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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시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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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환 Jan 09. 2024

엑셀 같은 여자

엑셀 같은 여자



결혼이라는 것은 

마음에 엑셀을 깔은 것 같아.


수많은 시트를 열고

셀마다 무엇인가 하나씩 입력을 하지

한 달의 생활비 일 때도 있지만

수식보다 복잡한

형용사와 명사들이 채워지기도 하지.


맨 처음 셀에는 늘 사랑과 행복을 입력하지만

이내 곧 낯선 단어들이 늘어서지

설움이니 모멸감은 찐한 폰트로 

노랑바탕색에 외로움이나 원망을 쓰고

자질한 감정들도 빠짐없이

셀마다 꼭꼭 채워져 있지.

때론 이 모두를 자동합계를 내고

조건부함수나 그래프가 나오기도 하는

일상이 있을 뿐이지


끝없이 마음을 채우는 일들

하루하루 쌓여가는 감정들. 

셀 마다 연결되다 끝내는 순환참조에 빠지는 마음

살아가는 답을 구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 지기만 해

엑셀 시트의 끝까지 커서를 내려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래도 

잊지 마시길

그 모든 감정을 합친 당신의 마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어


커서를 긁어 모두 하나로 합치면

1A 셀에 들은 것만 남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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