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j mahal Feb 23. 2024

끝없는 딜레마  

이 나이에 새로운 도전이라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13 포인트까지 확대해야 보고서 글씨가 간신히 눈에 들어오고, 바닥에 앉았다 일어날 때면 뻐근해 오는 무릎에 천근만근 다리 무게로 "에고고" 소리가 절로 나오면 그 숫자가 숫자에 그치지만은 않는다.  


어디 그뿐인가... 나날이 늘어나는 흰머리, 거울속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 있자면 확연히 느껴지는 눈밑 처짐과 탄력 떨어진 피부, 다리 저림과 어깨 통증...50이 넘으면서 나타나는 노화 증상들은 40대와는 그 밀도가 다르다. 100세 시대라고들 하는데, 이제 갓 50 넘었는데 벌써 이렇게 몸 여기저기에서 이상 신호가 오니, 은퇴 후 70대.80대가 되면 도대체 얼마나 내 몸이 더 힘들어 질까...생각이 많아진다. 유쾌하지만은 않을 뿐더러 이러한 신체적 변화는 심리적 위축으로까지 연결된다. 인생 이렇게 끝나가는 건가 싶은 생각에 우울해지면서, 재미있는 일을 해도 예전처럼 즐겁지 않고, 기쁜 일생겨도 예전처럼 엔돌핀이 샘솟지 않는다. 


10년도 채 남지 않은 퇴직...퇴직 이후에 소위 '삶의 활력소'가 되어줄 일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는 맴돌지만, 여러가지 현실적인 상황들이 끊임없는 딜레마로 나 자신을 끌어내린다.         


좀 더 젊었을 때는 의욕이 넘쳤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움에의 도전 자체가 설레임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냥 귀찮고 지겹고 의미 없고 쓸데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반복되는 일상의 권태로움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나 생각해 본다. 


좀 더 젊었을 때는 자신감이 넘쳤던 것 같다. 하지만 눈 앞이 침침해져 돋보기를 써야만 글씨가 읽힌다는 부담감에 자신감이 한 단계 떨어지고, 가까운 회사 동료 이름이 기억나지 않거나 바로 몇 시간 전 점심 메뉴로 뭘 먹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면 자신감이 또 한 단계 떨어진다. 


좀 더 젊었을 때는 앞날에 대한 기대감이 넘쳤던 것 같다. 예전에는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보상도 커질 거라는 믿음이 충만했던 반면, 이제 회사 업무적으로나 개인적 자산 상황으로 보나 끝이 보인다. 끝이 예상되면서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의 무게감이 나를 압도한다. 


아이들을 키울 때나 살아가면서 여러 도전적인 상황에 놓였던 수많은 순간 순간들에서  나 자신에게 했던 말이 있다. 

"나중에 나이 많이 들어 내 삶을 뒤돌아 봤을 때 후회 없도록 인생을 살자"       


새롭게 도전 한답시고 괜히 머리를 싸매다가, 더 빨리 늙으면 어쩌지?  안 받아도 되는 스트레스 받아가며 사서 고생하다가 덜컥 암이라도 걸리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런데 새로운 도전을 안한다고 안 늙는 것도 아니고, 암이야 어차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거니 그 때 되서 또 상황에 맞게 대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결론 지었다.  


나이듦에 대한 두려움이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사부작 사부작 움직여 보기로 마음을 먹어 본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뭔가를 더 해봐야 하지 않겠나? 

오늘 이 순간이 나의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고 나 자신에게 다짐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50대가 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