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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 아래 춤추는 한 마당

시니어 해랑 무용 발표회

by 이숙자

여름의 시작인 6월에 색다른 일과 마주 했다. '한국 무용테라피' 이름조차 들어 보지 못한 생소한 분야다.

처음에는 망설였다. 교육을 받는 장소가 군산에서 12k쯤 떨어진 다소 거리감이 있는 곳이었다. 지난해 입춤을 배울 때 무릎이 아파 고생했던 기억이 떠 오르기도 했고 무엇 보다 군산 외곽 지역이라서 교통편이 신경 쓰였다.


사람은 무엇이든 혼자서는 할 수 없다. 함께 함께 걸어가야 하는 숙명


처음 무용팀 신청 할 때 여러 가지 여건에 망설이는 나를 보고 시낭송을 같이 하는 가까운 지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선생님, 이번 아니면 언제 우리가 이런 일에 도전해 보겠어요. 함께 하시게요." 그 선생님의 권유에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를 해서 즐겁게 지금까지 수업을 받아왔다. 여름날은 더워에 쉬고 싶은 날도 있었고 어느 날은 비가 오면 외부가 아닌 집안에서 맑은 향기를 머금은 차를 한잔 놓고 마음을 쉬며 음악에 젖어 느긋하게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날도 있었다.


하지만 많지도 않은 10명이란 숫자는 결석하면 그 자리가 빈다. 또 혼자서 하는 무용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가 있었기에 어떤 경우에도 결석은 안 해야 했었다. 그곳에 가면 늘 반가운 사람들이 있고 만나는 장소는 시골 풍광 좋은 카페처럼 아름다워 우리 마음을 홀라당 빼앗아갔다.


어느 날부터인가 내가 보이차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혼자 마시는 차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시는 차는 마음을 더 따뜻하게 해 주었다. 찻자리를 펴고 들꽃 한 송이 꼽아 놓고 마시는 차는 우리의 마음을 쉬게 하는 휠링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내가 조금 귀찮아도 곁에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면 나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즐겁고 행복을 느낀다. 행복은 전이되는 전염성이 있는 것 같다.


6월부터 11월까지 나는 단 한 번도 결석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는 내 마음의 다짐이기도 하였다. 나이 많은 것이 무슨 유세도 아닐진대 티 내면 안된다는 생각이 마음에 자리했다. 소리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몫으로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는 일은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인생이란 살다 보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때가 찾아온다. 그 과정의 일환으로 고난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럴 때 참고 견디며 버텨야 할 때도 있다는 걸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 참아야 할 때 참지 말아야 할 때를 명확이 알게 된다. 그 시간들이 지나면 또 환희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고. 우리 삶의 현장은 늘 배움터다.


수많은 날 연습에 연습을 하고 어제 드디어 무대에서 공연하는 날이었다. 11월이 들어서면서 날씨가 마치 롤라 스케팅을 타는 것처럼 추위가 겨울과 가을을 넘나 들어 다소 걱정을 했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야외공연이 낯설었지만 의도하지 않은 관객과의 호흡은 오히려 색다른 경험이었다. 어제는, 햇살도 따뜻하고 전형적인 가을날, 하늘도 맑고 바람은 기분 좋은 정도로 살랑살랑 불었다.


화창한 늦가을 토요일, 군산 관광객이 제일 많이 찾은 이성당 앞 길 건너 잔디광장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배우고 연습했던 춤을 발표했다. 전날 리허설도 하고 며칠 동안은 집중적으로 연습을 했다. 나는 바쁜 마음에 매일 동당거리고 살아야 했다.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왜 그리 해야 할 일이 많은지.


이성당 잔디광장 연극제는 우리만이 무대는 아니었다.

'퍼포밍아트 더 몽'이란 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다.


'새: 철로'는 그 기억의 결을 따라 군산이라는 도시의 시간과 사람의 이야기를 춤으로 다시 써 내려가는 여정이라고 '퍼포밍 아트 더 몸' 예술 감독의 말이다. 군산의 미래를 상징하는 존재로 등장하여 다음 세대를 향한 희망과 예술적 열정을 순수한 몸짓으로 전하려는데 의미를 부여했다고 설명한다.


어린이 무용단은 커다란 종이배춤과 비상의 장면에서 군산의 미래를 상징하는 존재로 등장하여 다음 세대를 향한 희망과 예술적 열정을 순수한 몸짓으로 전하는 춤의 무대였다. 어쩌면 말없이 몸으로 춤을 추며 마치 행위 예술을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젊음과 순수한 어린이들의 몸짓, 나이 든 시니어의 몸짓이 어울려진 멋진 무대였다.


군산의 이성당 앞 잔디 마당 야외무대, 주말이라서 관람석 사람들도 함께 동참하는 마무리, 모두가 손에 손을 잡고 함께 음악의 선율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세대를 띄어 넘어 초등학생, 젊은 청춘들 우리는 시니어 모두가 함께 춤을 추며 화합의 무대로 끝을 맺었다.


도전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여러 의미 있는 여정은 또 다른 삶의 한 페이지를 넘긴다. 5개월의 긴 시간들 추억을 한 아름 안고 이번 무대를 끝으로 우리들 잔치는 끝났다. 나는 오늘을 마감하며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 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82세, 나이를 넘기며 나는 또 하나의 생의 언덕을 넘었다. 내 생의 언덕은 몇 개가 남았을까, 나의 몸과 함께 했던 춤 여행은 여기서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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