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j mahal Feb 04. 2024

50대가 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퇴직 이후 인생 2막  

50대 중반에 접어든 남편, 그의 친구들이 하나 둘 퇴직을 한다. 

나른한 토요일 이후, 남편 핸드폰에 카톡이 울린다. 


"누구야?"

"**은행 다니던 고등학교 동창 ** 알지? 어제부로 명예퇴직했다고 단톡에 올렸네" 

"헐...정말? 벌써 퇴직이라고? 그렇게 올라온 글에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대꾸해?" 

"뭐 그냥...인생 2막 시작을 축하한다고 하지, 할 말이 뭐가 있어" 

"아, 그렇구나~"  


50대가 되고 보니,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나 자신과 연관짓지 못했던 '퇴직'이라는 개념이 성큼 내 앞으로 다가온다. 회사에서 퇴직하는 선배들 역시 예전에는 나이 지긋하신 하늘같은 부장님. 국장님들이셨는데, 어느덧, 내가 사원이었던 시절 선배 차장급이었던 분들이 정년퇴직을 하고 계시지 뭔가...그렇다면 나의 퇴직도 10년이 채 남지 않은 거구나..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생활을 처음 시작하던 1990년대에는 이렇게 오랜 시간 회사라는 곳을 다니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받을 때면, "50세 이상만 명예퇴직 대상자라는게 말이 돼? 아, 나도 진짜 명퇴금 받고 박차고 나가고 싶다" 라고 너무 쉽게 얘기해곤 했다. 


그러나 막상 50이 되고 남편의 퇴직이 몇년 남지 않게 되자 달라진 나 자신이 보인다. 남편의 수입이 한 순간 끊긴다는 생각에 겁이 나, 그렇다면 나라도 회사에서 나가라는 얘기 하기 전까지는 다녀서 가정의 고정적인 수입을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스멀 스멀 자리잡기 시작한다. 나의 소소한 회사내에서야 그나마 인정해주는 능력이, 잘난 젊은 사람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바깥 세상에 나가면 얼마나 보잘 것 없을지 곰곰히 생각해 본다.  20-30대는 상상도 못했던 비굴하고도 현실적이 된 나 자신을 발견한다.  


퇴직이라는 놈이 내 앞에 덩그러니 자리잡고 앉아있는걸 보면서, 퇴직 이후의 나의 삶에 대해서도 고민이 부쩍 많아졌다. 

남들처럼 여행 다니고 소일하며 60.70대를 보낸다고 생각하면, 우울증에 걸리지나 않을까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힌다.  

요즘 보면 60대. 아니 70대 중반까지도 꽤나 신체 건강하고 사고력이 떨어지지 않는데, 여행도 하루 이틀이지 어떻게 매일 매일 집에서 소일만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나의 노년을 허송세월 하고 살고 싶지는 않다.  

퇴직 이후에도 뭔가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대학교 3.4학년때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부단히 고민했던 시절이 있었다면, 아이들이 다 크고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다가올 나의 인생 2막의 길을 찾아 나서야 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