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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슐랭가이드 Aug 31. 2021

가난함을 유지할 때, 부에 근접할 수 있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살아가면서 무엇보다도 우리는 타인으로부터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가장 크지 않나 싶다.

 이러한 결핍된 심리를 충족시키고 보상하는데 소비만한 것이 없다. 소비는 무엇을 구매하고 소유하고, 소유한 것을 타인에게 보여줌으로 인정받는 과정을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존을 얻으며, 결핍에서 해방되는 경험을 가져다준다.

 그중에서도 명품은 단연 최고다. 명품을 살 수 있는 구매력과 명품의 희소성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주변인으로부터 선망의 시선을 받으니 인정받는다는 착각이 들게 하고, 타인보다 우월하다는 심리가 온몸을 휘감는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이만한 마력을 가진 대체재가 없다. 이 마약과 같은 감정을 느끼려고 수입과 지출에 대한 개념은 상실한 채로, 더 비싼 명품을 미래의 수익을 현재로 당겨와서 쓴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라 그동안의 수준으로는 더 이상 만족감이 들지 않는다.

더 새로운 것, 더 비싼 것, 남들이 쉽게 살 수 없는 것을 반복해서 구매해버리고 만다. 이른바 ‘신상'의 새로움과 ‘한정판’의 특별함을 소유하는 것으로 또다시 명품의 마력에 매료된다. ‘신상’도 얼마 되지 않아 유행 지난 ‘옛것’이 되어버리니, 또다른 ‘신상’을 갈구하게 된다. 이것이 반복되니 결국 돈의 노예가 되어버리고 만다.

모멸감_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_김찬호

그러나 사치스러운 소비는 일시적인 부족의 순간을 당장 채워줄 순 있어도 가장 궁극적인 부족인 자존의 결핍은 해결해주지 않는다.

이러한 소비는 선택의 자유도 침해한다. 수입을 넘어서는 지출로 인해 서서히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잃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제한적인 삶을 살게 되며, 덩달아 삶 전체가 불만과 부정으로 휘감긴다. 이것이 현재라는 단 한번 뿐인 자원을 좀먹듯 갉아먹는다.


'인생에 돈이 다가 아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위선이 포함되어 있는 말이다. 단위 시간당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고, 그것이 안정적인 수입으로서 보장되어야만, 의식주가 돈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 시점에 들어서야만, 삶이 돈으로 인해 결정되지 않는다고 느껴지기 마련이다. 40도를 웃도는 푹푹 찌는 한 여름에 전기가 끊겨 에어컨을 틀지 못해 당장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인생에 돈이 다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을까?

현재와 미래의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돈보다 중요한 것’이 눈에 보일 리 없다.


나는 돈과 연결된 의식주 문제를 걱정이 없는 수준안으로 반드시 도달해야만 건강, 타인의 인정, 우정, 가족, 순간의 선택 등의 삶의 결핍과 이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시험 받는 것은 물론, 나라는 존재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잃게 될 뿐더러, 비교의 세상에서 깊은 우울감에 빠지고, 목적없이 하루를 연명하는 다람쥐 쳇바퀴 굴리는 듯한 의미 없는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이 지옥 같은 자본주의에서 자유의 길은 '돈'이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게 된 지 고작 4년밖에 되지 않았다.

 수많은 결핍 중에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선택의 결핍이었다.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어김없이 출근하는 반강제적 선택을 해야만 했고, 사고 싶은 것이 있어도 꾹꾹 눌러 참아야 하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다행히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딱 한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소비하지 않는 선택이었다. 결심하고 하루 단위로 철저하게 지키니 3년 만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종종 친구들을 만나면 "많은 거 안바래. 1억만 있었으면 좋겠다. 난 그렇게 되면 뒤도 안 돌아보고 BMW부터 살 거야"라고 말했던 것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할부라던지 기타 금융상품을 이용하지 않고도 오로지 현금으로 BMW의 어떠한 차종이던지 살 수 있어도 사지 않는다.

 종잣돈은 또 다른 돈을 모으는 씨앗이 될 수 있어도 BMW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명품을 몸에 두르는 것으로 부자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가난을 증오하고 검소와 소박함을 곁에 두고 계속해서 함께 해야 했다.

 검소하고 소박함이 왼편에 있고, 사치와 풍요가 오른편에 있어 같은 시야안에 나의 삶의 같은 선상에서 있다고 해서 삶의 질에 있어 월등하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인간은 가질수록 책임이 늘어난다고 했던가. 하나를 더 가질수록 신경쓸 것 하나가 더 늘어나 겉으로나 속으로나 짐을 하나 더 짊어지는 것과 같았다.


 검소함과 사치의 경계선을 구분짓는 것은 타인의 시선을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가짐으로부터 결정되었다. 사치로 치장한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 나에겐 느리게 간다거나, 어떤 누군가가 나에 대한 배려가 더 깊었다거나, 더 알차고 보람있는 하루가 되지는 않았다. 검소하더라도 그저, 진실함. 주어진 하루에 충실함. 감사함. 등이 나를 남에게 비추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고 차이점이었으며, 이것들의 생명력은 그 어떤 것과도 비할 수 없었다.


 부를 이루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급여를 받는 직장인이 이루는 진정한 '부'란 무엇일까? 어느정도까지 자산을 축적해야 '부'를 이뤘다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몇가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부 = 많이 소유한 것 or 남들보다 많이 가진 것'이라면? 그럼 나도 돈을 더 많이 가지면 되지 않나? 직장인이 급여로 돈을 많이 가지는 방법은?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대로 실천하니 돈이 조금씩 모아졌고, 데굴데굴 아주 서서히 구르기 시작하더니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부'라는 것에 아주 조금이나마 근접할 수 있었다. 월급을 받으면 '필요한 것만 소비' 하고, 남는 것은 그대로 보관하여 모으면 소유로 남게 된다. 다시한번 강조하면, 필요한 것 이외엔 모든 소비를 최소화가 아닌 중단하다시피 했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특히나 월급쟁이의 급여소득으로 가난과 멀어지려면 소박함, 검소함과 매우 친해져야 함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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