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는 수학 문제집을 펼치면 뒷면에 항상 정답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틀린 답에는 빨간 줄이 그어지고, 맞은 답에는 동그라미가 쳐졌다. 그렇게 우리는 세상에는 언제나 명확한 정답이 존재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마주하는 인생이라는 문제집에는 뒷면에 정답지가 없다. 아니, 애초에 정답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 첫 직장을 고를 때, 결혼을 결심할 때, 우리는 늘 물었다. "이게 정답일까?" 부모님은 안정적인 길을 권하고, 친구들은 각자 다른 조언을 건넨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수많은 성공 스토리와 후회담이 뒤섞여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답변도 내 인생에 대한 확실한 정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서른 살에 창업한 사람이 성공하면 "젊을 때 도전해서 다행이다"라고 말하고, 실패하면 "좀 더 경험을 쌓을 걸"이라고 후회한다. 안정적인 직장에 머문 사람은 때로 "모험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퇴사한 사람은 "안정을 버린 것"을 고민한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만약에'라는 가정은 끝없이 따라온다. 이것이 바로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증거다.
우리는 종종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습관, 독서, 운동, 인맥 관리. 분명 그들에게는 효과적이었던 방법들이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도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각자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어떤 이에게는 외향적인 성격이 무기가 되지만, 다른 이에게는 내향적인 깊이가 강점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빠른 결정이 기회를 만들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신중한 선택이 실패를 막아준다. 같은 방법론이라도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더욱이 시대가 다르다. 부모 세대의 정답은 평생직장이었지만, 지금 우리 세대에게 그것이 여전히 정답일까? 10년 전의 성공 공식이 지금도 유효할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어제의 정답은 오늘의 오답이 되기도 한다.
정답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 실패에 대한 관점도 달라진다. 실패는 더 이상 틀린 답을 선택한 결과가 아니라, 그저 여러 가능성 중 하나를 경험한 것이 된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난 경험을 "내 인생 최고의 사건"이라고 회고했다. 그 실패가 없었다면 픽사도, 재기한 애플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실패를 통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어떤 길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쌓여 결국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간다. 이것은 정답을 찾은 것이 아니라, 나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말은 허무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해방감을 준다. 하나의 정답을 찾아 헤매는 대신, 우리는 매 순간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하면 된다. 그 선택이 때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것조차 의미 있는 경험이 된다.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하며, 누구와 함께하는가가 진짜 중요하다. 인생의 의미는 도착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정 속에 있다. 우리가 걸어온 길, 만난 사람들, 느낀 감정들이 모여 우리 삶의 고유한 이야기가 된다.
결국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남들이 가는 안전한 길 대신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할 용기.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전할 용기. 그리고 남의 기준이 아닌 내 기준으로 나를 평가할 용기.
어쩌면 우리가 평생 찾아 헤맬 정답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대신 우리에게는 선택할 자유가 있고, 그 선택들을 통해 나만의 답을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인생이라는 백지 위에 정답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려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 길이 맞는지, 저 길이 나은지 고민한다. 하지만 기억하자. 정답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내가 선택한 길을 정답으로 만들어가면 된다. 그 과정에서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때로는 방향을 바꾸고,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인생이라는 문제를 풀어간다. 뒷면에 정답이 없는 문제집이지만,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우리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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