게 나니 말이다. 회사에는 오전에 회사 못 간다고 하고 갔는데 본의 아니게 더 늦게 가야 한다고 했다(뭐 돈 넣고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다 가버렸다) 회사로 가면서도 떨리는 그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고, 뭔가 성공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사실 감당이 안 되는 돈 수준이라서 나중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되었다. 아마 내가 있는 이 아파트를 포기한 사람은 그런 생각으로 포기를 했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5년이 지나고 나는 이제 그 아파트에 산다.

당시에는 오직 투자라는 개념으로 시작을 했는데 내가 이리로 올 줄은 몰랐다.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자금력도 부족했고 아파트 가격은 폭등을 해 버렸으며(내가 원하지 않았는데..ㅠ.ㅠ) 세금도 덩달아 올라서 매년 부담 100배가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최고의 행운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은 일단 2배가 오르기도 했지만 내가 살아갈 보금자리가 되었고 그 덕에 자녀들에게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빚을 줄이는 것이 지상 과제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다시 또 제대로 당첨되는 것도 없었다.

또다시 반복이었다. 각종 뽑기, 로또 등등등은 나완 관련 없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정도의 행운은 아니지만 어느 멋진 날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내 운은 2017년이 끝이 아닌 2022년에 다시 진행 중이었다. 그것은 말이지...(2편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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