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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Feb 08. 2024

2화 휴대폰

  출입문쪽에서 나는 소리가 컸기에 의도치 않게 내용을 듣게 되었다. 면회를 하고 온 환자가 꽃다발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꽃다발은 반입금지물품이라 직원이 막고 있던 상황이었다. 왜 사람들은 정해진 규칙이 있는데, 그걸 자기만 피해 가려고 할까. 자신생각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큰 목소리를 내며 우긴다. 나는 가끔 저런 사람들의 마음속이 궁금하다. 정말 자기가  답이라고 생각해서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인지, 아니면 아닌 것을 알지만 연기하는 척하면서 우기는 것인지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자다. 본인의 생각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저렇게 행동할리가 없다.

  그렇게 엑스레이 촬영을 마치고 다시 병실로 올라왔다. 내 자리는 햇살이 잘 드는 창가 바로 옆이다. 12월이지만, 햇살은 봄날처럼 따뜻했다. 옆자리에 빈 침대가 하나 더 있었는데, 2인실인가 보다. 1인실 같은 2인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내 휴대폰이 사라졌다. 잃어버린 걸까? 아니면 엄마가 주지 않는 걸까?

  "엄마, 내 휴대폰 봤어?"

  "휴대폰? 그때 잃어버렸어. 나중에 퇴원하면 사줄게. 지금은 일단 치료에 집중하자. 인터넷 하고 싶으면 이 패드 써."

  엄마는 나에게 본인의 드라마 보기 전용 패드를 넘겨줬다. 병원 밖에서는 휴대폰이 없는 삶이 힘들겠만, 병원 안에서는 인터넷만 되면 패드도 좋은 전자제품이다.

  엄마에게 패드를 받고 보니, 다시 원점이다. 왜 나는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질 않았다. 이렇게 기억이 깔끔하게 안 날수도 있다니... 일단 움직일때마다 온 몸에 느껴지는 통증이 더 컸기에, 휴식에 집중하기로 했다.

  드르륵!

  누군가 걸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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