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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훈 Jul 01. 2024

글은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좋습니다. 글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쩌면 공해일 수도 있고 그러기에 자연스럽게 걸러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2천 년대 초반과 비교해도 요즘은 글쓰기 좋은 환경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글의 소재가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소재도 많고 참고할 만한 개별사건들도 참 많습니다. 물론 독자들에게 읽힐지와는 별개입니다. 특히 유명 블로거들 중에서도 글을 잘 쓰는 이들이 너무 많아 차별성을 갖지 않고서는 독자를 유인하기 쉽지 않습니다.     

예전엔 어땠을까요?

도제식이라고 해야 할까요! 동일한 기사를 반복해서 쓰다 보면 좋은 글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좋은 선배기자를 만나는 것도 좋은 기사를 수월하게 쓸 수 있는 길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글쓰기 방법도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자신의 커다란 능력이 되었겠지요.

예를 들어 과거에는 반복되는 식목일과 수능일, 김장철, 신학기는 매년 같은 류의 기사가 쏟아져 나옵니다. 쓰기도 쉽죠. 카피해서 글을 써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컴퓨터 보급도 제대로 안되어 있고, 인터넷도 초보 수준이어서 검색도 되지 않을 때였습니다.      

AI가 다 걸러주고 판단해 주는 지금의 세상에서는 정말 불가능합니다. 글을 구성하는 주제와 소제 그리고 사건들은 참 많지만 독보적인 글쓰기 능력을 갖기에는 더 어려운 시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AI보다 글을 더 잘 쓴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적어도 팩트관계만 확인된다면 논문류는 아마도 AI를 따라가지 못할 듯싶습니다.     

글 쓰는 이 즉 주로 기자가 지난해와 비슷한 시점에서 매년 반복되는 물놀이 기사를 쓴다고 해 봅시다. 상황과 인물만 바꾸면 지난해와 동일하게 쓴다고 해도 그동안은 유료 구독자의 비난을 받는다는 생각을 안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비슷한 뉘앙스만 풍겨도 AI가 다 찾아낼 정도이고, 구독자들로부터도 항의가 잇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기사는 팩트를 기반으로 균형과 인간미를 갖춰야 합니다. 사람냄새도 나고 등장인물 상호 간의 적절한 균형이 있어야겠지요. 단순히 기관에서 배포하는 보도 자료를 베껴 쓰는 것은 AI가 작성한 글 보다 더 못한 글이 될 것입니다.

2천 년대 초반의 경우만 하더라도 월간지나 주간지의 기획기사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많은 분량의 한 꼭지 기사를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매번 반복되는 사건이 존재했고 데이터화가 되어 있지 않아 독자는 과거의 기사 패턴을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진 몇 장만 최신의 것으로 바꾸면 정말 새로운 기사처럼 보입니다.      

산업기사나 생활경제 기사 류도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도 지금처럼 많지 않아 대중적인 제품을 돌아가며 분석해 기사화해도 소비자들에게 많은 유용한 정보가 되곤 했습니다. 정보가 주로 페이퍼 신문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기 때문이지요. 허다 못해 은행 금리를 비교 분석해 제공해도 보는 이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그 정도의 기사로는 관심을 끌기 어렵습니다. 많은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근하고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사는 오히려 팩트보다 가십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것 같습니다. 또한 기사 내용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많은 것 도 최근 기사의 특징 같습니다. 낚였다 하는 것이 실제 제목과 기사문장 사이에 간극이 너무 벌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좋은 글은 구성이 좋고 사실관계에 기초한 균형감이 있으며, 사람 냄새가 풍겨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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