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칼럼]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용기"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길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겨울 산을 오르다 보면 종종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 분명 여름에는 뚜렷하게 보이던 등산로가 하얀 눈에 덮여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말이다. 발을 디딜 때마다 푹푹 빠지고,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절벽인지 구분조차 어려워진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 눈 아래에 분명히 길이 있다는 것을. 봄이 오면 다시 그 길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삶도 그렇다. 때로는 앞길이 눈에 덮인 산길처럼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열심히 달려왔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막혀버린 것 같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 그저 그 자리에 멈춰 서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번 이런 순간을 맞닥뜨린다. 꿈꾸던 직장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을 때, 사업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했을 때, 건강을 잃었을 때, 또는 단순히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을 때. 이런 순간들은 마치 깊은 어둠 속에 홀로 서 있는 것처럼 우리를 고립되고 무력하게 만든다.
더욱 힘든 것은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길을 잘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SNS에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나고, 친구들은 하나둘 안정적인 삶을 꾸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럴수록 나만 길을 잃은 것 같고, 나만 뒤처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더욱 절망스러워진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진실이 있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길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눈이 쌓인 산길에도 여전히 길은 존재한다. 다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어둠이 내린 밤길도 마찬가지다. 해가 뜨면 그 길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길은 우리의 시야와 관계없이 변함없이 존재한다.
인생의 길도 같다. 지금 당장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앞으로 갈 길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단지 지금 이 순간, 일시적으로 그 길이 가려져 있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변하면, 안개가 걷히듯 길은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그렇다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멈춰도 괜찮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데 무작정 달리다가는 오히려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때로는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주변을 살피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멈춤은 포기가 아니라 다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다음으로는 작은 빛을 찾아야 한다. 깜깜한 밤에도 별빛이 있고, 달빛이 있다. 아무리 어두운 터널도 저 멀리 출구의 빛이 보인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도 작은 희망의 실마리는 존재한다. 그것은 가족의 격려일 수도 있고, 친구의 위로일 수도 있으며, 우연히 읽은 책 한 구절일 수도 있다. 이 작은 빛들을 놓치지 말고 붙잡아야 한다.
길 전체가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당장 앞의 한 걸음만 보이면 된다. 그 한 걸음을 내딛고, 또 다음 한 걸음을 내딛다 보면 어느새 상당한 거리를 걸어온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작은 행동의 시작이다. 첫 번째 발걸음이 가장 어렵지만, 일단 시작하면 두 번째, 세 번째 걸음은 조금씩 수월해진다.
그리고 지나온 길을 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이전에도 길이 보이지 않는 순간들을 겪었고, 그때마다 결국 길을 찾아 여기까지 왔다. 과거의 경험은 현재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된다. 그때 어떻게 극복했는지, 무엇이 도움이 되었는지 되새기다 보면 지금의 상황을 헤쳐나갈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당신은 이미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어둠이 주는 선물
역설적이게도 길이 보이지 않는 시간은 우리에게 귀중한 선물을 주기도 한다. 길이 뚜렷이 보일 때 우리는 그저 습관적으로 걸어간다. 목적지만 바라보며 주변을 돌아볼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린다. 하지만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한 걸음 한 걸음에 더 신중해지고, 주변을 더 세심하게 살피게 된다.
그 과정에서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내면, 진정한 우선순위, 소중한 사람들의 가치 같은 것들 말이다. 바쁘게 달릴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이 멈춰 섰을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가족이 얼마나 든든한 버팀목인지, 친구의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작은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또한 어둠의 시간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쉬운 길만 걸어온 사람보다 험난한 길을 헤쳐온 사람이 더 단단한 법이다. 지금의 고난은 미래의 당신을 더욱 지혜롭고 회복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어려움을 겪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와 공감 능력이 생긴다. 나중에 다른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헤맬 때, 당신은 그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구체적인 조언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길이 보이지 않는 시간은 또한 방향을 재설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계속 달려오던 길이 정말 내가 가고 싶은 길이었는지, 남들이 좋다고 해서 따라간 길은 아니었는지 돌아볼 수 있다. 어쩌면 지금의 멈춤은 잘못된 방향으로 계속 가는 것을 막아준 은혜로운 신호일 수도 있다.
계절이 바뀌면 눈은 녹고 다시 길이 드러난다. 밤이 지나면 해가 뜨고 어둠 속에 숨어 있던 길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것은 자연의 법칙이고, 삶의 법칙이다. 영원한 겨울은 없고, 영원한 밤도 없다. 계절은 돌고 해는 반드시 뜬다.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그 자리가 어둡고 답답하더라도 절망하지 말자. 길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단지 잠시 보이지 않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변하면, 당신의 시야가 넓어지면, 그 길은 반드시 다시 보일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길은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으로 열려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믿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더디게 가도 괜찮다. 때로는 멈춰 서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 그리고 결국에는 다시 걷기 시작하는 것이다.
당신이 찾고 있는 길은 이미 당신의 발밑에 있다. 다만 아직 그것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기억하자.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길이 없는 것이 아니다.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당신은 지금도 길 위에 서 있다. 그리고 그 길은 당신이 한 걸음씩 걸어갈 때마다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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