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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혜랑 Nov 08. 2023

학교X예술X교육=?

학교예술교육인으로 산다는 것.

어느 날 습관처럼 인스타그램 DM창을 열었다가 놓친 메시지 하나를 발견했다.


"안녕하세요~ 00 대학교 연기학과 재학 중인 3학년 대학생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학교 과제 중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가진 분들께 인터뷰하는 과제가 있어서 찾아보다가 작가님 피드를 보게 되었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인터뷰 부탁드려도 될까요?"


오, 새로운 경험.

SNS에선 주로 나를 아티스트 아니면 기획자로 포지셔닝하고 있어서 교육인으로서의 나를 드러낼 일은 잘 없었다. 굳이 학교현장 이야기를 하고 싶지도 않고, 교육자로서 드러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1년 중 가장 긴 시간 종사하는 일이라고 하면 예술교육분야가 맞다. 오늘도 출근했으니.


사실 여유시간이 아주 많진 않았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 받았던 기억이 났다. 대학생 시절, 연극강사로 일하고 있던 선배님께 조언을 구했을 때, 교육 커리큘럼까지 흔쾌히 나눠주시던 선배님의 모습.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라니. 당장 하겠다고 했다.


만남은 그날 밤 10시에 줌으로 이뤄졌다.

미리 질문지를 받았는데, 생각보다 디테일하고 심도 있는 질문이라 생각할 내용이 많았다.

함께 보면 좋을 이야기가 많아 추후에 공해도 되겠냐고 허락을 구했다.

그렇게 허락을 얻은 후 쓰는 오늘의 글.

아래부터는 인터뷰 내용이다.




0. 예술교육을 언제 시작하셨나요?

2016년이다.


1. 예술 교육 강사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꽤 오래전부터 꿈이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국어시간에 연극수업을 했다. 그때 교실에서 처음 역할을 맡아 연기했는데, 담임선생님께 재능이 있다며 칭찬을 받았다. 그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인생이 바뀌던 순간. 나도 커서 누군가를 가르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좋아하는 연극이면 더 좋고. 그래서 대학교 때 교직이수를 해서 중등교원 자격증을 취득했다. 잘 가르치진 못해도 제대로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 교육자격증만 8개를 취득했다. 거기에 더해 예술강사를 선택한 현실적인 이유가 또 하나 있는데, 예술가가 전공을 살리면서 데일리 하게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예술교육은 그 두 가지를 모두 아우른다. 그래서 선택하게 되었다.


2. 예술 교육 강사 말고도 동화책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데 자신의 동화책으로 교육연극을 진행하시나요?(진행한다면 진행하는 이유까지)

내 책으로 진행한다. 저작권문제가 가장 크다. 물론 학교 내에서 교육목적으로 사용하는 건 어느 정도 허가를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굳이 내 책이 있는데, 다른 작가 것을 쓰고 싶진 않았다. 거기다, 시중에 나와있는 어린이 희곡집은 인원이 7~8명, 많으면 15명 정도로 설정되어 있다. 그 작품으로는 23명에서 29명 되는 교실 내 인원을 감당할 수가 없다. 내 책으로 교실인원에 맞게 각색해 사용한다.


3. 학생들과 교육연극을 어떤 식으로 진행하시는지와 진행하는 활동 중 특별히 어떤 활동에 중점을 두시는지 궁금합니다.

놀이와 공연준비를 절반씩 설정한다. 전반부엔 연극놀이, 시어터게임으로 몸과 마음을 풀어주면서 라포를 쌓는데 시간을 들이고, 후반부엔 공연을 준비한다. 이 비율은 교사들과 상의한 후 조정하고 결정한다. 2학기로 갈수록 공연준비 요청이 많아 공연비중을 늘리기도 하고, 저학년의 경우엔 놀이를 많이 넣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한다. 특별히 어떤 교육활동을 중점적으로 한다기보다는, 해보지 않은 행동을 할 때, 창의적으로 무언가를 했을 때 격려하고 응원하는 말을 자주 하려고 한다.


4. 앞서 특별히 교육에 중점을 두는 부분을 말씀해 주셨는데 왜 그 부분을 더 신경 써서 교육하시는지에 말씀해 주세요.

살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사람이 사는 대로 살게 된다.'는 점이다. 예술의 역할은 사람의 시야를 넓혀주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한 번도 느껴보지 않은 감각을 일깨우고, 새로운 감정을 느껴보고, 삶의 관성을 깨면서 시야를 넓혀주고 싶다.


5. 다른 예술강사들과 차별화해서 작가님만 진행하시는 예술 또는 연극교육이 있는지와 있다면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세요.

