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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Sep 04. 2020

가만 보면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하게 된다

'이 말은 굳이 하지 말자'라는 다짐과 함께 약속 장소로 향할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런 날은 어쩐지 꼭 신나서 훌훌 이야기하고 온다는 것을. '절대 말하지 말아야지'하고 늘 마음속에 꾹 눌러 담은 속내가 사실은 온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고 싶은 이야기였나 보다.


어쩌면 위로를 받고 싶다거나, 내 행동을 정당화하고 싶을 때 입 밖으로 내뱉는 의미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이야기함으로써 꾹 눌러 담아 무거웠던 내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집을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견고했던 내 다짐은 은은한 조명과 사소한 이야깃거리로 달궈진 분위기에 쉽게 무너진다. 이럴 거면 차라리 다짐이나 하지 말던지 싶다.


이제 그만 보따리로 풀어줄 때도 된 것만 같은 내 이야기들은 아직 준비가 안되었나 보다. 그래서인지 굳이 먼저 말하지 않는 각자의 이야기들이 궁금해지곤 한다. 언젠가 서로 준비가 된다면 사소한 이야깃거리 대신, 마음속에 눌러 담고 있는 이야기보따리들로 대화를 시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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