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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훈 Jul 26. 2024

어머니가 치매란다.


몇 해 전부터 기억력 감퇴와 같은 말의 반복 등으로 치매 증상을 보여 왔었지만 멀쩡한 정신일 때가 훨씬 많았다. 그녀 가 기억을 놓는 순간에도 그녀의 손주 걱정부터 동네 누구네 집안의 좋지 않은 행실을 흉보는 것 등이 가혹하고 격렬하게 일어난다.


그녀는 항상 바쁘다.

방바닥이나 소파에 단 몇분도 편안히 앉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그녀의 정신과 몸은 무언가를 위해 바삐 움직였다. 아마도 그녀의 살과 뼈는 주인을 잘 못 만났나 싶다. 깊게 파인 주름과 손가락 마디마디 울퉁불퉁 부어 있는 뼈는 그녀가 평생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힘든 삶으로 살과 뼈가 희생을 당했다고 볼 수 있다.


계절이 90번 가까이 바뀌고 세상 만물도 많은 화를 해왔지만 그래도 해마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이 왔다 가고 또 많은  새로운 것들이 싱싱하거나 젊거나를 해가며 반복되기도 했지만 그녀의 몸과 마음은 옛 것에 싸여 오랜 시간 동안 아무도 모르게 허물어져만 갔다.


그녀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워내면서 제대로 자신의 몸을 돌 본 일은 없는 것 같다. 오직 타인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누구의 그늘을 만들어 주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불만과 불안정한 것들뿐이었다. 그러한 것들은 그녀를 더 채찍질만 했고 삶의 여유를 가져다 주지 않았다. 그래서인 그녀의 눈빛은 항상 경계의 그것이었다.


어느 날 부엌과 화장실이 개선된 새집을 가졌어도 그녀의 얼굴은 편안해 보이지 않았었다.  항상 누군가를 걱정하고 농작물이 제대로 커가는지에 대해 애달파했다.

아침저녁으론 밭에 나가 풀을 뽑고 수확한 작물을 햇볕에 말리거나 가지런히 묶어 놓는 등 정리를 한다. 바짝 휜 등을 구부려 빗자루를 들고 마당 깔끔하게 쓸어내고 거적을 깔고 들깨를 털거나 콩꼬투리에서 콩을 발라낸다.

저녁이 되면 방을 쓸고 닦는다. 늘어나 러닝셔츠를 벗고 몸을 정갈히 씻은 다음 침대에 눕기까지 그녀의 몸과 마음은 수행을 하는 듯 항상 무언가를 생각하고 움직여 왔다.

그런 그녀가 많은 시간을 가만히 고상 앞에 앉아 온 식구를 위해 기도를 드린다. 기도에도 그녀의 살과 뼈와 정신이 녹아든다.


숭고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 그녀의 정신과 몸은 여전히 숭고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보통의 어머니였다. 숭고하다는 것이 멀리 있지 않다. 그러나 숭고 때문에 모든 것이 희생된 삶도 달갑지 않다.

자기를 돌보는 삶

언젠가 그녀의 삶에서도

자기 스스로 자신을 많이 돌본 그런 삶이었기를 소망해 본다.  





참묘하다.

살아서는 어머니가 그냥 어머니더니

그 이상은 아니더니

돌아가시고 나니 그녀가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생각이 든다

                                                                 노희경 "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 중에서

   


동생이 보건소에 치매 등록을 하고 기저귀를 받아 왔다.

그렇게 완고하기 그지없던 분이었는데...

이젠 기저귀를 찼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답답하다.

갑자기 돌아온 정신으로 치매 상태였을 때에 당신이 한 일을 보게 된다면 얼마나 마음이 무거울까 하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목이 멘다.

지금도 몇 통의 사람을 찾는다는 문자가 휴대폰 창에 떠 올랐다 사라진다.

삶은 참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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