공연감상시간을 한 시간 꼭 넣으려고 한다. 공연은 영상자료가 아니라, 내가 현장에서 직접 1인 그림책 뮤지컬 보여준다. 우리나라 예술교육은 발신자 행동 위주로 설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만들거나, 무언가를 직접 나서서 해보거나. 하지만 그 활동만큼 관객경험, 관객교육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이 학생들 중에 진짜 예술가로 살 아이들보다, 관객으로 살 아이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연을 감상할 기회를 주면서 극장의 문턱을 낮추고, 극장예절을 배워 관람행위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어, 학교를 나가서도 극장 경험이 삶에서 이어지도록 돕고 싶었다. 연극활동에 있어선 화술 교육에 조금 더 신경 쓴다. 말하기는 평생 사용하는 스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자체가 성우경력이 있어 화술교육에 강점이 있다. 한줄한줄 대사를 모두 잡아주고 시범을 보여준다. 차별화라는 부분은 내가 생각한 게 아니라, 실제로 어떤 담임선생님께서, '이렇게 다 잡아주고 보여주는 선생님은 처음 본다'며 칭찬과 감탄을 하신 적이 있었다. 남다른 부분이구나 그때 생각했다.


6. 작가님의 교육연극에서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선 타인의 이해. 연극은 다른 차원의 삶을 지켜보거나 수행하는 행위다. 학교가 시간을 들여 연극교육을 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예술학교도 아니고, 엘리트 예술인을 육성할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외부강사까지 불러 연극을 교육시킬까. 내 나름의 답은 '타인의 이해, 나와 다른 삶에 대한 시야 확장'이었다. 연기를 처음 해보는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다. 제발 대사만 하지 말고 그 인물을 진심으로 이해해 보라고. 네 성격은 그렇지 않겠지만, 이 인물의 생각회로를 한번 읽어보라고 강조한다. 또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아주 사소한 재능의 발견'이다. 나는 학교예술교육의 혜택을 톡톡히 본 사람이다. 학교가 내 재능을 찾아주지 않았다면 어디선가 헤매고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나도 아이들의 재능, 연기뿐만 아니라 아주 작고 사소한 재능까지도 포함해서 찾아주고 싶다. 글씨를 잘 쓴다라든지, 몸을 잘 움직인다라든지, 평소에 몰랐을 장점까지 찾아내 강박적으로 칭찬해 준다.


7. 교육연극에서 영향을 받은 인물과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없다. 현장에선 다른 사람들 수업을 볼 기회가 별로 없다. 내 인생을 다 통틀어 본다면, 아까 이야기했던 3학년 때 담임선생님. 꼭 연극수업뿐만 아니라, 내 인생에 잊지 못할 좋은 선생님이셨다. 이 분 덕분에 교직을 생각하게 되었으니까. 큰 영향을 끼친 건 맞다.


8. 현재 문화예술교육이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떠오르며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예술교육에서 변화되어야 할 부분이나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있다면 어떤 부분인지와 이유까지)

예술과 학생평가에 대해 엄청나게 생각한 적이 있다. 학교는 기본적으로 평가가 존재한다. 겉으로는 '자유롭게 해~ 마음껏 창의성을 발휘해~'라고 하지만, 사실 원하는 것과 답은 다 정해져 있다. 학교에서 평가하지 않는 교육이 가능한가 궁금하다. 과정중심교육 말만 좋지, 우리는 그걸 실제로 접해본 적이 없다. 배워 본 적 없는 걸 가르칠 수는 없다. 현재 학교예술교육은 철저히 결과중심교육이다. 특히 공연을 준비할 때 그렇다. 학생과 교사 둘 다 스트레스 받는다. 학교문화예술교육이 창의적이고 열린 방향으로 가려면, 공연과 전시 같은 결과공유회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9. 작가님께서 앞으로 예술강사로써 어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어린이 교육보다 성인교육에 관심을 좀 더 두고 있다. 예술교육을 다른 형태로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 그리고 분야도 좀 더 다양하게, 다분야로, 융합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교수가 되고 싶다는 꿈도 가지고 있다.


10.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따는 사람들에게 특별히 예술강사로써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나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우리나라 예술 교육은 엘리트 예술교육이 주로 일어난다. 왜냐하면 엘리트코스를 밟은 예술가가 학생을 가르치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배운 대로 가르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예술교육은 예술가가 교육을 하는 게 아니라 교육자가 예술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곳에선 교육자라는 인식을 제대로 심어야 한다. 교수법, 워크숍, 프로그램개발, 작품리서치 등등 계속해서 가르칠 것들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끝으로 정말 강조하고 싶은 건, 마음 다치는 일이 많으니 각오해야 한다는 것. 인격적으로 잘 대해 주시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교사가 윽박지르는 거나, 수업 중간에 불러내 따지는 경우도 있었다. 또 쉴 곳을 마련해 주지 않는 경우, 코로나 시기에는 급식실 이용 못하게 해 식사제공 받지 못하는 경우있었다고 한다. 학교가 예술강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취급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내가 들은 사례만 한가득이다. 학교현장에선 나를 지켜가며 잘 버텨야 한다.



이상 1시간의 인터뷰가 마무리 됐다.

나 스스로도 8년간의 교육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어 유익했다. 약간은 부끄러운 고백이 섞여있긴 하지만, 이 역시도 기록이라고 생각하기로 하며.

혹시나 내 글을 스쳐갈 예술교육인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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