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규 Aug 25. 2022

열심히 하고 내려놓기

멘탈관리 법 2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정신으로 뭐든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을 간 후에도 그랬다. 운동과 노래를 모두 좋아했던 나는 야구와 노래에 빠졌다. 하루에 거의 50~100개씩 공을 던졌고,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불렀다. 내가 던지는 공의 속도는 점점 묵직하고 빨라지기 시작했다. 노래도 점점 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만족감이 생길수록 끊을 수 없이 더 열심히 연습을 했다. 시속 100km가 넘게 구속이 늘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구속이 늘지 않았다.


어깨가 뻐근해진 게 점점 느껴졌다. 구속이 문제가 아니라 평소에도 조금만 움직여도 어깨에서 소리가 나고 비만 오면 저린 통증이 생겼다. 결국 병원에 가서 인대가 파열될지 모르니 쉬라는 판정을 받았다. 너무 무리해서 한 번에 쓴 탓이었다. 열심히 한계를 돌파하면 모든 일이 된다고만 생각했지만, 그게 아닌 일도 있었던 것이다. 3개월 동안 공 한 번 던지지 않고 쉬었다.


 오랜만에 야구를 할 기회가 생겨 다시 공을 잡아보았다. 잡을 때부터 이전에 느껴지지 않던 힘이 느껴진다. 더 잘 던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동아리에 다시 나가 공을 던졌다. 110km/h. 새로운 기록을 경신해버렸다. 따로 운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새 팔이 된 것이 느껴졌다.


계단식 성장이란 것이 있다. 한 단계 성장이 들어가는 노력과 비례하지 않고 정체기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노력하면 바로 결과가 눈에 보이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내가 경험한 것 중 하나인 야구 실력을 써보았다. 그런데 나중에 놓고 보면, 거의 모든 것이 이렇다. 간절히 원해서 결핍된 모습으로 다가가면 얻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다 내려놓고 나중에 돌아와 보니 너무 편하게 되는 일들이 많은 것이다. 사랑도 그렇지 않은가? 외로워서 누군가가 필요할 때는 없다가, 바빠져서 이젠 괜찮을 때 찾아오게 된다.


너무 간절히 원하는 게 있다면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100개씩 공을 던지는 것은 분명히 무리였다. 결국 수술해야 하는 팔을 남기기만 하였다. 그러나 마음속 내려놓음의 힘은 다른 의미로 강력하다. 포기하고 다시는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 그동안 신경 쓰지 못한 다른 일들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자동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알게 되는 것이다. 집착이 생길 정도로 간절한 것이 있다면 잠깐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다른 일을 하고 돌아와 보면 좋겠다. 훨씬 부드럽게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왜 그럴까??

다음 편 계속


#책과강연 #의사가되려고요 #김민규

작가의 이전글 1시간에 300만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