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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핀즐 Sep 25. 2019

마레의 6층

핀즐 issue N°2 - 4


일상과 작업이 자연스럽게 섞여있는 아티스트의 공간


파리의 아티스트는 역시 사는 동네도 느낌이 남다른 것일까. 집과 가족을 소개해주고 싶다는 뱅상 마에의 초대에 그가 살고 있는 마레 지구로 향한다. 10분 일찍 도착해 건너편에 위치한 모노프리에서 와인 두 병을 사고, 그가 사는 아파트의 꼭대기 층으로 오른다. 또 한 번 느끼지만 프랑스의 엘리베이터는 참 작다.


그의 아내, 그리고 귀여운 아들, 조셉과 인사를 나누며 현관을 들어서니, 바닥과 천장이 모두 나무로 이루어진 아늑한 공간이 나타난다. 하얀색을 바탕으로 아기자기하고 다채로운 오브제와 테라스로부터 쏟아지는 햇살로 꾸며진 공간은, 여느 카페보다 훨씬 더 '마레다운' 매력을 품고 있다. 특히 내부가 훤히 보이고 천장이 유난히 높은 주방이 가장 부러웠는데, 마치 향긋하게 마리네이드 된 연어스테이크가 준비되어 있을 것만 같다. 셰프였던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요리를 즐기는 뱅상 마에가 가장 아끼는 공간이기도 하다.


너무 소중한 가족과 마레 지구의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늑한 아파트, 뱅상 마에가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가게 만드는 충분한 요인이다. 





새로운 만남은 항상 기대와 긴장이 교차한다


두 번째 초대

뱅상 마에가 속해있는 아티스트 에이전시 Agence Costume 3Pièces에서 주최하는 파티에 초대받는다. 파리 아티스트들의 파티라니, 무언가 굉장히 색다를 것만 같다.


약속된 시간, 약속된 주소의 대문으로 들어서니 아담한 중정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한 손에 와인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정원의 중간중간에는 여러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걸려있다. 파리에서의 다양한 일정 덕분에 알게 된 다른 아티스트의 얼굴도 여럿 보인다. 뱅상 마에가 고맙게도 파티의 주최자인 Agence Costume 3Pièces의 대표를 소개해주어 그와 다양한 대화를 나눈다. 파리의 다채로운 아트씬에 대한 이야기, 한국 아티스트의 저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핀즐이 전하고자 하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까지. 기대와 긴장이 교차되는 파티에서 양국의 아티스트들이 교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본다. 


가장 인상 깊은 점은 파티에서 만난 아이들의 모습인데, 시끄럽게 떠들며 뛰어다닐 나이의 아이들이 직접 음료를 따르고 과일이나 핑거푸드를 나눠주는 등 당당히 호스트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이 역할을 가지고 참여하는 파티는 한국에서는 본 적이 없는, 굉장히 색다른 장면이다. 





마레 지구의 한 골목에서


이방인의 늪

윤종신을 좋아하고, 특히 월간 윤종신을 통해 아티스트로서의 치열함을 유지하는 삶의 방식을 존경한다. 그의 곡 중에선 나로 하여금 마레에서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 있다. 


낮 밤, 눈동자 색, 첫인사까지 모두 바뀌면

추억, 미련, 그리움을 흔한 이방인의 고향 얘기

<도착, 월간 윤종신>


파리의 첫인상은 채도가 높다는 것. 사진을 찍으면 높은 채도의 필터를 적용한 듯 선명한 풍광이 연출되는데, 유독 마레 지구만은 묘하게 다른 느낌을 준다. 늪이라는 뜻의 마레는 수도사들, 그리고 가난한 노동자들과 성소수자들의 보금자리로 끊임없이 이방인을 품어온 곳이다. 


작고 개성 강한 갤러리와 카페들, 서브컬처로 가득 채워진 독립서점과 사연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 선명하다기보다는 조금은 쓸쓸하고 아련한 느낌이다. 혼자서 몇 시간이고 걸어도 좋고, 처음 보는 누군가와 나란히 앉아 커피 한 잔 해도 좋겠다. 자유로운 이방인으로서의 자격이 주어졌던 마레 지구에서의 그때가 그리워진다. 




[핀즐이 펴내는 매거진 일부를 발췌  수정하여 브런치에 발행합니다아티스트의 특별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작품들을 핀즐과 함께 경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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