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카의 『아포콜로킨토시스』에 나오는 이 속담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수탉도 제 똥 무더기 위에서는 얼마든지 활개칠 수 있다." 이 문장은 세네카가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죽음을 풍자하며 처음 쓴 말로 세상에 널리 회자되었다. 클라디우스는 힘이 장사인 영웅 헤라클레스와 맞닥뜨리면서 자신이 크나큰 곤경에 처했음을 깨닫는다. 풍채 당당한 영웅을 본 클라디우스가 로마에선 자신을 대적할 자가 없지만 헤라클레스와 만나서는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로마 제국의 황제조차 결국 자신의 작은 영역에서만 큰소리칠 수 있는 존재에 불과했다는 신랄한 풍자다.
이 속담이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살아남은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모두가 크든 작든 자기만의 똥 무더기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상사, 작은 동호회에서 목소리 큰 회원, SNS에서 수천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까지.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서 수탉처럼 울어댄다. 문제는 그 울음소리가 얼마나 멀리 퍼지는지, 그리고 그 무더기 밖에서는 얼마나 초라해지는지를 망각한다는 점이다.
나는 몇 년 전 사진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이 진실을 목격했다. 그 모임에는 회원이 50명 정도 되었는데, 그중 한 사람이 유독 목소리가 컸다. 그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매번 자랑했고, 초보자들의 작품에는 거침없이 비평을 쏟아냈다. "이건 구도가 엉망이야", "노출이 왜 이래?" 같은 말들을 서슴지 않았다.
동호회 내에서 그는 일종의 권위자처럼 행세했다. 하지만 어느 날 우리는 함께 전국 규모의 사진 공모전에 출품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그가 가장 자신 있어 하던 작품은 예선도 통과하지 못했고, 오히려 평소 조용히 활동하던 회원의 사진이 입상했다. 그 순간 그의 무더기가 얼마나 작았는지가 드러났다. 그는 더 이상 동호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세네카가 이 속담으로 비판한 클라우디우스는 실제로 로마 황제였다. 그의 똥 무더기는 결코 작지 않았다. 하지만 신들의 세계에서 보면 그저 하찮은 인간에 불과했다. 헤라클레스는 영웅이었고, 클라우디우스는 우연히 권력을 손에 넣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권력의 크기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사용했는가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현대 사회는 각자에게 무수히 많은 똥 무더기를 제공한다. 회사에서의 직급,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활동 등급, 아파트 평수, 자동차 브랜드. 우리는 이런 것들 위에 올라서서 목청껏 운다. "나를 봐라, 나는 이만큼 성공했다"고. SNS는 이런 외침을 증폭시키는 확성기다. 누군가는 맛집 인증으로, 누군가는 명품 가방으로, 또 누군가는 자녀의 성적표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으려 한다.
하지만 세네카는 묻는다. "그래서 뭐?" 클라우디우스가 황제였다고 해서 신이 될 수 있었나? 아니다. 그는 죽어서도 조롱당했다. 『아포콜로킨토시스』라는 제목 자체가 "신격화"를 뜻하는 "아포테오시스"를 비튼 조어로, "호박 되기" 정도로 번역된다. 황제조차 결국 호박이 되는 것이, 우리는 무엇이 되겠는가.
이 속담의 진정한 교훈은 겸손이 아니다. 적어도 단순한 겸손은 아니다. 진짜 메시지는 관점의 전환이다. 당신이 지금 서 있는 무더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 밖에는 훨씬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다.
내가 처음 작은 회사에서 큰 기업으로 이직했을 때, 나는 수탉이 아니라 병아리가 되었다. 이전 회사에서는 내 의견이 곧 팀의 방향이었다. 하지만 새 회사에서는 내 말을 경청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처음에는 좌절했다. 내가 무능해진 걸까? 아니었다. 무더기가 바뀐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나는 경청하는 법을 배웠고, 다른 사람의 무더기를 존중하는 법을 익혔다.
헤라클레스는 진정한 영웅이었다. 그는 열두 가지 과업을 완수했고, 신과 인간 사이를 오가며 위대한 업적을 쌓았다. 그에게는 굳이 자신의 무더기가 필요 없었다. 어디를 가도 그는 헤라클레스였다. 반면 클라우디우스는 로마 황제라는 타이틀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리는 어느 쪽에 가까운가?
직장 상사들 중에는 직함을 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부장", "이사", "대표"라는 무더기 위에서만 말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명함이 없어도 존경받는다. 그들의 지혜, 경험, 인품은 직함에 의존하지 않는다. 세네카는 후자가 되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내 무더기가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젊었을 때는 내가 가진 학벌, 경력, 인맥이 견고한 기반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것들은 생각보다 빨리 낡고 의미를 잃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년 전의 성공은 오늘의 밥값을 하지 못한다. 작년의 실적은 이번 분기에 아무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더기를 키우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무더기 없이도 설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권력이 아니라 능력을, 직함이 아니라 인품을, 소유가 아니라 존재를 키워야 한다. 쉽지 않은 길이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더 큰 무더기, 더 높은 곳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 경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세네카는 스토아 철학자였다. 그는 외적인 것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집착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황제의 총애도, 부와 명예도 결국 우리 손을 떠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성품, 우리의 판단, 우리가 선택하는 가치는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클라우디우스는 황제였지만 현명하지 못했고, 그래서 죽어서도 조롱당했다. 반면 세네카는 결국 네로 황제의 명으로 자살해야 했지만, 그의 글은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에게 지혜를 전한다.
수탉은 울어야 한다. 그것이 수탉의 본성이다. 하지만 똑똑한 수탉은 자신이 서 있는 곳이 똥 무더기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그곳을 떠날 줄도 안다. 무더기에 집착하는 순간, 우리는 클라우디우스가 된다. 무더기를 넘어설 때, 우리는 비로소 헤라클레스에 한 걸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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