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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까 Aug 12. 2022

박사학위 과정의 마무리

학위논문, 프로포절, 디펜스, 졸업

2022년 3월부터 6월까지 박사학위논문심사 과정의 기록




"자네도 이번 학기에 졸업하지"


연구실 세미나 중이던 3월,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드디어 때가 됐다.


2012년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입학부터 시작해서

중간의 학사 졸업을 거쳐

2017년 9월 대학원 입학,

그리고 지금의 2022년까지 약 10년을 관악산에 몸담았다.


교수님의 저 한마디는 그 기간이 이제 끝남을 알리는 소리였다.


물론 아직 몇 가지 험난한 과정이 남아있었다.


흔히 디펜스라고 불리는 "박사학위논문 심사 과정"이었다.


대학마다, 그리고 학과마다 졸업 규정이 다르지만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의 경우 자잘한 조건들을 제외한 주요 졸업요건은 다음과 같다. 


1. 논문 제출 자격시험(일명 논자시, 전공과목 시험) 2 과목 통과

2. 제1 저자로 SCI급 논문 3편 이상 게재(or 2편 + 특허 및 산업체 과제 수행 다수)

3. 박사학위논문심사(프로포절, 디펜스, 학위논문)


보통 1번의 논문 제출 자격시험은 박사 과정 중 열심히 전공과목을 공부하면 통과하기에 큰 무리가 없다.

졸업을 하냐 안 하냐의 여부는 2번의 논문 publish에 달려있는데, 논문을 써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논문 1편 작성하는 것이 시간과 정신적으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험 결과가 원만히 나오고 그 실험 결과들을 논리적으로 빈틈없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작업이다.

그렇게 리뷰어들의 악랄한(?) 피드백을 받는 revision 과정을 겪고 나서야 겨우 논문 1편을 publish 하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SCI급 논문 3편을 작성하고 나면 교수님께서 졸업 여부를 가려주신다. 보통 학생들이 먼저 졸업 의지를 보이면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졸업을 허락해주시고 그때부터 위의 3번 과정인 학위논문 심사(프로포절, 디펜스)를 준비하게 된다.


학위논문 심사는 또 3가지로 나누어진다.

가장 첫 번째가 프로포절로 박사학위 기간 동안 연구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세 분의 교수님들 앞에서 30분가량 발표하는 자리다. 실제로 그 의미대로 하려면 박사학위 기간 중 초반에 하는 것이 맞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우리 학과에서는 졸업학기 초, 디펜스 2-3개월 전에 실시한다.


아마, 박사학위 기간 중 주제가 바뀌는 경우가 많고 박사과정 연구주제의 경우 지도교수님의 지도 하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형식상 편의를 위해 이렇게 진행되는 듯하다.


그래서 내 경우에는 석박통합 과정 기간 동안 연구한 주제에 대한 결과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주제에 대해 발표를 진행했다.

5년 간의 연구결과들을 총 정리해서 발표를 준비하다 보니 생각보다 ppt 작성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동안 연구실 세미나를 통해서 발표했던 ppt 자료들과 논문들이 있어서 figure를 새로 그릴 일은 없었지만, 여러 연구주제를 발표 하나에 논리적으로 녹여내는 것이 꽤나 어려웠다.


너무 짧거나 길지 않게 발표 시간을 25~30분 정도로 설정하고 자료를 준비하는데

40~50장 분량의 ppt로 구성하면 발표시간이 대략 30분 정도 된다.


그리고 지도교수님을 포함한 교수님 세 분을 내가 직접 선정해서 심사를 부탁해야 한다.

바쁘신 교수님들의 시간을 어찌어찌 맞춰서 프로포절 날짜를 잡으면, 그전까지 발표 연습만 하면 된다.

보통은 연구실 세미나 시간에 연구실 동료들과 지도교수님 앞에서 리허설을 1~2회 갖게 된다.


나 같은 경우 교수님 일정상 리허설을 한 번밖에 진행하지 못했는데, 리허설 때 받은 피드백으로 발표자료 구성이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하필 리허설이 프로포절 며칠 전이라 시간이 촉박해서 발표자료를 부랴부랴 새로 재구성하고 연습도 다시 하게 되었다.

막판에 뒤바뀐 발표자료를 가지고 연습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프로포절 때 발표를 망쳐버리고 말았다.

발표자료의 구성을 완벽하게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중간중간 교수님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나서 발표의 흐름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예비심사의 느낌을 가지는 프로포절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지만, 대학원에서 5년 동안 진행한 발표 중 최악이었다.


그날은 하루 종일 '내가 이렇게 발표를 못했었나'라는 자괴감이 든 채 보냈다.



그리고 이제 두 번째 관문이자 박사학위논문의 가장 큰 고비라고 할 수 있는 디펜스가 남았다.

디펜스의 경우 프로포절 심사위원이었던 세 분의 교수님 외에 외부 심사위원(박사 학위 이상) 두 분을 추가로 모셔서 진행하는 발표다.


프로포절 때 발표한 내용과 그때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추가 실험 결과들을 모두 요약하여 발표하는 자리다. 연구를 진행하게 된 동기와 배경 사회, 경제적 의미뿐만 아니라 실험을 이렇게 설계한 이유와 결과 해석 등 연구의 A to Z를 모두 할 줄 아는 지 심사 받는 시간이다.


한마디로 '밖에 나가서 박사라고 불릴 자격 있니?'라고 물어보는 자리다.


망쳐버린 프로포절의 기억을 딛고 절치부심하여 디펜스를 준비했다.

추가 실험과 분석자료들을 보충하고 발표도 매끄럽게 하기 위해 스크립트를 꼼꼼하게 작성하여 연습했다.


프로포절 때와 마찬가지로 연구실 세미나 시간에 리허설을 진행했고 다행히 몇 가지를 제외하고 큰 피드백이 없었고 교수님과 연구실 동기들이 지적해 준 내용을 수정 반영하였다.


대망의 디펜스 날,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다.


관례대로 정장을 빼 입고 발표자료 인쇄본 다섯 부와 함께 학교에 도착했다.

고맙게도 연구실 동료들이 심사위원분들이 드실 다과를 준비해주었다.


발표 분위기는 프로포절 때와 같이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생각보다 교수님들과 외부 심사위원분들의 지적과 질문이 많았지만, 예상했던 질문이 많아 침착하게 답변을 하면서 defense를 진행했다.


그렇게 발표와 질의응답 시간이 지나고 심사위원분들끼리 박사학위 합/불 여부를 투표하기 위해 잠시 밖에 나가 있으라고 하셨다. 


이제 끝났다는 후련한 마음으로 발표장을 나와 복도에서 5분 정도 대기했다.


곧이어 '들어오라'는 심사위원장 교수님의 말을 따라 발표장으로 들어가니 지도교수님께서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축하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심사위원분들께서 한 분 한 분 악수를 해주시면서 '축하하네', '그동안 수고했네' 해주시는데 그동안 고생했던 순간들과 감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지도교수님께서 '발표 잘했다. 준비 잘했네'라고 말씀해주셨을 때 망쳐버렸던 프로포절과 대비되면서 뿌듯했다.



디펜스라는 가장 큰 고비를 넘기니 마음이 정말 가벼워졌다.



디펜스 이후 여러 가지 서류 작업과 100 페이지에 달하는 학위논문 작성이라는 지루한 작업이 남아 있었지만


사실상 졸업을 향한 일정은 6월 29일, 이 날 끝났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고 비를 싫어하는 나였지만,

그날따라 포근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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