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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욱정 Mar 11. 2020

7. 영어를 대하는 관점을 바꾸자

생각의 전환으로 1년 후 영어실력이 달라진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폴더가 있다. 나름의 분류법에 근거해 라벨을 붙여 폴더를 관리한다. 각각의 폴더 안에는 또 수많은 파일이 있다. 파일에도 라벨이 붙어 있다.


어떤 라벨을 붙이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진다. 누군가를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라벨을 붙이면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이 이기적으로 보인다. 어떤 일을 '나는 못하는 일'로 한 번 규정지어 놓으면 앞으로는 그 일을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된다. 이것이 우리의 인식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그가 어떤 사람이든,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든 상관없이 우리는 우리가 이름 붙인 대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움직인다.


라벨 붙이기의 다른 말은 관점이다. 관점을 어떻게 잡고 가느냐가 사실상 일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점이 머릿속에 체계를 만들고 그 체계 안에서 모든 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제국을 건설한 비결


"To be amazoned" 라는 표현이 있다.

해석하면 "아마존에게 당하다" "아마존 때문에 망하다" 인데, 아마존이 특정 산업에 진출하면 해당 업계의 기존 업체들이 타격을 받는 현상을 뜻한다. 한계를 모르고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아마존의 무시무시한 파워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낼 정도다.



아마존은 창업 초기부터 스스로의 정체성을 '소프트웨어 회사'로 규정지었다. 그리고 '우리는 인터넷 시대의 첫날에 살고 있다'는 뜻의 데이원(Day 1) 정신을 회사의 핵심 정신으로 삼았다. 확고한 정체성과 정신을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결과, 아마존은 인터넷 서점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영어의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하고 어떤 정신으로 영어를 공부하는지가 1년 후 우리의 영어 실력을 결정한다.

잘못된 관점으로 영어를 공부하면, 간절한 마음으로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였는데도 실력이 도무지 늘지 않아 답답해지고 결국 ‘나는 영어랑 안 맞는구나’ 하고 포기하게 된다.


우리가 영어를 바라보는 관점은 어떨까?






이제 와서 영어로 말해보라니


대부분의 한국인은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시험과목으로서 배워왔다. 나 또한 그랬다. 영어공부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모의고사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에 맞춰졌다.

영어는 시험과목이라는 인식이 깊이 뿌리내리고, 이를 바탕으로 모든 것을 쌓아 올린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세대는 중고등학교 때 영어 말하기를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 독해, 문법, 듣기 연습만 열심히 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되고 취업을 할 시기가 됐을 때 기업과 회사에서 요구하는 건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이다. 영어면접까지 본다. 학교에서는 죽은 영어를 배웠는데 취업하려 하니 살아있는 영어를 해보라고 한다.

영어에 대한 인식을 ‘시험 과목’에서 ‘소통의 도구’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인식을 바꾸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영어는 소통의 도구라는 관점을 갖고 영어를 한 지 몇 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가끔은 소통에 중요하지 않은 자잘한 요소에 집착하는 나의 모습을 보곤 한다.


영어를 소통의 도구로 바라보는 관점 외에 또 하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언어 습득에 유리한 관점


영어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언어의 특성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운동이나 악기를 배운다고 생각해 보자. 개인차는 있겠지만 처음 시작해서 하루 2시간씩 일주일에 2,3회의 빈도로 꾸준히 한다면 아마 몇 달 후에는 그럭저럭 즐길 수 있는 만큼의 실력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언어를 곧잘 하는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시간 투자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새로운 외국어를 하나 정해서 하루 2시간, 일주일에 3번 공부한다면 몇 달 후에는 그 언어권 사람이랑 어려움 없이 대화할 수 있을까. 단어나 문장 정도는 떠듬떠듬 읽을 수 있어도 자유로운 소통은 어려울 것이다. 차이가 뭘까.


언어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수영을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또는 스키를 아무리 많이 타더라도 하루 종일 수영을 하거나 스키를 탈 일은 없다. 그럴 일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언어는 어떨까. 우리는 한국어를 하루 종일 사용한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뿐만 아니라 혼잣말도 한국어로 하고 생각도 한국어로 하고 카톡도 한국어로 한다. 글도 한국어 문장을 읽고 영상도 한국어로 만든 영상을 본다. 다시 말해, 언어를 할 줄 안다는 건 그 언어를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말한다. 여기서 언어 사용이란 말하기/듣기/읽기/쓰기를 모두 포함한다.

운동을 많이 하면 피곤하지만 한국어를 많이 한다고 해서 특별히 피곤하진 않다. 운동은 힘을 써서 하는 활동이고, 한국어는 그냥 한국어 모드로 존재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기술이 아니라 '모드'다.     

필요할 때 꺼내서 쓰는 기술이 아니라, 뇌에 장착시키고 발성기관에 입력시키는 모드다.

우리가 영어를 배운다는 것은, 평생 달고 살아왔던 한국어 모드와는 별개로 영어 모드를 하나 더 설치하는 것이다. 기존의 운영체제에 프로그램 하나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새 운영체제를 설치하는 셈이다. 그러니 간단한 일이 결코 아니다.     



영어가 기술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한국에서는 평소에 생활할 때 영어를 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문화적·언어적 다양성이 예전에 비해 커지긴 했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한국은 단일 언어 국가이다.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어르신들도 생활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쓸 기회가 없으니 배울 필요도 없고, 배우더라도 써먹을 기회가 많지 않으니 까먹게 된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는 영어가 특수한 상황에서만 쓰는 기술처럼 되어버렸다.



모드라는 말을 좀 더 풀어 보자. 언어는 사고와 뗄 수 없는 관계다. 영어 사용자는 한국어 사용자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본다.  

국내에서 영어를 공부해 유창해진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영어로 말할 때는 한국어로 말할 때와 생각이 다르게 작동한다고들 얘기한다. 심지어 한 사람 안에 두 개의 인격이 있는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학창 시절에 영어를 습득해서 영어와 한국어 모두 원어민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능통한 선생님이 있는데, 그분은 대화를 할 때 만약 듣는 건 한국어로 듣고 말하는 건 영어로 말하라고 하면 머리가 아파 어렵다고 얘기한다. 모드를 순간적으로 전환하려니 꼬이는 것이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한국 가면 영어공부 좀 해야지'라고 의지가 불끈 솟아올랐다가 한국 땅을 밟는 동시에 열정이 사그라드는 이유도 우리가 영어를 기술로 여기기 때문이다.





내 생각, 감정, 하고 싶은 말 ---> 한국어     

통로를 하나만 갖고 살아왔다면 이제는

 

 내 생각, 감정, 하고 싶은 말 ---> 영어     

새로운 통로를 하나 만드는 개념으로 생각하자.



영어를 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생각만큼 늘지 않았다면, 영어를 모드로 바라보는 관점을 채택해 보길 권한다.


영어와 한국어, 두 개의 모드를 갖는 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하지만 영어 모드를 설치하고 정착시키는 어려운 일을 해내고 나면,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듯 세상을 두 배로 살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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