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에 뚝 떨어진 듯한 고독한 설렘, 그 기묘한 매력을 몰랐더라면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은 즐겁다. 나도 그 매력을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사랑스러움을 알려준 친구들에게 지금까지도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홀로 떠나는 여행을 포기할 수 없다. 혼자 하는 여행에는 대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신비로움이 있다.
1.
나의 첫 혼자 여행은 만 19세가 되던 해 여름, 도쿄에서 시작되었다.
별 것 아닌 이 도전은 훗날 나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된다.
타지에 혼자 발을 들이는 순간, 나는 이방인이 된다. 내가 답사를 온 건지 놀러 온 건지, 이상한 나라에 떨어져 길을 잃고 헤매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기 시작한다. 주위에는 익숙한 것 하나 없이 낯선 현지인들만 휙휙 지나간다. 여기에는 이 공간과 나, 둘밖엔 없구나, 생각하며 문득 공기 냄새도 다름을 느낀다. 그 쌉싸름한 고독 속에서 싹트는 묘한 들뜸을 자각하는 순간 모험은 시작된다.
한 번 시작된 모험은 멈출 수 없다. 나는 마법의 신이라도 신은 것처럼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걸으며 정처없이 탐험한다. 가로수의 감촉이 궁금하면 다가가 만져보고, 강가를 걷다가 우뚝 멈춰 원없이 멍을 때리기도 한다. 끝없이 확장되는 지도 위에서 지금 나는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고양감을 느낀다. 마음껏 길을 잃으며 그 풍경의 일부가 된다.
그렇게 온몸으로 생생하게 흡수한 기억들은 아마추어 영화처럼 날것 그대로 머릿속에 남아 평생 상영된다.
(히사이시 조의 OST 'Summer'로 유명한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을 보면 첫 여행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정처없이 떠나는 여정, 씁쓸한 두근거림, 이상할 정도로 선명한 단편 기억 같은 것들을 기가 막히게 표현한 작품이다.)
2.
최근에 혼자 떠난 여행지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와 라스베가스였다. 듣던 대로 미국은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시작하고나서도 자꾸만 나타나는 변수들에 불안, 압도, 때로는 공포까지 느꼈다. 동시에 미친듯한 해방감과 모험심이 밀려와 쉼없이 두 다리를 움직였다. 여행이 끝난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그 강렬한 기억이 자석처럼 달라붙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혼자 여행은 품이 많이 들고, 때로는 외롭다. 위험에 처했을 때 지게 되는 리스크도 크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자꾸만 '이상한 나라'에 스스로를 던져 모험을 반복하는 건, 그 고독한 설렘의 기묘한 매력을 알아버린 자들의 숙명일 것이다.
함께 갔던 여행은 되돌아보면 즐겁게 놀던 기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면,
혼자 떠난 여행은 아련하고도 선명한, 어딘가 쓸쓸한데 가슴 벅차는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그것이 내가 혼자 여행을 조금 더 편애하는 이유이다.
모든 사진 출처 :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