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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u Jul 21. 2023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은...

워킹맘의 직장생활

드디어 계획되었던 모든 프로젝트가 끝이 났다. 큰 프로젝트부터 작은 프로젝트까지... 온 신경이 집중되어 진행되었던 2년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 다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계획하는 시간들을 가져야 한다. 그 과정 또한 쉽진 않겠지만 일단은 긴급하게 돌아가는 여러 상황들로부터 조금은 거리를 두게 되었다.

 

2년 전, 5월 1일. 그러니까 2년 전 오늘은 2년간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했던 날이다. 삶의 가치관이 변하면서 나의 휴직은 예상외로 길어졌고, 당시 복직을 결정하고서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잘 해낼 수 있을지 참 두려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물론,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신의 마음에 맞는 직원을 승진시키기 위해 휴직을 핑계 삼아 모든 성과와 평가에서 나를 배제시켰던 꼰대 부장님의 존재였다. 그때의 나는 그의 존재 앞에서 참 많이도 나약했다. 선배, 후배, 동료들 앞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하며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상사의 따돌림에 바닥 쳐 버린 자존감과 그가 만들어 낸 수많은 비하의 말에도 대응하지 못했던 나의 무능함, 꺾여버린 자존감 때문에 살아갈 희망조차 놓고 싶었던 무력감은 내 안에서 지독히도 나를 괴롭혔다.

 

부끄럽게도, 참 많이 울었었다. 어떤 누구에게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눈에서 나오는 눈물을 틀어막았더니 가슴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멍든 가슴을 부여잡고 밤마다 성경책을 읽으며 나를 다독였다. 그런데도 누군가 툭 하고 건들면, 애써 막았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오곤 했었다. 모두가 조심스러워 아무도 꺼내주지 않았던 내 감정을 툭 건들어 주었던 사람은 당시 승진에서 밀리고 새로 만나게 된 팀장님이었다. 첨엔 ‘나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이렇게 오지랖이냐’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결같이 전해주는 공감, 위로, 사과에 적잖은 위로를 받고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더욱이 눈물을 가슴으로 내려 보내지 않고, 밖으로 내어 보이니 나를 괴롭히던 감정들도 그렇게 눈물과 함께 떠나보낼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가장 힘들었던 시간 동안 나는 성장했다.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보다 성장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절망 속에서도 늘 희망을 보는 나였지만, 너무나도 힘들었던 시간들을 겪어내며 과연 보이지 않는 터널의 끝이 올까 심히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바람은 지나가는 것이지,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태풍이 불면, 바다 수면 저 아래까지를 뒤엎어 바다 생태계를 건강하게 해주는 것처럼 내 인생에 불었던 거센 바람은 내가 가장 버리고 싶었던 나약함을 거두어 갔고 조금은 건강한 나를 만나게 해 준 것 같다.


제 멋대로 말하는 꼰대 상사 앞에만 서면 절로 얼음이 되어 아무 말도 못 했는데, 나는 이제 더 이상 그의 눈치를 보지도, 그가 두렵지도 않다. 비롯 6개월 늦었지만 나는 내 힘으로, 나의 직무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했기 때문에 부장님 앞에서 당당해질 수 있었다. 당당하게, 그렇지만 무례하지 않게 할 말은 하고 있는 지금의 나를 발견할 때면, 바람이 불었던 것은 결국 나의 부족함을 채우려 함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TMI이지만, 좋아하고 마음이 가는 직원들에게 가벼운 스킨십을 하는 버릇이 있는 부장님이 최근 부쩍 나에게도 그러한 것을 보면서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네가 날 꺾은 게 아냐. 너로 인해 나는 성장했고, 발전했기에 결국 내가 이겼어"라고, ㅋㅋㅋ


우리 회사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 모두가 자신의 이익 앞에서 자신이 꽃이 되려는 욕심을 부린다. 갑질이니, 꼰대니 하는 조직문화의 내면에는 꽃이 되어 주목받고 싶은 그들의 욕심이 자리 잡고 있음을 나는 느낀다. 언젠가 과장님과 부장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과장님은 욕심도 결국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니 필요한 것이고, 좋은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동의하지 않고 반박했다. "욕심과 성장은 엄연히 다른 것이고, 욕심은 자기를 위한 것이지만 성장은 함께하기 위함이라고"



나는, 화병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선배는 후배를, 후배는 선배를 까내린다. 후배는 자신을 가르치려는 선배에게 갑질한다 하고, 선배는 자신을 지키려는 후배에게 책임감이 없다고 한다. 나는 내가 만나는 선배님, 후배님, 동료분들 모두 자신만의 고유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선 선배들 중 어떤 이는 존경할 만한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이는 깊은 통찰과 혜안으로 업무를 꿰뚫는다. 또, 어떤 이는 생각지 못했던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새로운 리더십을 이끌기도 한다. 반면, 책임감이 없다는 후배들 중 어떤 이는 악성 민원에도 흔들리지 않는 친절함을 보유하고 있고, 어떤 이는 사무실의 모든 소식을 전해주는 소식통인 아이도 있다. 조용하게, 착실하게 자기의 일을 해나가며 힘을 키워가는 이들도 있으며, 아직은 자신의 장점을 발현하지 않았지만, 곧 꽃 피울 후배들도 분명 있다.


그래서 나는 화병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최고의 친절함을 보유한 후배에게 업무에 대한 깊이가 부족하다고 까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칭찬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서로 다른 사람 안에서 예쁜 꽃 같은 면들을 발견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더 많아지도록 선한 영향력을 널리 널리 퍼뜨리는 내가 되고 싶다. 다시는 꼰대 상사 때문에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꽃 같은 사람들이 없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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