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극복기라고 적었지만 아직 번아웃을 극복하지 못했다. 아직도 극심한 번아웃 중이다. 번아웃이 온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달렸기 때문이다. 제목을 번아웃이라고 적지 않고 번아웃 극복기라고 적은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이 번아웃을 극복할 거니까. 시작이 99퍼센트다. 이제 극복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극복기다. 앞으로의 내 기록은 극심한 번아웃을 극복하는 희망의 과정을 담고 싶다. 살 이유가 없어 죽고 싶었던 마음을 떨쳐버리고 희망찬 오늘과 미래를 맞이하는 그 시작점이다. 사실 그동안 많은 시작점들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지금은 뭔가 다르다. 이번에야말로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 자신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넘쳐난다. 그러니 나를 응원한다. 앞으로의 글이 기대된다.
번아웃의 시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간호학과에 갔다. 간호학과는 고3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3개월의 아르바이트 이후 바로 일을 시작했다. 3교대라 규칙적인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임신과 출산을 했다. 아이가 어려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아이가 드디어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나는 그 김에 과감히 휴직에 들어갔다. 휴직동안에 아이가 어려 그동안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벼르고 벼르던 독서모임도 3개나 시작하고, 요리 모임도 3개, 너무나 배우고 싶었던 방송댄스도 주 2회 했다. 학부모 집단 상담을 주 1회 8주간 들었고, 명상교실도 한 달에 한 번 했다. 하반기부터는 주 1회 꽃꽂이, 어반스케치 수업에 월 1회 핸드메이드 모임까지 하느라 매주, 매일매일이 바빴다. 게다가 잠을 줄여가며 새벽에 홀로 일어나 시각화, 확언, 명상, 운동, 글쓰기까지도 하고 아이들이 일어나면 아침을 만들어서 등교, 등원시키고, 아이들 돌아오면 요리도 손수 만들면서 많은 활동을 했다. 몸무게가 절로 빠졌다. (다이어트를 하기는 했다) 계속 피곤하고 힘들었다. 주위 사람들이 나를 보며 피곤해 보인다고 쉬라고 계속 말해왔지만 내 루틴을 깨고 싶지 않아 꾸역꾸역 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괜히 바쁘니까 원래 자야 할 시간인 9시에 자지 않고 늦게 자게 되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늦게 잔 거다. 핸드폰 하느라. 쓸데없는 것들 검색하느라. 늦게 자니 아침에 늦게 일어나게 되었다. 그렇게 우울감에서 해방시키고 나를 지켜내기 위해 그동안 해오던 기적의 아침을 시간이 부족해 대충대충 하면서 번아웃을 몸소 받아들여버렸다. 그동안 번아웃이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다. 하고 있던 활동 중 글쓰기와 운동만 쏙 빼놓고 그냥 바쁘게만 지내왔다. 내가 뭘 했는지 되돌아 생각해 볼 여유도 없이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 매일 쓰던 글쓰기를 안 하니 우울감이 점점 심해졌다. 운동도 하지 않으니 우울감을 풀어낼 방법이 없었다. 애들한테 짜증이 늘어나도 매사 화가 쌓여갔다. 뭐든 일을 하든 다 힘들었다.
나를 살리는 글쓰기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글을 쓴다. 매일 글을 쓰겠다고 신년 목표를 세웠지만 사실 지키지 못했다. 글쓰기가 인생의 최우선순위였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로 인해 미뤄졌다. 글을 쓰지 않으니 작가가 되겠다는 목표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자기 패배감, 좌절감으로 더더욱 시작하지 못하고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도 안 왔다. 예전처럼 너무 열심히만 살면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 결국 또 손을 놔버릴까 봐 걱정이 되니 시작도 못하는 거다. 손을 놔 버릴 때 좌절감이 너무나 크니까. 그로 인한 아픔도 크니까 아예 시작조차 못하는 거다. 두려워서 또 실패할까 봐 두려워서.
지금도 너무나 두렵다. 잘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하루 루틴을 지키지 못했을 때 또 무너져 내릴까 봐. 습관을 만들겠다고 도전하지만 또 만들지 못해 자책감만 커질까 봐. 하지만 이 모습은 내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다. 나는 내가 어떤 결정을 하든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고 나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또 이렇게 결심을 한다. 나를 너무 내몰지 말고 현재 지금의 내 모습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자고.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자고. 앞으로 내 미래의 나를 생각하며 미래의 나라면 할 행동들을 기꺼이 부담 없이 하기로.
작가가 꿈이다. 내 미래의 모습은 작가가 되어 부모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밝고 꿈이 있는 아이들이 이 세상에 많아지는 데 기여하는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 모습에 다가가려면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은 글쓰기다. 가장 중요한 일을 두려움 때문에 하지 않고 지내왔다. 완벽하게 해야 하니까. 멋지게 보여야 하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 완벽하고 멋지겠다는 마음을 내려놓는다. 그냥 쓰는 거다. 그냥 하는 거다. 결과물이 시원찮고 내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매일 꾸준히 한다는 게 더 중요하다. 그렇게 내가 한 약속을 지키면서 미래의 내 모습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 이게 이제 내 삶의 목표다.
삶의 목표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정말로 오래간만에 두려움을 떨쳐내고 글을 쓴다. 하루의 시작 전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글을 쓰겠다고도 다짐한다. 작은 성공을 맛보기 위해서 말이다. 오늘이 그 첫날이다. 이제 시작했으니 끝을 볼 일만 남았다.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