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나이 마흔이라는 나이가 되어서는 일도 커리어도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뭔가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마흔에는 부모님이 이루신 것처럼 보통의 가정을 꾸리고, 보통의 삶을 살아내고 있으리라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마흔이라는 나이는 무엇을 이루는 나이도 아니고, 여전히 삶을 살아내는 중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빨리 마흔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보통을 삶을 꾸려내기 위해 앞만 보고 내달렸을 뿐인데 해가 바뀌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벌써 마흔에 도착해 있었다.
누군가는 여전히 진로 고민을 하는 나를 향해 머리를 내 저을 때가 있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는 말이다. 혹은 뭘 더 그렇게 하고 싶으냐고 묻는 이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이상한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나는 것을 어쩌랴.
내가 말하는 진로 고민이라는 것은 어떤 직업적인 부분이라기보다는 나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점이다. 직업을 바꾸며 좀 더 편한 삶을 원한다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을 만들어가는 여정 자체가 즐겁다. 여정 중 끝없는 진로 고민을 지속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조직에 몸담고 일을 할 때 팀, 조직, 회사의 목표가 곧 나의 목표가 되었었다. 모바일 기획자로 일할 때는 새로운 어플 출시를 위한 일들을 처리했고, MD로 일을 할 때는 관리하는 상품, 브랜드, 온라인 몰의 매출 증대를 위한 일을 했다. 독서 및 자기 계발 또한 일을 처리하는데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채워나가는 방향이었다. 지금 내가 하는 것들을 잘 해내기 위한 것들로 채워진 하루는 즐겁기도 하고, 공허하기도 했다.
내 인생 최대의 전환점 해외 주재원의 아내로서의 삶은 그간 내가 해왔던 것들은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단지 아이들과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 내는 것만이 우선 과제였다. 그 순간 필요한 것은 생존을 위한 어학능력이었다. 다시, 지금 필요한 것에 집중했다.
매번 지금 당장 내가 부족한 것, 필요한 것들을 채우는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썼다. 그렇게 시간을 쓰다 보니 계속해서 부족한 것, 필요한 것들을 채워나가야 할 것만 같았다. 상황에 맞추어 적응하는 삶은 끝이 없었다.
나의 주체성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무엇을 할까?를 생각하기 전에 나의 현재 상황을 인지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했다. 나의 삶을 주도적으로 꾸려가는 선택에 대해 조금 더 이른 나이에 깨달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올라올 때가 있다.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시간들이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렇다면 마흔은 무엇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일까?
아니다. 아니다....
강의, 커뮤니티 등으로 만나는 이들에게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다.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꿈꿔볼 수 있는 나이다. 출산, 육아 전쟁에서 경력 공백기를 경험한 마흔 언저리의 여성들의 시작을 응원한다.
최근 새롭게 공부를 시작했다. 겉핧기로 알았던 내용들을 차근차근 다져가는 중이다. 무엇이든 처음은 어색하고 불편하다. 협업 툴을 이용하는 것도, 강사 입장이 아닌 동료로서 스무 살이나 어린 친구들과 대화를 하고 협업을 하는 것도 어색하기만 하지만, 이 순간 배우는 것들이 있다. 쌓는 시간을 지나고 나면 또 다른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마흔, 진로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좋아하는 것들을 찾고,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 진로의 흔들림은 그렇게 지속될 것이다.
마흔, 도전하기 늦었다는 생각이 들거나,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이들이 있다면 마흔의 흔들림을 겪으며 방황의 과정을 정리하며 썼던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말하는 마흔에게>를 권해본다.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워크지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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