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가방 예쁜 옷 꽤 괜찮은 월급과 가끔은 좋은 곳 멋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여유
그걸 채우면 인생이 그럴듯해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쉬는 날이면 친구를 만나 소위 말하는 '핫플'이란 곳에서 사진 찍기 바빴고,
SNS에 업로드할 때면 잘 살고 있다고 뿌듯했던 것도 같다.
"야 너 그 사진 인생 사진이다"
"그래? 난 아까 저 의자 앉아서 찍은 게 더 괜찮은 거 같은데..."
"야! 남이 봤을 때 예쁜사진이 진짜 예쁜 사진인 거 알아 몰라?
일단 다 보내볼 테니까 에어드랍 켜봐"
이 사진이 잘 나왔네~ 저 사진이 잘 나왔네~
서로의 인생 샷을 주고받고 나면,
이제는 2라운드 각자의 행복을 나열하기 바빴다.
"집을 샀다고? 와..... 돈 많은 남편 만나서 좋겠다, 난 언제 결혼해서 집 사냐"
"승진?! 와~ 연봉 꽤 올랐겠네? 어쩐지! 그래서 가방 샀구나 너?"
"네 아들 왜 이렇게 잘생겼어~ 유전자 열일했네!"
이런 일상이 인생이라고 여겼다.
남들이 보기에 그럴싸하게 오늘을 살고 나면,
어떤 날은 잘 지내고 있는 내가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지금 느끼는 이 ‘공허함’ 은 뭐지?
나는, 살고 있지 않았다.
쓰는 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정도면 됐지 하고 대충 넘겨버린 적도 많았고,
밤마다 값싼 와인을 마시며 손쉽게 기분을 얻었다.
남자 친구와의 대화는 시시때때로 틀어졌고, 그걸 감추고자 겉모습에 더 공을 들였다.
매일이 예정된 대로 흘러갔지만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걸까 불안했다.
불안해서 더 크게 웃었고, 웃고 있는 내 얼굴이 딴 사람 같아서 서늘했다.
일과 사랑을 동시에 내려놓으며, 나의 연기는 끝이 났다.
제일 먼저 무질서하게 흩어져있던 나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회수해갔다.
회사에서, 애인에게서, 가족에게서 나를 되돌려 받아 ‘나’를 모았다.
이 조각들로 다시, 진짜 나를 만들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