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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국내 MBA에 관심 있어요?

어쩌다가 지원하게 되었을까?


입사한 지 10년쯤 되던 해...

참 애매한 시기이다. 신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늙었고 그렇다고 베테랑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모자란 그런 시기. 아마 직장에서 이직이라는 것이 자유롭다면 그래도 몸값이 막 올라가는 시기라고 볼 수 있겠지만 공장 근로자로서 몸값이 올라가는 그런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비하한다기보다는...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경우가 너무 많으니 이직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아직까지도 주 5일제랑은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과연 자기계발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나 될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뭔가 소망이 하나 있다면 '석사 학위' 하나를 가져보는 것이었다.


단순히 석사 학위가 필요했던 것일까.

그렇다. 뭐 거창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난 그저 석사 학위가 따고 싶었다. 뭔가 나의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 '아빠는 석사야, 엣헴' 이런 거 해 보고 싶었다. 고작 석사 하나 따서 그런 것에 써먹고 싶냐고? 그렇다!(난 당당하다) 그런데 내가 나왔던 공대는 정말 죽어도 하기 싫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미 다 잊어먹었고 심지어 학교 다닐 때 성적도 좋지 못했으며 남중-남고-남대(... 공대) 테크트리를 타고 온 나에게 또 남자들만 득실득실한 그런 곳을 다시 가라고 한다면 절대 No!라고 말을 할 것이다. 그래서 다른 곳이 어디 있을까 찾아보니까... 인문이나 교육학 등은 여성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런 전공이었고 그래도 돈 하나는 기가 막히게 '사랑했던' 나에게 있어서 가장 효율적이고 좋아 보였던(겉으로만...) 곳이 바로 MBA였다.




MBA 과정에서 중요했던 것은 입학이었다.

일단 뭐 입학을 해야 될 것 아닌가? 그리고 집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 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자아실현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회사를 덜컥 그만두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생각했던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았다.


1.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학과인가? - 돈에 관련된 경영학? 나이스

2. 입학이 수월한 편인가? - 주변에 이야기를 들어보면 돈 있으면 된다고 했다.

3. 수업 시점이 언제인가? - 평일 저녁에 대부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딱이다.

4. 2년 안에 졸업할 수 있는가? -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졸업 못하는 게 바보다.

5. 지역은 어디가 있는가? - 당시 살던 곳이 왕십리 부근이라 선택된 곳이 2군데였다. K대, H대


이런 고민을 하던 사이에 파견이 결정되었다.

회사에서 파견을 처음 가보는 지라 살짝 당황을 했었는데, 처음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소요가 되었지만 이내 적응을 할 때쯤 되니까 파견이 이렇게 꿀인지 처음 알았다. 일단 파견이기 때문에 고과에서는 약간 벗어나 있긴 하지만 원래 항상 있었던 주말 근무와 야근이 아예 '삭제'가 되었다. 애초에 하라는 이야기도 하지도 않고 같은 파견자 분들은 모두 5시 땡 하면 퇴근을 하는 방식이었다. 와, 이건 기회다. 계획은 다 세웠는데 실행을 하지 못하던 상태에서 정말 신이 내려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제 원서만 쓰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교마다 전형이 조금 다르긴 하다.

보통 MBA 과정의 경우 8~9월 경에 공고를 하여 그 해에 대부분 결정을 하게 된다. 다소 늦었지만 1~2월까지 지리지리 하게 가는 경우도 있지만(추가합격 등) 일단 회전이 꽤나 많은 편이라(면접만 보려고 지원하는 사람도 있던가...) 혹시 예비 번호가 꽤 뒤라고 하더라도 혹시나 합격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약간은 할 수 있다. 학교마다 전형이 다르다고 했던 것은 내가 지원했던 곳은 아니었지만 다른 학교에서는 가을 학기에도 지원이 가능해서 3~4월 경에 지원을 하는 곳도 있다. 뭐 가을에 졸업을 하던 봄에 졸업을 하던 어차피 내가 가고자 했던 곳은 모두 봄 입학만 가능했고, 전형에 대한 고민은 할 필요가 없었다. 




문제는 추천서를 작성하는 데 있었는데...

MBA과정이 애초에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오는 과정이 아니라 회사든 창업이든 살짝 걸치고 와야 하는 것이라서 '추천서'가 필요했다. 이 추천서는 사실 한국 사회에서 참 모호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애초에 다른 사람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한 적이 없을뿐더러, 칭찬에 인색한 사회(?)에서 과연 누군가를 위해 좋은 말을 써 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나마 글을 적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본인이 작성을 하고 당사자에게 사인만 받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는데(암암리에 하는 그런 거...) 나는 그런 거 싫었다. 근데 막상 그렇게 생각해도 해줄 사람이 없었다. 어쩌지??


의외로 쉽게 해결된 상황이 생겼다.

평소 알고 지내던 파트장님(보통 20~30명 내외를 이끄는 장)이 계셨는데 어디서나 '문제아'였던 나와 직접적으로 업무를 했던 것이 아니고 그냥 옆에서 쌈닭 역할을 하는 모습만을 보시던 분이라 나를 불쌍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자주 식사를 했었다. 이번에도 역시 '불쌍한' 표정으로 해 달라고 하니 해결이 되었다. 나중에 보니 봉인까지 되어서(테이프로 붙이고 사인도 한!) 주시길래 굉장히 엄청난 칭찬을 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야, 너 합격했어? 그 학교 문제 있는 거 아니냐? 추천서를 10줄도 안 썼는데 합격을 시켜주고?"

"...... 뭐 합격했으니 됐어요..."


뭐 이랬다. 사실 전형 때 요식행위고 안 본거 아냐? 어찌 됐건 서류는 모두 제출. 이제 면접만 고민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설마 서류에서 조차 탈락이 있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말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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