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성장이란...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철학 두 가지는 행복과 성장이다. 특히 회사에서 '성장'을 많이 강조하다 보니 강연을 하거나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꼭 성장해야 하나요?”, “난 이대로가 좋은데?” 이런 질문을 들을 때가 종종 있다. 질문을 하지 않아도, 성장을 강조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 혹은 피로감으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성장'은 정말 왜 필요할까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성장은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난다. 혼자 밥을 먹을 수도, 일어서서 걸을 수도, 의사소통을 할 수도 없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성장해야 한다. 기고, 서고, 걷고, 뛰고… 옹알이를 하다가 말을 하게 되고 점점 더 고도화된 표현을 한다. 평생 부모의 도움으로 살 수 없기에 조금씩 독립적인 존재로 나아가야 한다.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을 통해 잘 알려진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우월성(Superiorty)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했다. 이 우월성 추구는 인류의 발전 과정을 통해 잘 나타난다. 인류에게 ‘성장의 DNA’가 없고 그저 머물렀다면 지금과 같은 과학의 발전, 의학의 발전, 문화예술의 발전은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의 기본 가정인 100세, 120세의 장수하는 삶도 바로 이 집단적인 성장욕구의 결과물이다.
본성에 어긋나는 상태에 있을 때 인간은 불안감과 불행함을 느낀다. ‘성장에 관심이 없다’, ‘그저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깊은 마음 속에는 불안이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는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에게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더 나은 ‘능력’을 주어준다라고 가정하면, 그것을 거부하는 사람이 있을까? 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꿈꾸지 않는 사람은 없다. 더 나은 내가 되어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속한 조직에, 사회에 더 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다만 성장을 위해 쏟아야 하는 노력이 부담스러울 뿐이다. 혹은 노력해도 안된다는 두려움에 압도당해 있을 수도 있고, 현재의 쾌락에 더 마음이 가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성장을 거부하고, 그냥 현재에 만족한다는 말 뒤에 숨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성장은 본질적인 욕구이다.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와 ‘난 앞으로도 지금 이대로 머물겠어’는 다른 이야기이다. 현재에 집중하고 감사하는 태도는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필수적인 덕목이다. 지금 이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칭찬하고, 다독이는 것은 좋다. 거기서 멈출 것이 아니고, 오늘 하루,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집중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 순간들이 쌓여 성장이 된다. 미래에 대한 원대한 꿈과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사느냐 혹은 목표 없이 하루하루 충실하게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사느냐는 개인의 스타일이다. 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 지금 여기에서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 폭은 중요하지 않다.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방향이 문제이다. 한 발이라도, 1cm라도 나아지면 된다. 아니 나아지려는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이런 상태에 있을 때 우리의 본성과 같은 방향에 있게 되어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성장’이 중요한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성장’은 곧 자유와 연결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역량이 높을수록 직업선택의 자유가 올라간다. 성장을 통해 역량을 높일수록 내가 원하는 종류의 직업을 원하는 방식(조직에 소속 혹은 프리랜서)으로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올라간다. 즉 선택의 자유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또한 경제적 자유도가 올라간다. 역량이 높을수록 돈을 벌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간다. 돈이 모든 것의 척도는 아니지만, 일정수준까지는 분명 삶에 있어 자유도를 높여주는 효과가 분명 있다. 돈이 없기 때문에 ‘돈에 얽메이지 말자’라고 생각하는 것과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에서 자유롭자’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자본주의에서는 역량이 곧 재산이다. 역량이 곧 선택의 자유이다.
이 ‘성장’은 100세 시대에 그 중요도가 더 높아진다. 30년 일하던 시기에는 한 직장에 들어가 최선을 다해 일하면 정년까지 보장되며 30년동안 번 돈으로 나머지 20년을 살다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30년을 일해도 남은 인생이 50년이다. 해서 30년을 일하는게 아니라 최소 50년을 일해야 한다. 50년을 일하려면 ‘조직에만 기대는’ 커리어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 50년을 일하려면, 특히 후반 20~30년을 ‘생존’하는 것을 넘어 ‘의미 있게’ 보내려면 지속적인 ‘성장’을 통한 나만의 전문역량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 전문역량을 바탕으로 독립적 생산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
역량의 성장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필터링하고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은 역량과 별개로 행복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인다. 이런 마음자세를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또 다른 성장 즉 ‘인격 성장’의 영역이다.
성장은 결국 자유와 연결되고 이는 결국 행복으로 연결된다. 우리는 인생을 왜 사는가? 행복하기 위해 산다. 우리는 언제 행복한가? 스스로 조금 더 자유롭다고 생각할 때 행복하다. 내가 원하는 삶을 내가 선택해서 살 때 행복하다.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 때 행복하다. 같은 삶이라도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때 행복하다. 이를 위해 역량의 성장과 인격의 성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존경하는 경영인 Ray Dalio는 그의 책 [원칙]에서 인생은 저차원적인 자아 (감정적, 무의식적)와 고차원적인 자아(논리적, 의식적)의 싸움이라고 했다. ‘성장’은 고차원적인 자아의 본능이지만 저차원적인 자아는 편안과 쾌락을 추구하기 때문에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우리가 저차원적인 자아의 손을 들어주면, 그를 위한 수많은 정당화 논리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이 상태는 우리에게 지속적인 행복을 보장할 수 없다. 순간적이고 표면적인 만족에 불과하다.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고차원적인 자아의 손을 들어 의식적으로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여 한 발 더 자유롭고 한 발 더 행복한 삶으로 끊임없이 나아가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