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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훈 Feb 23. 2024

귀한 것 그리고 사랑한다는 것

벌써 삼십여 년도 지난 일이 되었다. 지난번에 숙기가 없는 나의 단점을 엄청 드러낸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때도 여전히 숙기는 없었고 숙취로 휴일을 보내던 때였다. 가끔 소개를 통해 만난 여성분과 데이트하는 것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침대가 된 듯 누워있었다. 점심은 집 앞 중식당에서 해결하고 20인치도 되지 않는 작은 TV를 켜 놓고 반쯤 술기운에 취해 일요일을 보냈다. 방도 좁아 방문하는 친구들도 없고 어쩌다 오는 친구도 술에 취해 집에 가기가 너무 힘들 때 정도였다. 그랬기에 좁은 집이라도 그렇게 적적할 수가 없었다.

그 당시 대학친구 하나가 화장품회사에 다녔는데 그 회사의 주력 상품이 머드팩이었다. 물론 다른 유명제품 많았겠지만 내 기억에는 골드색의 샘플용 머드팩이 더 기억에 남는다. 가장자리를 커팅하고 쭉 짜서 얼굴에 바르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 건조함을 느낄 때 온수로 닦아 버리면 되는데 요즘 거즈 형으로 만들어져 쓰레기를 남기는 것 보다 좋았고 미네랄 성분 등이 많다고 하여 몇  사용을 해 본 적이 있다. 또 그 친구가 보내줬던 머드팩이 박스 단위여서 윗집 옆집과도 많은 양을 나누었지만 개수가 여전히 많았다. 무료한 휴일에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흙을 다 얼굴에 바르다니 예전에 집 근처 갯벌에 놀러 가서 흙을 옷 여기저기에 묻히고 다닌다면 어머니에게 혼이 났던 적도 많은 데 말이다. 아무튼 머드팩 시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확대된 듯했다.


 한편으론 머드축제라는 이름으로 충남 보령에서 여름철 해수욕장 성수기에 축제를 벌이기도 했는데 참여한 외국인들은 진흙탕에서 몸싸움을 하며 즐기는 모습이 여름철만 되면 TV를 통해 자주 방송이 되곤 했다. 작은 입자의 진흙이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며 어느새 생활 깊숙이 파고드네 아니면 아이고 이젠 진흙이 돈이 되는 세상이네라고 생각했지만 바닷가 출신으로서는 갯벌 흙이 그렇게 귀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플라스틱 어항을 요즘은 많이 본 적이 없는데 예전 국민하교 시절에는 금붕어를  블루 톤의 어항에 담아 교실 뒤편 사물함에 위에다 올려놓고 키웠다. 대부분이 주황빛의 금붕어였다고 생각이 드는데 매일 당번을 맡은 아이가 수돗가에서 가서 물을 갈아주었다. 시골에서는 잘 보지 못하였던 물고기여서 대단히 관심 있게 보았다.

그 당시 내가 자주 보던 관상용 물고기는 버들붕어나 납줄개, 각시붕어 류였다. 크기는 엄지손가락 정도인데 대부분이 아름다운 색상의 비늘과 지느러미를 곳곳에 품고 있었다. 이들 물고기류는 읍내에 나가서 사 오는 것은 아니고 여름 장마철 많은 물이 수로에 흐르면 사둘(삼각형의 지지대에 그물을 두른 것)을 치고 잡았다.

잡은 버들붕어는 색이 이뻐 꽃붕어라고도 불렀는데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방안이 화사했다. 아이가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키운다는 충만함도 있었던 듯 싶다. 물론 물고기 먹이를 잘 몰랐으므로 파리 등 작은 해충을 들을 잡어 넣어주었는데 생명력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주변에서 쉽게 잡히던 것이어서 귀한 줄 몰랐는데 그 때 이후로는 대면하지 못했다.

그 당시 내가 어항으로 사용했던 유리병은 링거병이었는데 링거 병에 모래를 넣고 수초 함께 넣어 꾸미기도 했다. 이것뿐 아니라 초등학생이었는데 불구하고 형광등에 실을 잡아매고 실에 불을 붙여 형광등 발광부위를 잘라내고 그 안에 모래를 넣어 세척한 다음 수초를 넣어 키워본 적도 있다. 딱히 어디서 본 적도 없는데 초등학교 때는 정말 손가락 여기저기를 베어가면서 공작활동을 많이 했던 듯하다. 그래서 동생들이 뭐 기술자가 되려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정말 지금은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고 오히려 제대로 된 것을 망가뜨리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주변에 흔하다고 흔하게 생각 했던 것과 중요하고 귀함에도 늘 볼 수 있다고 착각에 빠져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것이 내 주변에는 항상 있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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