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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욱정 Jan 28. 2020

1. 영어, 왜 해야 할까?

대답할 수 없다면 아직 때가 아니다


시작을 망설여야 하는 이유


"영어를 좀 해보려 하는데, 뭐부터 해야 할까?"

영어의 세계에 이제 막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막막한 기분일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사막에 나침반 없이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영어를 꽤 오랫동안 해온 사람도 막막하기는 매한가지다.

"영어를 계속 하고 있는데, 왜 실력이 늘지 않을까?"

방향이 문제인지 속도가 문제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이번 편은 영어공부에 들이는 노력과 시간을 절약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영어의 여정에 오르려는 사람들, 이미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이다.


절약의 의미를 명확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지름길로 가야만 절약이 아니다.

애초에 불필요한 투자를 하지 않는 것도 절약이다.


몸부터 움직이지 말자.

'어느 길로 갈까'가 아니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먼저 봐야 한다.





일단 멈춤. 그리고 던지는 질문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원제: Start with Why)>의 저자인 사이먼 사이넥은 Why, How, What의 세 층으로 이루어진 골든 서클 모델을 제시하며, 우리가 일을 할 때 Why부터 먼저 해결해야 비로소 How, What이 차례로 풀리는데, 많은 사람들이 거꾸로 What부터 시작해서 안으로 들어간다고 지적한다.


사이먼이 제기한 문제의식은 영어 공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영어회화를 잘하고 싶은데 어떤 교재가 좋을까?'

'ㅇㅇ선생님이랑 ㅁㅁ선생님 둘 중에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문법을 쉽게 가르쳐주는 강의는 없을까?'

'전화영어 업체 중에 괜찮은 곳 어디 없나?'


시중에 넘쳐나는 영어학습 콘텐츠는 학습자들로 하여금 수많은 What과 How를 가지고 저울질하며 고민하도록 만든다. 모든 논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답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가장 먼저 저울에 올려놓아야 할 것은 영어를 하려는 이유, Why다.     

Why를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면 지금은 How와 What을 논할 때가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영어 선생님이 효과 좋은 영어 학습법으로 가르친다 해도, 영어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을 영어를 잘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영어를 해야 하는 이유가 불분명한 상태에서는 학습 효율이 극히 낮다. 뭔가 될 것 같아서 돈과 시간을 쏟아붓지만 투자 대비 가성비가 형편없다.

그러면 '이 방법이 틀렸나'라고 생각하고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문제는 방법론이 아니다. Why가 바로 서지 않은 상태에서는 모든 방법론이 무의미하다.


그러니 일단 멈추고 답해 보자. 영어를 왜 하는지.

하나의 명료한 문장으로 만들어 마음 깊숙한 곳에 새기자. 누가 물어보면 곧바로 줄줄 읊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Why가 확고히 서면 How와 What를 고민하는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     

'영어를 왜 배우는가?'

답을 쉽게 찾을 수 없다면 질문을 살짝 바꿔 보자.

'영어를 잘하게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는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영어를 잘하면 하고 싶은 일


영어를 잘하게 되면 그 능력으로 뭘 하고 싶은가?

위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한국의 현실을 고려해서 세 갈래로 나누어 보았다.     



1. 하고 싶은 게 딱히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질 않는다. 뛰어난 영어 실력을 갖추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간절히 하고 싶은 무언가가 딱히 없다.

놀랍게도 상당수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답하기 어려운 이유는 평소에 상상해 본 적 없는 그림이라서 그렇다. 마치 '인도 여행을 가서 타지마할을 눈앞에 마주한다면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첫마디는 무엇일까요?' 라는 질문에 '글쎄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영어로 하고 싶은 일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번 기회에 점검해 보자. 영어를 정말로 잘하고 싶은 게 맞는지. 사실은 영어를 못하는 사람으로 살아도 괜찮은 게 아닐지. 단지 영어공부를 한다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안도감이나 뿌듯함, 왠지 열심히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동력 삼아 지금까지 온 건 아닌지.  



2. 먹고살려고 영어한다


생계를 위해 영어를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어를 스펙 또는 기술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본다. 취업시장에서 영어는 스펙으로 기능한다. 공인 영어점수가 높으면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직장을 들어가는 데에 유리하다. 또는 외국인 바이어를 상대하는 일처럼 업무상 영어를 써야 하기 때문에 배우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에게 영어는 자신의 몸값을 높여주고 더 좋은 위치로 올라갈 수 있게 해주는 무기이다. 따라서 영어를 배워야 하는 명확한 이유가 존재한다.

     


3. 소통하고 싶어 배운다


case 1: 동생이 국제결혼을 했다. 인종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소중한 가족이 된 그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세세한 감정 하나하나까지 나누고 싶다. 그래서 영어를 잘하고 싶다.

case 2: 정말정말 좋아하는 외국 가수가 있다. 인스타에서 그 가수는 각국의 팬들과 영어로 이야기한다. 나도 그 대열에 끼고 싶다. 그에게 댓글을 남기고 그가 남긴 댓글을 읽고 싶다. 그래서 영어를 잘하고 싶다.

case 3: 주기적으로 만나 취미활동을 함께하는 외국인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인사와 호구조사를 마치고 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들과 웃고 떠들고 일상을 공유하면 너무 재밌을 것 같다. 그래서 영어를 잘하고 싶다.


위의 예시들은 모두 영어를 '소통의 도구'로 보는 관점이다. 사람과 이어지고 싶어서,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싶어서 영어를 배우는 경우다.     


영어실력 향상을 가장 기대해 볼 수 있는 유형은 당연히 3번이다. 소통하기 위해 배우는 것. 이는 언어를 대하는 가장 올바른 관점이기도 하다.

     


현재 영어를 어떤 형태로든 공부하고 있다면, 또는 공부해 보기로 마음먹었다면 아래의 질문을 통해 Why를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자.   

  

영어를 잘하게 된다면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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